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고서 전임 오세훈 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진행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박 시장은 이전 개발 중심에서 복지 중심의 정책으로 시 행정을 전환시키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여의도구역 정비계획안 공람을 철회하고 프로젝트 전면 재검토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궐선거 전 여의도 일대 11개 아파트 주민들과 만나 최고 50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 건립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간 진보진영에서 서울시 전시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 사업이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박 시장 역시 후보시절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시민의 불안요소로 꼽은 만큼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의 세부공약을 살펴보면 가칭 ‘한강복원시민위원회’라는 정책조정기구를 구성해 개발 이전의 한강 회복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재검토가 거론되고 있는 곳은 한강예술섬, 서해 연결 한강주운사업(서해뱃길사업), 지천운하사업이다. 대신 한강·지천 생태 복원, 접근로개선사업, 자전거 도로사업 등은 보완과정을 거쳐 별도로 추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서울시의 개발사업에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 첫 행보를 시작한 박 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외의 행보? 합리적 판단과 화합의 의지인 듯
박 시장의 후보자시절 공약만 보자면 전임 시장이 진행한 개발사업의 백지화에 무게가 실리지만 의아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최근 시장의 첫 일반무원 인사로 한강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류경기 전 한강사업본부장을 서울시 대변인에 임명한 점이 그렇다.
류 대변인은 한강운하의 전도사로 활동하면서 양화대교와 세빛둥둥섬 건설의 당위성을 알렸으며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의 총괄부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감사원의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 감사에서 서해뱃길 사업의 경제성을 주창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야당 및 환경·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서는 박 시장을 미국 16대 대통령인 링컨에 비유하기도 한다. 링컨은 선거기간 중 자신에게 날 선 비판을 했던 정적을 국방부 장관에 앉히는 파격인사를 선보였고 후에 적군도 아군으로 만드는 포용의 정치를 이끌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서울시는 이번 인사와 관련 “기획분야와 현장업무경험을 바탕으로 유연한 대처능력을 갖춰 적임자라 판단된다”고 임명 배경을 밝히고 있다.
경인운하와 한강 연결을 위해 450억원을 쏟아 붓는 양화대교 공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후보자시절 박 시장은 양화대교 공사를 중단하고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최근 공사를 속행하면서 판단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이미 41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점이 박 시장의 마음을 돌린 이유다. 박 시장은 “(공약 때 상황과 달리) 상판을 다 뜯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이 85% 이상 진행된 점을 감안해 공사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쪽이 유리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고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의 적극적 지원으로 시장에 당선된 박 시장이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질타를 받은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시민은 거의 없다. 큰 틀에서 개발보다 복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박 시장의 정책방향을 고려하면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축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서울시장 당선 전인 지난 9월23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서초구 세빛둥둥섬을 방문해 전문가들에게 한강르네상스에 대한 대책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다만 한강르네상스 전체 사업은 이미 80% 이상 진척된 상황이다. 때문에 전면 철회보다는 부문사업별로 진행여부에 따라 조속한 사업 마무리나 축소 혹은 폐기의 결정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판단의 주체는 서울시의 정책자문기구인 ‘희망서울기획위원회’와 ‘사업조정위원회’가 담당한다.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인사를 구성원으로 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박 시장의 밑그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외부 위원회에 대한 내용이 실행 조직까지 하달되지 않아 역할과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위원회를 각 사업본부 산하에 두기보다 본청이나 외부에 두는 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재건축시장 가격 하락세 예고
선거 때면 요동치던 부동산 시장의 파장은 이번 선거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박 시장 취임 이후 가격이 낮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재건축시장은 박원순 효과로 분위기가 을씨년스럽다. 박 시장 취임 이후 1주일 만에 5000만원이 빠진 곳도 등장했다. 개포주공2단지 72㎡는 박 시장 취임 후 1주일 만에 10억3000만원에서 9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박 시장의 주택 정책을 보건대 연말까지 서울 주택시장의 반등이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아파트 대거공급에 주택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게다가 민주당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 구성을 고려하면 공공임대 위주의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임대주택 공급이 활성화되면 민간분양이 어렵고 주택가격이 낮아지는 현상을 보여왔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수혜지역이었던 5개 전략정비구역에 대한 개발 진행여부가 관심사다. 여의도를 비롯해 압구정, 성수, 합정, 이촌 등 한강변 재건축단지가 해당 구역이다. 박 시장은 해당 구역의 주민 의사가 판단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밝히고 있어 재건축 반대 목소리가 높은 곳은 개발계획 변경이나 폐지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예상되는 곳은 여의도와 압구정이다. 주민부담금과 기부채납비율이 높아 주민반발이 심한 곳이다. 특히 압구정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바로미터와 다름없다. 압구정 재건축이 무산될 경우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연쇄 가격 하락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더불어 전략정비구역에 비해 장기 사업으로 해석되는 유도정비구역 역시 개발 진행여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략정비구역은 망원(합정), 당산(양평), 반포, 구의·자양, 잠실 등이다.
(사진=뉴시스)
뉴타운 사업은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다. 시의 뉴타운 촉진구역 241곳 중 70곳은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가 없어 현재까지 조합추진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침체되어 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정비구역별로 현지조사, 사업성 분석, 주민부담금과 부담능력 등을 재검토한 후, 조합원 투표에 의해 상당지역이 뉴타운지구에서 해제되는 과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노후한 단독·다세대주택 등을 유지·보수하는 '두꺼비하우징' 사업으로 전환할 것이 유력시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새롭게 선별된 뉴타운지역은 우량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는 민간주도형 사업과 서민 생활에 적정한 수준으로 공급되는 공공지원형 사업으로 이원화하되 주변 전월세시장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순차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간 주택공급 기대, 전셋값 안정 효과 있을 것
박 시장은 자신의 임기인 2014년 6월까지 공공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문제는 서울시 적자의 근원인 SH공사 부채 줄이기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8만가구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은 3조원인 반면 박 시장이 임기 내 감축하겠다고 한 서울시 부채 규모는 7조원이다. 무상급식 등 복지 확충으로 재원마련이 시급한 서울시 입장에서 주택분야에서만 10조원의 돈을 만들어내야 하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어쨌든 공약을 토대로 해석할 때 박 시장은 서민·중산층에게 장기전세주택을, 저소득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수요자 맞춤형 임대주택 정책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 공공시설 및 대학주변의 1~2인 소형주택을 공급하는 민간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 공급 활성화도 고려해 볼 만 하다.
전임 시장의 히트상품인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는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주택바우처(주거지원비)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작년 말부터 최저 주거기준을 밑도는 저소득층에 매달 4만3000~6만5000원의 임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SH공사의 부채가 많고 공사 부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짧은 기간 동안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민간업체 재고 물량 매입 등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박 시장의 당선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대해 “거래 회복보다는 전세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