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와 PC방 업주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윈도8' 판매를 둘러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PC방 업주들의 고통만 늘어나는 형국이다.
지난해 12월18일 PC방 업주들은 서울역 광장에서 윈도CD와 컴퓨터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며 집단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일주일이 27일 현재까지 문제 해결은커녕 양측이 치열한 진실공방을 벌이며 대립각만 세우고 있다.
사진=류승희 기자 ◆"윈도8 강매" vs "사실무근"…엇갈린 진실공방
이번 집회를 주도한 한국인터넷문화컨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하 한인협)이 서울역 집회 등을 통해 한국MS에 요구하는 것을 정리하면 크게 세가지다.
먼저 한국MS가 이미 구매한 윈도 정품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PC방 소상공인들을 불법사용자로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MS가 PC방 점주들을 상대로 특정 제품만 정품으로 인정한 채 불법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MS에서 유일하게 정품으로 인정하는 윈도는 PC를 교체할 때마다 수천만원의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PC방에 적합한 제품의 공급과 대량구매에 따른 가격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인협 관계자는 "한국MS가 최근 매출이 하락하자 PC방과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윈도 보유여부와 관계없이 새로 출시된 윈도를 강매하며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실제사례를 예로 들었다.
인천에서 PC방 2개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현재 윈도XP PC방용을 구비해 사용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 사용현황 확인 협조요청'이란 내용증명을 받은 이후 반복적으로 "현재 사용 중인 OS가 불법이니 윈도8을 구매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의 경우 현재 PC방에 80대의 컴퓨터를 운영 중인데도 MS 측에서 '90대의 PC'로 부풀려 내용을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국MS측의 설명은 사뭇 다르다. 한국MS 관계자는 "MS는 글로벌기업인 만큼 국내에서 가격을 따로 책정하지 않는다"며 "XP나 윈도7 등을 정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오해가 불거진 것일까. MS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는 사실상 소유권이 아니라 사용권을 판매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 오해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하드웨어와 수명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PC방에서 사용 중인 컴퓨터를 폐기할 경우 그 컴퓨터에 깔았던 소프트웨어 역시 폐기하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하는 얘기다.
그는 "국내 PC방의 경우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1년반에서 2년 주기로 교체하는데 그때 소프트웨어를 같이 교체해야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업주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 경우 불법사용인데도 기존에 정품을 구매했으므로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점주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인협에서 예로 들었던 80대의 PC가 90대로 기록된 것 역시 이로 인한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서울역 집회 이후…'협상 난항'에 PC방만 울상
문제는 서울역 집회로 PC방 업주들과 한국MS와의 갈등이 불거진 그 이후다. 현재 시위를 주도한 한인협 측과 한국MS 측의 협상은 결렬된 상태. 그러나 이마저도 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기 바쁜 모습이다.
한인협 측은 "한국MS가 협상 진행 중 통보도 없이 모든 XP를 불법으로 몰면서 가격을 대폭 올렸다"며 "MS의 계속된 말바꾸기로 협상이 공전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MS는 "진행 중이던 협상을 시위 일주일 전쯤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은 오히려 한인협 측"이라며 "불법으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한인협 측이 오히려 규탄 시위를 여는 지금의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인협과 MS의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유일하게 남은 PC방 업주들의 협상 통로는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다. 현재 국내 PC방 업주들의 조합은 크게 한인협과 인문협으로 나뉘어 있다. 인문협은 서울역 시위를 주도한 한인협보다 조합원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MS 관계자는 "윈도8 출시에 맞춰 국내 PC방 업주들을 위해 한인협과 인문협 양측 모두 협상을 진행해왔다"며 "한인협과 대화가 중단됐지만 인문협과는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인문협 측과의 협상 역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PC방 점주들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줄이고 정품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고소나 고발 등 법적조치를 늦추는 방안 등이 논의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협의안은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여기에 인문협과 협상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 하더라도 또 다른 논란이 남을 수 있다. 인문협 회원사들에 적용되는 혜택이 한인협 회원사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지 여부에 따라 국내 PC방 업주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한국 MS관계자는 "인문협은 물론 한인협과도 지속적으로 협의가 이어지길 원하고 있지만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소프트웨어업체로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문제는 IT산업이 같이 커가기 위한 밑바탕인 만큼 불법이 아닌 정품 사용을 유도하면서 지적재산권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인문협 관계자는 "협의시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으로 PC방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결과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MS와 대화 통로가 열려있는 만큼 회원사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얘기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