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이 노조와의 마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말을 맞아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을 비롯해 M&A(인수·합병), 신용카드 분사, 매트릭스 체제 도입, 직렬 차별 등의 문제를 놓고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금융 규제강화, 수수료 논란 등으로 영업환경이 악화된 마당에 노사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민금융은 뒷전에 빠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이 혼란스럽고 가계대출 마저 급증하고 있는데 은행들이 서민금융 지원보다는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우리금융, 매트릭스·카드분사 놓고 팽팽
 
우리금융지주는 매트릭스 체제와 신용카드 분사로 노조와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매트릭스란 은행·증권 등 법인별로 업무성격이 같은 부서를 사업부문(Business UnitㆍBU)으로 묶어 BU장이 해당 분야를 총괄하는 체제를 말한다.
 
예컨대 은행과 증권에서 따로 영업하던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자산관리 BU에서 총괄하는 방식이다. 우리금융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에서 매트릭스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BU장을 금융지주 회장이 선임할 수 있다는데 있다. BU장은 해당 법인의 소속이지만 회장이 인사권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금융 회장의 권한은 확대되는 반면 우리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의 권한은 축소되는 셈이다.
 
신용카드 분사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조 측은 신용카드를 분사할 경우 당장 은행 실적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도 남아 있어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우리카드는 2002년 카드대란으로 합병했는데 당시 손실이 2조5000억원에 이르렀다”면서 “문제는 이 자금을 모두 은행이 부담했다. 또한 외부적으로 볼 때 가계부채나 해외 금융위기 등으로 불안해 카드사업이 잘 될 보장도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측은 매트릭스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는 추세고 카드사를 분사해도 은행에서 부담하는 것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금융 고위 관계자는 “은행과 흡수할 당시 지주에서 카드 부실을 일부분 정리한 후 충분한 충당금을 쌓았다”며 “무엇보다 재흡수하자마자 카드부문에서 흑자를 내 은행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트릭스 도입에 대해 “국제적인 글로벌 경쟁을 갖추기 위해서는 (계열사의) 겸업화가 필요하다”면서 “기본적으로 매트릭스 체제 도입은 영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은행은 은행대로, 증권은 증권대로 토탈 솔루션을 구축해 고객들이 더 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결되지 않는 갈등 임금 
 
국민은행은 임단협과 은행경영 자율성 등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임단협 협상을 두고 투쟁예고까지 한 상태다. 노조 측은 사측이 기존에 합의했던 부문도 이행하지 않고 임단협 협의도 아직까지 언급이 없어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올 상반기 실적 호조에 따른 특별 성과급 지급, 근무시간 정상화, 사무인력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수개월간 천막농성을 한 바 있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신입직원 임금 현실화와 근무시간 정상화 등 기존에 합의했던 내용들을 모두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농성은 철수한 상태지만 다음 주 임단협 협상이 예고돼 있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농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직렬차별 문제를 두고 노조와의 갈등을 빚고 있다. 직렬차별이란 가계 부문을 맡는 ‘가계금융’과 본점 및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기타직렬’ 간 임금이 차별화된 것을 말한다.
 
하나은행은 가계금융 분야는 여성 행원이 많고 업무부담의 상대적으로 적다는 등을 고려해 임금을 낮게 책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여성행원과 남성행원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성별, 학력 등 조건이 비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가계금융과 기업금융의 채용조건이 달라 임금에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하나은행 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는 남녀 성차별이 직렬차별의 핵심이었는데 지금은 임금이 직렬차별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사측과의 협의를 통해 직무중심의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사상 최장기 총파업을 겪은 SC제일은행은 지금도 노조와 치열한 물밑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파업으로 패쇄된 43개 영업점 중 28개 영업점은 정상화 됐지만 나머지 15곳은 여전히 업무가 중단돼 있다. 현재 노조와 사측은 임단협과 상설명예퇴직 폐지, 개별 성과연봉제, 후선발령제도 등의 문제에서 엇갈리며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외환은행은 매각 문제를 두고 강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법원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로 론스타와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사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매각 논란은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 10월21일 대학생 등록금 무이자 대출 제도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이슈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는 내년부터 학기당 1000억원을 학점 취득이나 연령 제한 없이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 골자다. 소득 7분위 이하가 대상으로 졸업 후 1년간 유예기간을 준 뒤 5년 동안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측은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일축해 새로운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판국이다.
 
이처럼 금융권과 노조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양측 모두 고객들의 불편은 뒷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SC제일은행의 경우 영업점을 아예 폐쇄하면서 은행업무를 이용하는 고객들만 큰 불편을 초래했다. 무엇보다  당장 서민들은 물가상승과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져 불만이 쇄도한데 금융권 내부에서는 임금협상과 기득권 싸움에만 급급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노사 모두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해 상대방과의 타협보다는 독단적인 행동을 먼저 하는 것 같다”며 “이는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문제가 원만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사측의 소통, 노조 측의 이해가 우선시돼야 하고 무엇보다 고객들이 납득할 만한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