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저출산은 수년전부터 이미 추세로 굳어져 있으며 평균 출산율 1.22명(2010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74명에 비하여 상당히 낮다. 여성납세자의 평균출산 자녀수는 1.07명(2008년, 국세청조사)으로서 자영업자는 1.47명, 근로자는 0.97명에 불과하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흔히 자녀 양육비 부담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인의 자녀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보건복지 Issue & Focus’, 68호, 2010.12.31)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 출생 후 대학졸업시까지 자녀 한명을 키우는데 드는 양육비가 2억6204만원으로 조사되었다.
자녀의 연령대별 양육비는 영아기(0~2세)에 2466만원, 유아기(3~5세)에 2938만원, 초등학교(6~11세) 6300만원, 중학교(12~14세) 3535만원, 고등학교(15~17세) 4154만원, 대학교 6811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초중고와 대학교를 중단 없이 다니고 재수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산출된 수치로서 휴학, 재수, 어학연수 등을 할 경우에는 양육비가 더 늘어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에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잃거나, 무엇인가를 포기하면서 다른 것을 얻기 마련이다. 옛날에 농사만 짓던 시대에 아이가 일꾼으로서 필요한 존재이던 상황과는 달리 요즘은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존재인 것은 맞지만 자녀가 있음으로서 얻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히 있다.
◆노년에 외롭지 않으려면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사회생활에서 은퇴한 후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래 살면서 노년에 외로움 겪을 확률이 커지고 있는데, 자식이 없으면 나이 들어서 외로울 확률이 더 커진다. 나이든 부모를 외면하고 버리는 자식도 있긴 하지만 소수에 불과하며 일반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특히 배우자 중 한쪽이 사망한 후에 살아가는 노인들의 고독감이 미래 사회에 문제가 될 것이다.
자녀 숫자와 행복감 사이 관계를 전세계 86개국 2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젊은 부부는 자녀가 많을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행복감을 적게 느끼지만, 40세 이후에는 반대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여 자녀가 많을수록 행복감이 높아진다.('Population and Development Review', 2011.3.9, 펜실베니아대 연구팀) 고령 부부가 되면 자녀가 없는 부부보다 자녀 있는 부부가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나이 들어가면서 자녀도 성장하고 독립성이 높아지면서 자녀양육의 부담을 덜 느끼게 되며 자녀가 성인에 도달한 경우에는 심지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자식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자녀들이야말로 장기적으로는 행복을 위한 투자이다"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와 같이 젊을 때의 만족도와 나이 들어서의 만족도가 반대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소비 ·저축의 문제에서도 볼 수 있다. 젊을 때에는 소비를 많이 하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반면, 나이 들었을 때에는, 젊어서 소비를 적게 한 사람이 저축이 더 많아서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 어떤 문제이던지 젊어서 느끼는 것을 나이 들어서도 똑같으리라고 속단해서는 곤란하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발표를 보면 자녀수가 3명인 다자녀 여성의 정신건강이, 자녀수가 2명 이하인 여성보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서울대, 2010. 8.19~8.21, 정신건강지수 개발위원회). 남성도 3명 다자녀일 때의 정신건강이 자녀수가 2명 이하일 보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로서 자녀수가 2명 이하일 때에는 남성이 여성보다 정신건강이 더 좋은데 자녀수가 3명 이상일 때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정신건강이 더 좋게 나왔다. 자녀수가 늘어날수록 여성의 정신건강이 더욱 크게 좋아지는 것이다. 자녀수가 많을수록 자녀 키우는데 여성이 훨씬 더 힘들어지리라는 일반적인 추측과는 반대 결과이다.
