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글로벌 주요국의 경기지표가 호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된 세계 주요국의 경제지표 중 절반가량은 시장의 기대보다 양호했다. 나머지 지표들은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시장의 기대에 못 미쳤지만 예상보다 좋은 경제지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中, 경기회복 가시화
중국은 글로벌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경기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18일 작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대비 7.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7.8%를 넘어선 것으로 2011년 1분기 이후 8분기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또 작년 3분기 성장률 7.4%에 비해서도 급반등했다.
지난해 12월 주요 내수지표도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12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시장 예상치 15.1%를 웃도는 15.2%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확대됐고 자동차 판매 증가율도 전월 8.3%에서 9.0%로 상승했다. 또 수출 호조에 힘입어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대비 10.3% 상승, 2개월 연속 두자리수 성장을 보였다. 시장 예상치는 10.1%였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고 12월 지표들도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웃도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대보다 실제 중국 경제지표의 회복이 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경제의 저점이 확인되고 당초 기대보다 양호한 회복이 진행 중인 만큼 중국경기 모멘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연구원은 "경제체질 개선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초점을 둔 정책기조 속에서 중국의 향후 성장률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특히 오는 양회에서 고용확대와 도시화를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하면서 내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중소형 도시 확대 ▲인프라 구축 ▲대도시 지역의 서비스산업 육성 ▲도시 중산층 육성을 통한 민간소비 기반 확장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말 신용카드 활성화와 유통망 개선을 통해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소비 촉진을 지원하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중국 경제 회복세가 소폭이지만 전망보다 빠르게 나타나면서 올해는 8%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는 8.1%였으며 세계은행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8.4%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새 정부 출범으로 경기회복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와는 달리 하반기에는 부양책 효과가 사라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성장세가 주춤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오웨이 소시에테제네랄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경제는 경기순환적인 회복국면에 있다"며 "1분기와 2분기에는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그 이후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반면 선행지수 및 서베이지표가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경기회복 모멘텀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반락했고 서베이지표도 주춤한 모습"이라며 "경기회복 흐름이 잠시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제조업 PMI는 주문 지수를 중심으로 정체됐고 소비심리지수 역시 2개월째 반락 흐름"이라며 "이는 1분기 중 주요 동행지표의 회복세 둔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주택지표 호전…"재정절벽 해결돼야"
미국의 경제지표도 회복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는 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주택착공 건수도 시장의 기대를 크게 넘어섰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가 33만5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 36만9000건을 크게 밑돈 수치다. 전주의 신규실업청구수당건수는 37만2000건이다.
작년 1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는 전월대비 12.1% 급증한 95만4000건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 88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착공건수가 전월대비 급락하고 일시적인 이연·복구 수요회복 등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최근 발표된 주택관련 지표에서 확인된 것처럼 미국의 주택시장 회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 및 주택관련 지표가 호조세이기는 하지만 다른 지표들이 아직 살아나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가 없는 만큼 미국경제의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주택시장 지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지표들은 아직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반등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소비, 제조업지수 등이 호전되는 등 가계와 기업의 위축된 심리가 안정되는 모습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회복세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재정관련 불확실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 아직 '캄캄'
중국·미국과 달리 유로존은 아직 경기회복의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2월 경제기대지수와 소비자기대지수 등 투자심리지표는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지만 기업환경지수와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 산업생산, 소매판대 등 주요 지표는 시장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유로존의 리더인 독일도 2012년 GDP성장률과 산업생산 등 대부분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로존의 이런 상황 등을 반영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IMF는 지난달 24일 2013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5%로 0.1%포인트 낮췄다.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진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0.1%포인트 낮아졌다. IMF는 유로존 붕괴 및 미국 재정절벽 관련 위험이 상당히 감소했지만 유로존 위기 재고조와 미국의 과도한 대규모 재정감축에 따른 하방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IMF가 이번에 경제성장률을 하향한 것은 올해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적지만 회복기대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