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대우 오피스텔만 상담 받았는데 두산과 SK가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문자를 보냈을까요?”
지난 3월 수익형 소형 오피스텔인 공덕 푸르지오 시티 분양상담을 받고 왔던 김현진(가명·38)씨는 4개월째 스팸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에는 해당 매물의 계약 상황 같은 분양정보만 왔지만 며칠 뒤에는 다른 건설업체에서 시공하는 오피스텔까지 끊임없이 계속됐다.
문자의 내용은 다양했다. ‘두산위브센티움 모델하우스 오픈’, ‘용산SK큐브오피스텔 동호지정실시, 상품권 지급’ 등으로 현장 방문을 종용했다. 며칠 뒤 ‘현장을 찾은 매물보다 더 좋은 물건 조건이 있다”는 전화까지 걸려왔다. 심지어 500만원을 깎아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몇번을 거절하다 다시 전화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지만 계속되는 문자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내 전화번호를 알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상담 시 작성한 상담지에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을 적긴 했지만 정보공개동의와 같은 문구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객정보 어떻게 유출되나
김씨와 같이 전화·문자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의 정보는 주로 분양상담사들로부터 생산된다. 모델하우스 내방고객이나 아파트 계약 정보를 정리해 영업에 이용하는 식이다. 일부에서는 아파트 부녀회를 통해 예비고객 DB를 빼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현장을 통해 직접 작성하는 DB도 있다. 분양현장 인근 아파트나 상가 주차장을 돌면서 차량에 적힌 비상연락처만 따오는 경우다. 단지 전화번호 취합 수준이지만 순도 면에서 높은 자료다. 또 노상이나 대형마트 등 현장에서 직접 받아내는 신상정보를 통해 DB를 작성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이 프리랜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소속이 없다보니 성과를 위한 정보교환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실제로 유명 포털의 부동산마케팅 카페에서는 ‘모델하우스 방문자’ ‘저층당첨 해지자’ ‘·A신도시 B아파트 투자자’ ‘당첨 탈락자’ ‘C분양권 매매자’ 등 세부적으로 분류한 고객정보가 나돌기도 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분양상담사의 몸값은 곧 얼마나 많은 고객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부동산 경기가 나쁘기 때문에 분양업무 종사자의 고객 데이터 활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듯 하다”고 전했다.
◆얼마에 거래되나
부동산 텔레마케터에게 잠재고객 명단은 업무의 시작이자 끝으로 통한다. 타깃이 확실해야 그만큼 계약성사율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욕구 때문에 고객들의 정보가 빈번하게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들의 매매장소로 활용되곤 한다.
실제로 인터넷 분양대행카페에는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분양 TM자료 교환 및 거래’ ‘TM용 아파트 DB 10만개 11만원’ 식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거래되는 DB 금액은 1가구당 1원에서 15원 정도다. 자료의 질에 따라 10만가구당 15만~50만원 정도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몇 번 거래하다보면 빈번한 공유로 인해 점차 가격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한 분양상담사는 “타깃이 확실하지 않은 단순 고객 DB 500건을 가지고 전화 상담을 진행했다면 1%인 5건도 제대로 상담하기 어렵다”면서 “직접 현장에서 받아낸 DB가 훨씬 활용가치가 높다”고 토로했다.
◆분양상담사 보수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상가 등의 분양을 주도하는 분양대행사는 분양사업본부 산하에 자체 분양팀을 운영하기도 하지만 별도의 분양팀과 계약을 통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헤쳐모여' 식이다.
분양상담사의 규모는 현장 규모에 따라 다르다. 한 개 사업장에 무려 200여명의 분양상담사가 있는 곳도 있다. 팀원은 2명에서 30명까지 다양하다. 각각 팀장이 계약상황을 취합해 분양대행사나 시공업체에 전달한다.
물론 이들이 단순한 전화상담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이나 현수막 제작, 현장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 알리기에 나선다. 보통 분양을 시작하기 3~4개월 전부터 수요도 조사 등 사전 작업을 진행한다.
분양상담사 보수는 현장의 사정에 따라 다양하다. 신규 모델하우스의 경우 기본급여에 인센티브가 더해지는 경우가 많고, 미분양 현장의 경우 인센티브 비용이 높은 편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기본급 없이 오로지 계약 성사 시 발생되는 인센티브로만 받기도 하고 기본급 300만원에 인센티브 150만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초기 분양률에 따라 다르지만 매물 한 건당 분양상담사의 인센티브는 50만~1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