자녀가 셋인 중년의 사람들을 필자의 주변에서 보면서 함께 얘기 나누어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편안한 느낌이 들고 가정의 행복도가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 사람들 이야기에 의하면 첫아이 때 키우기 가장 힘들었으며 두번째 아이는 그보다 쉬었고 세번째 아이는 그보다도 더욱 쉽다고 한다. 나중에는 키우기가 더 쉬어지므로 힘든 부분에 휘둘리지 않고 아이 키우는 즐거움을 더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다자녀 노인, 정신적 웰빙점수 높아
자녀가 여럿인 노인들의 정신적 웰빙 점수도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0살 이상 노인 가운데 세 자녀 이상을 둔 사람의 웰빙 점수(43.5점)는 2명 이하의 자녀를 둔 노인(37.2점)보다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것을 통해서도, 젊을 때에 비하여 나이 들어서는 자녀가 있을수록 행복도가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신체적인 건강면에서도 자녀가 있을 때 더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미국 브리검영대-유타주립대-캘리포니아주립대 공동연구진의 연구결과에는 자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혈관이 더 튼튼하고 혈압이 정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행동의학회보>(Annals of Behavioral Medicine)에 발표). 혈압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인 나이 체질량 성별 흡연여부 등도 고려한 결과로서, 자녀가 있는 남녀 모두가 미혼에 비하여 더 낮은 혈압으로 유지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아이 엄마에게 두드러졌으며, 자녀의 나이에 상관없이 자녀의 유무만이 혈압에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자녀가 많을수록 폐경 후 유방암 발생 위험이 낮고, 자녀가 적을수록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의 국립연구기관인 INSERM의 프랑스와 크라벨-샤펠롱 박사가 프랑스 여성 10만명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첫출산이 빠르고 출산횟수가 많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낮고 첫 출산이 늦거나 출산횟수가 적을수록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영국의 암전문지 <브리티시 저널 오브 캔서>에 발표).
◆과잉 관심은 오히려 불행…행복한 양육법 모색해야
반면에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지지해주는 이론들도 발표된바 있다. 요크 대학의 행동경제학자 닉 파우다비 교수는 저서 <행복방정식>에서 '자녀를 키우는 것이 어머니의 행복'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에 제동을 거는 이론을 발표했다. 월간 <심리학>에 실린 논문에서는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감정적인 상처와 끝없는 걱정으로 어머니의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고 하였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웨이크포레스트 대학 사회학과의 로빈 사이먼 교수도 "성인생활의 3가지 중요한 요소인 직업, 친구, 자녀양육 중 자녀를 기르는 것이 행복을 증진시키지 못하는 유일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옥스퍼드대학의 사회학자 오리얼 설리번 교수가 2010년 봄에 발표한 것에서는, 부모들이 30년 전 세대보다 자녀들과의 활동에 3배 이상의 시간을 보내며, 많이 배운 어머니들이 더 심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지메이슨대학의 경제학과 브라이언 캐플런 교수는 '물러나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자녀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밤에 책 읽는 것을 거른다고 자녀의 지능발달이 더디어지는 것은 아니며 대학에 갈 가능성이 줄거나 험한 직업을 갖도록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자녀에 대한 과잉 관심이나 보호는 어머니 스스로에게도 '불행'이라고 지적하였다.
사실 부모로서 자녀에게 어느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정성을 기울이는가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부모 스스로 결정하는 문제이다. 자녀 양육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어디까지 져야한다고 생각하는 가도 부모 자신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다. 한국부모 중에서 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양육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03년 40.2%, 2006년 46.3%, 2009년 49.6%로서 해가 갈수록 오히려 늘고 있다(‘보건복지 Issue & Focus’, 68호, 2010.12.31).
더욱이 대학 졸업 후에도 취업할 때까지 양육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는 12.2%이고 혼인할 때까지 양육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모도 23.1%에 달한다. 반면에 자녀에 대한 양육책임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 비율은 9.6% 불과하다.
자식이 부모에게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하느냐는 것은 부모의 자식에 대한 태도에 의해서 좌우되므로 자식이 일률적으로 부모에게 어떤 크기의 짐이 된다고 단정내릴 수는 없다.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 어느 쪽이 더 크게 나타날지는 자녀관과 양육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자녀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고 희생적인 경제지원까지 감수하지 않는 한 대부분 건전한 가정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더 우세하다고 여겨진다.
요즘 가정에서 가장 큰 두가지 관심사는 자산관리와 자녀양육이다. 이 두가지 모두,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고령화 시대에는 젊은 시절의 삶을 넘어서 먼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가정과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정에 따라서 달라진다. ‘행복 투자’처럼 ‘행복 자녀양육’도 방법을 올바르게 모색하면서 의지와 노력을 가지고 행한다면 달성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