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KT의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을 공식 승인했다. 지난 2011년 2월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 제9구단의 창단주로 선정된 이후 2년여 만이다. 특히 2013년부터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이 확정되면서 그야말로 '프로야구의 새로운 중흥기'가 열리게 된 셈이다.
프로야구 관중 700만 시대, 나란히 9·10구단의 주인공이 된 KT와 엔씨소프트가 프로야구에 관심을 둔 건 사실 오래 전부터다. 프로야구의 인기와 함께 단순한 스포츠 마케팅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 기업의 경영에서도 그만큼 얻을 것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1군 진입 엔씨소프트, '온-오픈라인' 시너지 커질까
지난 2010년 엔씨소프트가 야구단 창단 의사를 처음 내비쳤을 때만 해도 업계에는 우려섞인 시선이 더 많았다. 프로야구단 운영을 위해 1년에 소요되는 비용만 약 200억~300억원. 그런데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약 2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10%를 야구단 운영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대기업들의 싸움터나 다름없는 프로야구계에서 게임을 기반으로 커가고 있는 엔씨소프트가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의 '야구 열정과 야구단 운영 의지' 하나로 9구단 창단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2년만인 올해 1군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결과적으로는 얻은 것이 더 많다는 평가다.
지난 2010년 당시 프로야구 창단의향서 제출과 함께 역풍을 맞고 급락했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이듬해인 2011년 2월 다시 정상 흐름을 회복했다. 더 이상 야구단 운영이 기업 영역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셈. 야구단 창단과정에서 엔씨소프트가 재무건전성을 강조하며 빠른 시일 안에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던 김 대표의 호언장담처럼 지금까지 엔씨소프트가 야구단을 위해 투자한 비용 또한 적지 않다. 2011년 당시 엔씨소프트는 야구발전기금 20억원, 가입금 30억원, 예치금 100억원 등 150억원을 창단비용으로 지불했다. 올해 1군 진입을 앞두고 선수 스카우트에만 230억원 가량의 거액을 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프로야구 1000만 관중'시대를 앞두고 있을 만큼 프로야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NC 다이노스가 올해 1군리그에서 활약하면 향후 엔씨소프트는 국내 첫 게임업체 야구단 운영주로서 이미지 제고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엔씨소프트는 IT를 기반으로 한 게임업체인 만큼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야구장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EA의 'MVP 베이스볼시리즈'를 기반으로 개발한 'MVP 베이스볼 온라인'을 출시, 향후 오프라인 야구 게임과의 연계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모바일 앱이나 음악, 교육 등 엔씨소프트의 기존사업을 기반으로 야구장에서 모바일로 음식을 주문하고, 게임 스코어를 예상하는 등 다양한 변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빅 테크테인먼트' 앞세우는 KT, 1000만 관중 포문 열까
야구발전기금 200억원. KT가 10구단 창단을 위해 KBO에 제시한 금액이다. 라이벌이었던 부영이 제시한 80억원과 비교해도 2배가 넘는 금액이다. 특히 2년 전 9구단 창단을 위해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야구발전기금 20억원과 비교하면 10배의 차이가 난다. 여기에 가입비용 30억원과 예치금 100억원, 그 외에 향후 1군 진입을 목표로 선수 수급 등에 필요한 투자비용까지 감안하면 총 1000억원가량의 창단 투자금액이 필요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불과 2년 전과 비교해도 기업들의 프로야구에 대한 투자 가치가 그만큼 커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KT가 프로야구단 운영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 지난 2007년 해체를 선언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지만, 이사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공기업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야구단 운영을 통한 브랜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석채 회장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KT의 야구단 창단소식과 함께 주가가 곧바로 하락하는 등 경영과 관련한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5년 새 무엇이 달라졌길래 KT가 이처럼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까지 10구단의 주인자리를 거머쥔 것일까. KT가 야구단 창단 재도전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으로 알려졌다. 당시 엔씨소프트가 주가를 빠르게 회복하는 등 야구단 운영이 더 이상 기업경영에 부정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자 KT 역시 야구단 창단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을 바라볼 만큼 대중적인 인기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 또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인이다. 야구단 운영에 연간 300억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향후 기업 마케팅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프로야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KT가 10구단 창단과 함께 야구와 ICT의 융합을 통한 '빅 테크테인먼트(BIC Techtainment)'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통신업체의 장점을 살려 기존 야구장을 ICT기반의 오락·레저·교육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다. 새로운 야구문화를 창출하며 '프로야구 1000만 관중'시대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기장에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관람석과 매장 등의 상세 지도를 확인하고, 체험관 등 각종 시설의 위치와 특징을 한번에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야구를 관람하면서 좌석에 설치된 디지털 메뉴판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것은 기본. 또 플라스틱 팔찌 형태의 어린이용 입장권에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을 내장, 부모가 아이의 위치를 스마트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도 있다. KT는 이외에도 향후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신규 콘텐츠 발굴이나 이미지 제고 등 야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궁무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