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용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J사의 K대표는 요즘 마음이 불편하다. 고객 B씨가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언론사에 퍼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형으로 알려진 K대표는 현재 몇 개 대학에 출강을 하고 있는데 그가 학력 위조로 강단에 섰다는 것이 소문의 내용이었다.

K대표는 기자와 만나 “학력을 속인 적이 한번도 없다. 내가 중졸, 그것도 지금의 야간에 해당하는 전수학교에 다녔다는 사실을 언론에 숨김없이 이야기했는데 이것마저 속였다고 하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K대표는 “문제 제기를 하는 B씨가 수년전 우리 매장에서 관리를 받고나서 머리가 맘에 안든다고 해 비용을 돌려주고 6개월간 무료로 관리를 해주기까지 했다”면서 “지금 와서 학력논란이나 경력 위조 등 거짓된 정보를 퍼트리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거짓을 하고 있는지 법의 심판을 통해 가려내겠다”며 소송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동안 ‘친절’을 강조해 온 K대표지만 거짓 비방을 경험하면서 ‘고객도 고객 나름’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게 된 것이었다.


 
#. 올해 초 자동차 제조기업인 H사는 1년 전 자사의 준중형차를 구입했다는 고객 C씨로부터 지속된 항의를 받아야 했다. 엔진이 저절로 꺼지고 냉각수가 새 큰 사고가 났다는 주장이었다.

엔진을 2번이나 교체해주는 등 8번의 수리와 보상을 했지만 C씨는 막무가내였다. 그가 원하는 것은 신차 교환이나 환불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그는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 엔진 결함 문제를 퍼트리고, 소비자원, 국토부 고발센터에 소비자 피해를 접수하는 한편, 공중파 고발프로그램에 출연하며 H사의 결함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C씨와 면담 시 태도, 사고 현장 은폐 등에 의구심을 갖게 된 H사 관계자는 C씨의 이력에 대해 조사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사와 공조를 하는 과정에서 C씨가 자동차 정비사이면서 경쟁사의 엔진 결함을 제기했다가 들통난 사건이 있음을 확인했다.

수시로 엔진 결함을 주장하는 C씨를 수상히 여긴 경쟁사 직원은 수리 중 C씨의 차 엔진에 봉인 표시를 붙였는데, 얼마 뒤 다시 엔진 결함을 문제 삼은 C씨의 차 엔진을 확인해보니 봉인이 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사고나 결함이 아닌 고의로 엔진을 분해했다는 증거였다.

H사가 이 같은 사실을 C씨에게 알리자 그는 고의로 엔진을 망가트린 사실을 실토했다. H사는 C씨에게 게시글 삭제와 더 이상 해당 내용을 거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선에서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기업들, 블랙컨슈머에 몸살

기업들을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해 보상을 노리는 소비자인 블랙컨슈머가 기승이다. 지난 5월 전국 108곳의 식품회사를 상대로 134차례나 협박해 1600만원을 받아낸 블랙컨슈머가 경찰에 붙잡혔다. 구속된 김모(31)씨는 식품에 이물질이 나왔다며 6대의 휴대전화를 활용해 치료비를 요구했으며 일부 회사는 제품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통장으로 돈을 송금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31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블랙컨슈머로 인한 기업피해 현황과 대응과제’에 따르면 83.4%의 기업이 블랙컨슈머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자주 있다는 응답비율은 23.2%, 가끔 있다는 응답은 60.2%인 반면 경험한 적이 없다는 응답은 16.6%에 그쳤다. 부당요구 유형은 ‘적정수준을 넘는 과도한 보상요구’가 57.9%로 가장 많았고, ‘규정에 없는 환불·교체 요구’가 35.2%, ‘보증기간 후 무상수리 요구’가 6.5%로 나타났다.

블랙컨슈머를 상대할 때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은 ‘인터넷·언론 유포 위협’이 71.0%로 가장 많았고, ‘폭언’(39.7%), ‘고소·고발 위협’(17.6%), ‘업무에 방해될 정도의 연락과 방문’(16.8%) 순이었다.

소비자의 무리한 요구에 기업들은 일단 수용하는 모습이다. 71.7%의 기업이 수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까 우려해서’(79.8%)라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기업의 절반 이상이 ‘인터넷의 악성 비방이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기업 이미지 훼손과 제품 판매 감소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블랙컨슈머 처벌 강도 높아져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소비 풍토에서 이들에 대한 법원의 처벌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2월 화제가 됐던 이른바 ‘쥐식빵 사건’은 법원이 블랙컨슈머의 죄질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법원은 경쟁업체의 빵에 쥐를 넣은 채 구운 뒤, 이 업체의 빵에서 쥐가 나왔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김모(36)씨에게 1·2심에서 선고한 징역 1년2월을 확정했다. 1·2심은 “계획적 범행으로 피해 회사에 큰 타격을 가했을 뿐 아니라 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웠고, 경위나 수법에 비춰 죄질이 불량해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뚜레주르를 운영하던 김씨는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경쟁업체인 파리바게뜨에서 산 식빵에서 쥐가 나왔다며 글과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8월에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해 폭발시킨 뒤, 충전 중 폭발사고가 났다고 허위사실을 퍼트린 이모(28)가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삼성전자로부터 휴대전화의 폭발사실을 유포시켜 보상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챙겼고, 피켓 시위와 허위 언론제보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보상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휴대전화가 폭발한 것처럼 꾸미는 등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며 원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1월21일 대전지방법원은 대형마트 자체제품(PB)에 이물질이 나왔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롯데마트 대전 노은점에서 구입한 자체 브랜드의 육포에서 동물 털과 곰팡이, 애벌레가 나왔다고 주장하며 6000만원을 요구했다가 관철되지 않자, 제품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블랙컨슈머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유죄가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법원이 악의적으로 기업을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의 처벌을 강화함에 따라 기업들도 소비자의 부당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팀장은 “블랙컨슈머에 대응하는 기업이 소극적일 때 오히려 여론 확산을 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업이 소비자 만족을 기본으로 해야 하지만 만약 블랙컨슈머의 요구가 있다면 감정적 대응 대신 팩트를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밝히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