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출판시장이 갈수록 어렵다. 현재 전국의 출판사는 어림잡아 3만3000여곳. 이중 연간 1권 이상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1500~1700개사에 불과하다. 단위를 더 좁혀 월 1권 이상을 출간하는 출판사를 꼽으면 400곳 정도다. 대부분의 신규 출판사들이 책 1권도 제대로 펴내지 못한 채 폐업의 수순을 밟는다는 얘기다.

이 같은 '출판 한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시작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지만 '월 1권 출간'이라는 목표를 꾸준히 실천해온 출판사가 있다.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작은 출판사' 팬덤북스가 주인공이다.

부침 많은 출판업계에서 '월 1권 출간'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매번 출간되는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확신도 없거니와, 설령 출간됐어도 대형서점의 진열대에 오르는 것조차 '그림의 떡'이다. 하지만 팬덤북스는 짧은 회사 연혁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드라마틱한 출판 히스토리를 써왔다.

2009년 10월 설립된 팬덤북스는 그해 12월 찰스 디킨스의 그림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출간하며 '데뷔'했다. 퇴직금 320만원을 갖고 나온 박세현 대표가 자신이 일하던 출판사 사장의 도움으로 창고 하나를 얻어 출판사를 차린 후 내놓은 첫 작품이었다. 그러나 보란 듯이 실패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두달 뒤인 2010년 2월부터 출판한파를 이겨내며 오히려 '월 1권 출간'이라는 '무모한'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그 약속을 3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꾸준히 지켜냈다. 지금까지 총 45권의 종이책(e북은 7권)이 그렇게 출간됐다.


사진_류승희 기자

"제작비, 판매, 수금과정이 원활하지 않고 최근 도소매상(서점들)마저 부도가 나는 상황이라 월 1권 출간은 신생출판사로서 상당히 위험부담이 크죠."

창립 원년 월 매출은 고작 700만~800만원에 불과해 겨우 제작비만 돌리며 '입에 풀칠' 하는 정도였다는 박 대표. 그러나 창업 3년차에 접어든 현재 팬덤북스는 기존의 경제경영 및 자기계발서 위주의 출간에서 청소년 교양 부문에까지 손을 뻗치는 '여유'를 갖게 됐다.

이는 '월 1권 출간'이라는 무리수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작가 섭외에 대한 열정과 시류를 잘 잡아낸 박 대표의 집념이 시장에서 서서히 효과를 본 덕이다. 

1만2000부의 판매고를 올린 <지략의 귀재>의 경우 박 대표는 저자를 만나기 위해 직접 중국 다련까지 건너가 수개월 동안 작가를 설득했고, 출간 한달 만에 7000부를 판매한 는 스티브잡스의 사망에 대비해 1년 전부터 준비했던 게 주효했다. 

"제 출판경영 인생에 가장 큰 힘을 준 작품이 스티브 잡스 작품입니다. 예술적인 면을 중심으로 책을 폈다가 인문학쪽으로 방향을 틀어 재출간했는데 그것이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창고에서 시작한 팬덤북스는 이제 디자이너와 편집자, 마케팅 직원까지 두며 월 매출 수천만원대를 돌파할 정도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내년부터는 '월 2권' 출간이라는 새 목표를 잡았다. 어려울 때일수록 움츠러들기보다는 '한파'에 맞서며 독자와 작가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프로필>
상명대 예술디자인 대학원 예술학 석사를 나와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밟았다. 인터넷 시사신문 <시사펀치> 취재기자를 거쳐 <북하우스> 편집부장, <책세상> 대중문화팀장을 지냈다. 만화이론가이기도 한 그는 현재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외래교수, (사)한국만화문화연구원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