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에 있어 지난 2008년 출시한 8세대 '어코드'는 상징성이 크다. 당시 수입차시장 '1위'를 견인한 혼다의 대표 모델이기 때문이다. 8세대 어코드 3.5 모델은 2008년 총 4948대가 팔리며 그해 '베스트 셀링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혼다는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지난해 11월까지 연 3361대를 팔며 국내 수입차업계 10위에 그쳤다.
그런 혼다코리아가 한해의 끝자락인 지난해 12월 9세대 '올 뉴 어코드'를 출시하며 수입차업계 정상탈환을 선언했다. 이 모델로만 올해 판매목표를 4000대로 잡으며 대표 세단 어코드의 자존심을 다시 찾아오겠다는 각오다.
◆무난한 외관, 크롬라인은 '패밀리 세단'
지난 7일 접한 9세대 신형 '올 뉴 어코드' 3.5 EX-L 모델은 한눈에 보기에 얼핏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나 제네시스를 닮았다. 하지만 전면부 헤드램프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날렵하게 '잘 빠진' 모습을 보이면서 심플하고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다른 국산 차들과 도로에 뒤섞여 있어도 결코 튀지 않는다. 일본차 특유의 절제미와 세련된 디테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전후면부에 크롬라인을 추가해 다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며 프리미엄 세단임을 강조한 듯 했고 전체적으로 유선형 모습보다는 직선이 강조된 '패밀리 세단' 느낌이 난다. 차체의 경우 전장(4890mm)이나 전폭(1850mm)은 토요타의 캠리나 닛산의 알티마보다 길고 넓다.
차량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니 심플하다는 느낌이 더 강렬하다. 이전 세대 모델에서 지적받아온 복잡한 구조의 센터페시아를 깔끔하게 정리해 조작버튼을 간소화 시키려는 흔적이 보였다.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는 오디오를 한가운데에 배치했고 대쉬보드 앞 부분 깊숙한 곳에 8인치 내비게이션을 넣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을 터치하기 위해서는 몸을 조금 앞으로 숙여야 가능할 만큼 너무 깊숙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가죽소재나 우드그레인을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고급스런 느낌이 물씬 풍긴다. 실내공간은 다른 동급 차종과 비슷한 듯하다. 다만 뒷좌석은 공간이 충분해 보이지만 보조석은 생각만큼 넓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트렁크에는 골프백 4개가 충분히 들어갈 만큼 공간이 여유롭다.
◆왜 조용한가 했더니…ANC와 ASC '눈에 띄네'
시동을 켜니 일본차 특유의 조용한 엔진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엔진 회전수 2000~3000rpm 내외에 시속 80~90km로 달렸을 때는 정지상태와 큰 차이를 못 느낄 만큼 정숙함을 유지한다. ANC(능동적 소음제어장치)와 ASC((능동적 소리제어장치)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소음의 반대 주파수를 차량 내부에서 쏴줌으로써 소음을 저감시켜준 덕분이다.
비슷한 속도로 주행하다 다른 차량을 추월할 때면 어코드만의 스피드와 힘이 크게 느껴진다. 특히 저속구간에서는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면서도 힘이 좋았다.
3.5 EX-L 모델은 3.5리터 V6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 282마력/6200rpm, 최대토크 34.8kg·m/4900rpm으로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이다. 이 덕분에 신형 어코드는 시속 180km 이상까지 스피드를 내는데 있어서도 응답성이 뛰어났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차체와 핸들링이 가벼워 시속을 100km 이상으로 높인 상태에서 차선을 변경하면 차체가 조금 흔들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너링에 있어서도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도록 '잡아당겨주는' 느낌이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
◆우측 사각지대, 내비게이션 화면에 '송출'
'올 뉴 어코드'의 편의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측방의 사각지대를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보여주는 레인워치(Lane Watch) 기능이다. 우측 사이드 미러 하단에 카메라가 달려있어 우측 방향지시등를 넣으면 자동으로 '사각지대'를 LCD 화면으로 비춰준다.
우측에만 해당되는 기능이지만 좌측의 경우 운전자가 충분히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이 장치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야간 운전시나 남성에 비해 공간지각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여성 운전자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터치스크린이 두개 있다는 것도 혼다측이 운전자의 편의를 도모했다는 흔적이 보이는 부분이다. 위쪽 터치스크린에는 내비게이션, DMB, 후방카메라 등 주행관련 기능과 영화 및 사진보기 등의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수행하고 아래쪽 터치스크린에서는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행한다.
운전석 핸들 좌측 아래에 연비 절감을 위한 '이콘'(ECON) 버튼이 있는 것도 신형 어코드만의 장점이다. 이 버튼을 누른 채 주행하면 연비가 좋을 때에는 '녹색'으로 점등되고 연비가 안 좋을 경우엔 '백색'으로 바뀌어 운전자가 급가속·급제동을 자제하고 연비를 향상시키는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형 어코드 3.5 모델의 공식 연비는 리터당 10.5㎞(복합)인데 시승 후 체크한 연비에서는 8.8㎞가 나왔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넘나드는 주행이었으나 추운 날씨로 인해 도로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혼다측이 밝힌 수치와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현재 9세대 신형 어코드는 비슷한 가격대의 토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포드 '퓨전' 등의 모델과 경쟁해야 한다. 이들과의 상대평가에서 과연 9세대 어코드가 8세대 어코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최근 북미 '올해의 차' 후보에 포드 '퓨전', 캐딜락 'ATS' 등과 함께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혼다의 기대치가 높다.
한편 국내에 출시되는 신형 어코드는 5가지 색상이며 2.4 EX모델은 3250만원, 2.4 EX-L 모델은 3490만원, 3.5 EX-L 모델은 4190만원(부가세 포함)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