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KTX)의 수익 증가로 호재를 만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때 아닌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다. 심각한 경영부실 상태를 드러내 ‘적자 공기업’의 대명사로 평가되는가 하면 적자국면에서 인건비를 늘린 탓에 ‘방만경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KTX 경쟁체제 도입을 놓고는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의 갈등수위도 높아졌다.

◆1苦: 경영부실 심각…7년 연속 1조원대 ‘적자’

적자는 늘고 부채도 커지고…. 코레일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늘어나는 부채와 적자 규모다. KTX의 수익은 증가했지만 지난 2011년 전체 운송사업 부문 적자가 무려 8000억원대에 이르면서 누적 부채 규모도 1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코레일이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2011년 경영성적 보고서'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1년 전체 운송사업에서 8303억원의 적자를 냈다. 1년 전보다 2.4%(207억원) 감소한 수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르다.

일반철도 운송 적자액은 1조2990억원으로 전년대비 11%나 늘었다. 부문별로는 일반여객 적자가 6443억원, 화물이 5062억원, 광역철도 등은 1485억원이다. 공사가 출범한 2005년 1조246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07년 1조1659억원, 2009년 1조2260억원, 2010년 1조1712억원 등 매년 1조원 이상 적자를 이어왔다. 철도공사 출범 이후 7년 연속 1조원대의 적자 행진을 지속한 것이다.

다만 일반 철도와 달리 KTX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6.4% 늘어난 4686억원을 보였다. 하지만 이것도 따져보면 코레일의 경영개선에 따른 결과가 아닌 경부고속철도 2단계(대구-부산) 개통에 따른 ‘반짝 효과’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코레일의 부채 증가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1993년 철도청 당시 부채 1조5000억원을, 이어 2005년 공사설립 당시에도 1조5000억원 등 총 3조원의 영업부채를 탕감해 준 바 있다. 또 2005년부터 2011년 공사경영지원비 4조원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했지만 코레일의 부채는 2005년 5조8000억원에서 2011년 10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같은 적자경영에 국토해양부는 코레일 측에 “자구노력 등 경영개선 대책을 마련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2苦: 방만경영 도마…적자에도 제식구 챙기기?

‘늘어난 인건비’ 역시 코레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거들고 있는 부분이다. 코레일의 2011년 직원 평균 인건비는 6700만원으로 전체 인건비는 전년보다 1000억원(6.9%)이나 증가했다. 적자와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임직원들의 임금은 올린 것이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철도 운영 독점에 따른 방만 경영을 펼쳐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인건비 외에 직원 1인당 매출액에 있어 코레일이 공기업중 최하위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논란이다. 코레일의 직원 1인당 매출액은 1억2300만원으로 한국석유공사(19억6000만원), 부산항만공사(17억5900만원), 토지주택공사(17억3700만원), 한국도로공사(8억200만원), 한국수자원공사(5억2700만원) 수준에 크게 밑돌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면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것도 이와 관련해서다.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노선의 적자폭이 커지고 있는 것 역시 인건비 상승이 문제라는 분석이 짙다. 2011년 공익서비스 노선의 적자는 2010년 대비 16.8% 증가한 3331억원 달해 공사 출범 이후 최대치다. 보조금 지급 노선의 경우 수입이 적은 노선이어서 인건비를 절감하는 노력을 해야지만 코레일은 오히려 이 노선에 대한 인건비를 타 노선에 비해 늘렸다.

그러나 코레일 측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 2007년부터 4년6개월동안 철도운임이 동결되면서 인건비 비중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수서~기흥 전철개통 등 사업이 늘어난 와중에 운전취급 집중화, 차량사업소 통폐합 등으로 인력이 479명 축소됐다"며 "일반철도 인건비 증가율도 2.6%로 정부기관 평균 인상율 5.5%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라고 항변했다.

◆3苦: 주무부처와 갈등…민영화 놓고 티격태격

KTX 경쟁체제 도입을 놓고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코레일의 큰 고충 중 하나다. ‘KTX 경쟁체제’란 현재 코레일 독점의 철도 운영권을 사업자 간 경쟁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정책으로, 지난해 공기업의 민영화 논란에 휘말려 중단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레일은 KTX 민영화에 반대하고 있고, 국토부는 민영화를 재추진하게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토부가 ‘2011년 경영성적 보고서’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코레일의 부실경영과 방만경영을 이례적으로 꼬집고 나선 것도 ‘KTX 경쟁체제’를 다시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많다. 국토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KTX 경쟁체제 도입 등 민영화 재추진을 위해 미리부터 '명분쌓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8일 코레일의 철도관제권을 회수해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철도산업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관제권을 회수해 코레일을 철도사업자에서 철도운영사업자로 격하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여기에 같은날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 측도 자체 연구 보고서를 통해 고속철 중간역이 많아 운영속도와 비용, 운행시간 등에 무리가 있다고 국토부를 '지원사격'했다.

'때리기'에 나선 이같은 국토부의 행보에 코레일 측은 “KTX 민영화를 반대하는 우리에게 괘씸죄를 적용하며 행정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