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주먹은 거대했다. 산만큼 컸다. 토사 섞인 물이 우면산에서 쏟아져 서울 남부순환로를 지나던 차량들을 휩쓸었다. 그 시간이 1초 내지 2초. 찰라가 생과 사를 갈랐다.

뒤따르던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 그 찰라가 잡혔다. 방송뉴스와 인터넷 동영상으로 촬영장면이 퍼졌다. 사람들은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 숙연해졌다. 1~2주 후, 사람들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수해피해자들만 달라진 현실 속에 남았다.

2011년 7월은 한국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린 달로 기록됐다. 기상관측이 1907년 시작됐으니 104년만의 폭우다. 100년 동안 한반도 평균기온은 1.5도가 높아졌다. 지구 평균 상승치의 2배다.

 

 

기상학자들은 한반도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일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500㎜가량의 폭우는 기후변화로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의 폭주는 시작됐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니다. 최근 몇년간 대규모 폭풍과 홍수가 영국, 미국, 중국, 베네수엘라, 모잠비크 등 수많은 나라를 강타했다. 방글라데시처럼 저지대에 많은 인구가 사는 저개발국에선 땅을 잠식하는 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다른 지역엔 최악의 가뭄이 덮쳤다. 아프리카 동북부엔 2년 동안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다. 외신은 이 지역에서만 1000만명의 사람들이 굶주리며, 수만명의 사람이 먹을거리를 찾아 고국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정도면 누군가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겠는가. 주요국가들은 기후변화와 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된 온실가스의 감축을 약속했다. 반기문 유엔 총장 등 세계 지도자들도 인류의 각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1.6기가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주요외신은 전 세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선 데에서 원인을 찾았다. 즉 인류가 내뿜는 온실가스가 늘어난 탓이라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온도가 1~2도 높아지면 열파와 가뭄, 홍수와 감염병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지금 상태와 비슷하다.
 
지구 온도가 2~3도 높아지면 가뭄과 집중호우가 급증한다. 3~5도 높아지면 10억~30억명이 물 부족을 겪는다. 인구 5명 중 1명이 홍수의 피해를 입는다. 식량 생산이 줄어든다. 생물종이 대규모 멸종한다.
 
만약 6도 이상 지구 온도가 오르면? 과학자들의 예측은 한 문장으로 줄어든다.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따라서 '2도 상승'은 생존의 마지노선이다. 이미 지구 온도는 0.76도 올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2000년 수준으로 묶어두더라도 최소한 0.6도의 추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우리는 1.4도를 까먹은 셈이다.
 
마지노선까지 남은 온도는 '0.6도'다. 두가지 방향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번째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모든 노력에 투자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쓰겠다는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가 더 어렵다. 욕망은 주요국 정부나 유엔도 어찌할 수 없다. 우리 각자가 다룰 몫이다.
 
영국의 기후학자 마크 마슬린은 그의 책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에서 "승용차 20억대의 효율을 곱절로 높여 얻은 것은 또 다른 20억대의 승용차를 세상에 내놓는 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고 지적한다.
 
"만일 금세기 60억~90억 인구가 미국인과 같은 생활양식을 누린다면 식량 공급이 수요를 대지 못할 뿐더러 지구가 허용하는 최대 생태 발자국도 넘어서게 된다. 우리는 사회의 에너지와 물질 수요를 줄여야 하며, 개발도상국의 소비욕망도 누그러뜨려야 한다. 더 많이 가진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 살고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