휴가철 책읽기
에코라이프
김진화 오르그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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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겨울이었다. 혹한의 추위를 피해 가족들과 함께 푸켓엘 갔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수수하지도 않은 리조트에 머물며 그저 따뜻한 공기를 즐기는 그런 밋밋한 휴가 였다. 딸 아이와 놀아주다 지치면 풀 사이드 베드에 드러누워 책을 읽었다. 그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이다. 이 만만찮은 단편집을 읽어 본 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 지도 모르겠다. "휴가지에서 그렇게 우울한 이야기를 읽다니!"
어찌된 일인지 그 부조화가 무척이나 좋았다. 왠지 모르게 빡빡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읽을 때보다 더 잘 읽혔다. 그들의 삶이 더 온전히 다가와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차가운 절제가 서늘하게 느껴져, 뜨거운 태양 아래 달아오른 무언가를 식혀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한의 일상을 떠나 건기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1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세련된 모더니스트의 스타일을 통해 읽어내는 것. 이 시공과 뉘앙스를 넘나드는 혼재된 이미지가 어쨌거나 내게는 휴가지 독서의 전범이 되어 버렸다.
다음은 얼마 남지 않은 휴가 기간, 지속가능한 삶과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미래가 허락돼 있다면 그것은 지금 흘러가고 있는 맥락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다른 삶의 방식을 꿈꾼다는 것은 또한, 인간 존재와 생존 조건 자체를 다르게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이 낯선 인식과의 조우가 휴가지가 아니라면 어디서 가능하겠는가.
테드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그리하여 처음으로 읽어 볼 책은 테드 창의 SF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과학적 상상력 뿐만 아니라 문학적 성취까지 겸비한 테드 창의 이야기들은 문명의 토대와 삶의 조건들을 해체해서 보여주는 마력을 뿜어낸다. 그 해체 작업의 끝에서 마주치게 되는 건 허망함일수도 있고, 혼재된 세계관일수도 있고, 그저 지적 유희 그 자체일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 됐든 일상의 호수에 침잠해 있던 당신의 우물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고, 파문이 일게 되었다.
리처드세넷, 장인
물질문명에 대한 삼부작 중 첫번째로 쓰여진 이 책은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바느질"하는 이태리 장인의 명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된 노동이라는 근대적 규정을 뛰어넘고자 하는 이 책의 도전적 문제의식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한 토대로서 장인 정신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다루는 기술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 즉 "환경을 훌륭한 솜씨로 돌볼 줄 아는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콩고의 판도라
리처드 세넷은 인간이 지구에 던져진 낯선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런 구상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가 바로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이다. 앞선 두 권의 책이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면 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저 마주침 자체로 저자들의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하지만 콩고의 판도라는 푹 빠져들만 하다. 외계 생명체의 시선으로 인류를 돌아보는 재미. 인간의 믿음이 인식을 강화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성찰. 나아가 유주얼서스펙트의 반전을 뛰어넘는 대반전까지.푹 빠져들만 하다.
조화로운 삶 그리고 월든
지속가능하고 그래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의 고전. 스콧 니어링, 헬렌 니어링 부부의 대안적 삶의 기록인 조화로운 삶은 벌써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실천의 근거를 주었다. 미국 지성계에서 독특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삶과 사상은 시간을 이기며 힘을 얻어가고 있는 듯 하다. 그의 사상이 집약된 월든은 꼽씹어 읽어 볼 만 하다.
분노하라
그러나 무엇보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꾸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하다. 레지스탕스 출신의 노 전사 스테픈 에셀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분노하라고 역설한다. 휴식과 충전으로 원기를 얻은 후 이 짧은 책을 읽고 일상에 복귀한다면 뭔가 다르게 살 수 있을 법한 용기가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어찌된 일인지 그 부조화가 무척이나 좋았다. 왠지 모르게 빡빡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읽을 때보다 더 잘 읽혔다. 그들의 삶이 더 온전히 다가와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차가운 절제가 서늘하게 느껴져, 뜨거운 태양 아래 달아오른 무언가를 식혀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한의 일상을 떠나 건기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100년 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세련된 모더니스트의 스타일을 통해 읽어내는 것. 이 시공과 뉘앙스를 넘나드는 혼재된 이미지가 어쨌거나 내게는 휴가지 독서의 전범이 되어 버렸다.
다음은 얼마 남지 않은 휴가 기간, 지속가능한 삶과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들이다.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미래가 허락돼 있다면 그것은 지금 흘러가고 있는 맥락과는 전혀 다른 삶의 방식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다른 삶의 방식을 꿈꾼다는 것은 또한, 인간 존재와 생존 조건 자체를 다르게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이 낯선 인식과의 조우가 휴가지가 아니라면 어디서 가능하겠는가.
테드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그리하여 처음으로 읽어 볼 책은 테드 창의 SF소설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다. 과학적 상상력 뿐만 아니라 문학적 성취까지 겸비한 테드 창의 이야기들은 문명의 토대와 삶의 조건들을 해체해서 보여주는 마력을 뿜어낸다. 그 해체 작업의 끝에서 마주치게 되는 건 허망함일수도 있고, 혼재된 세계관일수도 있고, 그저 지적 유희 그 자체일수도 있다. 그게 무엇이 됐든 일상의 호수에 침잠해 있던 당신의 우물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졌고, 파문이 일게 되었다.
리처드세넷, 장인
물질문명에 대한 삼부작 중 첫번째로 쓰여진 이 책은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러나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바느질"하는 이태리 장인의 명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도구적 합리성에 매몰된 노동이라는 근대적 규정을 뛰어넘고자 하는 이 책의 도전적 문제의식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한 토대로서 장인 정신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만드는 물건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다루는 기술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 즉 "환경을 훌륭한 솜씨로 돌볼 줄 아는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콩고의 판도라
리처드 세넷은 인간이 지구에 던져진 낯선 이방인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런 구상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가 바로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이다. 앞선 두 권의 책이 다소 무겁게 느껴진다면 다 읽지 않아도 좋다. 그저 마주침 자체로 저자들의 문제의식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하지만 콩고의 판도라는 푹 빠져들만 하다. 외계 생명체의 시선으로 인류를 돌아보는 재미. 인간의 믿음이 인식을 강화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성찰. 나아가 유주얼서스펙트의 반전을 뛰어넘는 대반전까지.푹 빠져들만 하다.
조화로운 삶 그리고 월든
지속가능하고 그래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의 고전. 스콧 니어링, 헬렌 니어링 부부의 대안적 삶의 기록인 조화로운 삶은 벌써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실천의 근거를 주었다. 미국 지성계에서 독특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삶과 사상은 시간을 이기며 힘을 얻어가고 있는 듯 하다. 그의 사상이 집약된 월든은 꼽씹어 읽어 볼 만 하다.
분노하라
그러나 무엇보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꾸기 위해선 에너지가 필요하다. 레지스탕스 출신의 노 전사 스테픈 에셀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분노하라고 역설한다. 휴식과 충전으로 원기를 얻은 후 이 짧은 책을 읽고 일상에 복귀한다면 뭔가 다르게 살 수 있을 법한 용기가 생겨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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