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靜中動), 조용한 가운데에서 움직임. 최근 증권사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올해 들어 유난히 고객들 앞에서 고개 숙일 일이 많아진 증권사들의 대응 방식이기도 하다.
또 증권업계에 떨어진 악재가 불거지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움츠리는 것은 물론이고, 불미스런 사건에서 자유로운 증권사 역시 되도록 겸손하고 신중하게 대처하려는 모습도 역력하다.
무엇보다 최근 증권업계에 닥친 가장 큰 이슈이자 악재는 증시 폭락이다. 8월 초 유럽 주요 국가 및 미국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2000을 넘었던 종합주가지수가 단 며칠 사이 1800선까지 폭락한 것.
그동안 강세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외쳤던 증권사들은 하나 같이 투자자들에게 면목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긴급하게 증시전망을 수정하고 이에 맞는 대응 전략을 조심스럽게 발표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일부 증권사들의 사과문이었다. 증시 급락을 예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증시전망 리포트와 함께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 신한금융투자, 신영증권, 솔로몬투자증권 등은 "8월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란 잘못된 전망을 내놓은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6월에는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에서 전산사고가 일어나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바 있다. 당시 해당 증권사들은 전산사고로 인한 고객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발표했지만, 전산 시스템 관리에 소홀했던 점에 대해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혀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올해 증권사들의 체면을 가장 많이 구긴 일이 있었으니, 바로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12개 증권사 전·현직 사장들이 기소된 사건이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공판이 진행 중에 있으며, 관련 증권사와 전현직 사장들은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증권사들이 오히려 더욱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전현직 사장 기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휘말린 상황이다 보니 이에 연루되지 않은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ELW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W사건에서 자유롭다보니 유난히 도덕적으로 훌륭한 증권사로 부각되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이어 "업계 전체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런 상황이니만큼 묵묵히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게 도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업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증권업계에 악재가 겹치고 고객들에게 고개 숙일 일도 많은 것 같다"며 "이런 때일수록 잘못한 것은 빨리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보다 조심스럽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