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말이 아니다. 지난해 초 '빵집 철수'에서 '나홀로 Go'를 외친 탓에 여론이 따갑다. 그리고 계열사 부당 지원 논란, 경영진의 국감 증인 불출석, 최근에는 이마트의 내부 직원에 대한 불법 사찰 문제까지 잇따라 터졌다. 신세계의 '굴욕 도미노'가 일년 가까이 계속된 셈이다. 문제는 그렇게 한번 쓰러진 도미노가 좀처럼 일어나지 못할 기세라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신세계를 향한 집중포화는 그룹의 '후계자 남매'인 '정용진-정유경'에 쏠린다. 무엇보다 그룹의 '황태자'격인 정용진 부회장은 이번 '굴욕기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경영자로서의 중요한 평가지표 하나를 잃었다. 바로 '소통의 경영자'라는 애칭이다. 
 
◆정용진…잘 나가던 '소통맨' 어디로?

지난 2010년 2월 첫선을 보인 정 부회장의 트위터는 당시 개설 70여일만에 팔로워 7000명을 돌파하며 두산 박용만 회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소통의 경영자'라는 칭호를 받았다. 
통상 대기업 오너가 사람들이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는데다 일반인과의 접촉을 기피하는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소비자라면 누구나 거리낌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불만과 질문에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취했다.

새로운 IT제품이 나오면 트위터를 통해 후기를 공유하며 '재벌가의 때'를 벗는 노력도 서슴지 않았다. 한때 일부 소비자나 모 회사 대표와의 입장 차이로 인해 '트위터 설전'을 벌이기는 했어도 그룹의 오너가 일원인 그가 일반인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한 점은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그러던 그가 최근엔 '소통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경영자가 되고 말았다. 이번 이마트 노조에 대한 불법사찰 문제를 계기로 '최악의 소통자'라는 절하된 평가도 뒤따른다.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특이사항을 기록해놓은 문건까지 공개된 마당에 더 이상 예전의 '쌍방향 경영자'라는 명성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는 이마트 매장에서 발견된 <전태일 평전>을 불온서적으로 간주해 책의 주인을 찾기 위해 난리법석을 떨었고 해당 협력업체 직원을 해고까지 했다. 또 직원의 여자친구가 민주노총에 근무한다는 사실까지 보고하는 등 반인권적이고 불법적인 노무관리를 자행했다. 이렇게 이마트 1만5000명의 직원들은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도용당하거나 양대 노총 사이트의 회원가입 여부가 조회됐고 회원으로 가입했을 경우엔 해고까지 당했다.

비록 이 모든 것을 정 부회장이 지시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혀 몰랐을 리도 만무하다.

지난 1월16일 '이마트 직원 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주최한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은 신세계의 이런 행태를 들어 "노조와 노동단체를 대화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척결해야 할 적으로 봤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이마트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 위원회는 이마트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 부회장과 허인철 이마트 대표 등 임직원 10여명을 지난 1월29일 고용노동부와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그럼에도 한때 '트위터 경영'으로 시시각각 신세계의 중요 사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서슴지 않던 정 부회장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해선 현재까지 일언반구의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활발한 트위터 활동 도중 지난 2011년 미니버스 출퇴근 논란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자 그는 트위터를 탈퇴하고 페이스북으로 말을 갈아탔다.


 

◆정유경…빵집 이어 국회 미출석…방관하면 된다?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된 '굴욕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빠인 정 부회장이 '소통'을 잃었다면 그는 소비자,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케이스다.

지난해 초 재벌가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큰 파장을 일으켰을 당시 삼성, 롯데 등의 대기업들은 속속 '빵집 장사'에서 빠졌다. 하지만 정 부사장이 지분 40%를 보유한 신세계SVN만 이 시기 기존 매장을 새로운 브랜드로 바꾸며 오히려 사업 강화에 나섰다.

정 부사장이 사실상 지배하던 신세계SVN은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매장에서 '데이앤데이'와 '슈퍼프라임 피자', 신세계백화점에 '베키아 에 누보'와 '달로와요' 등 빵집 130여곳을 운영하는데 이 기간 동안 시세확장에 더욱 열을 올렸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결국 정 부사장을 '우회적으로' 겨냥해 칼을 들었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을 동원해 신세계SVN의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등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그룹에 과징금 40억6100만원을 부과한 것. 신세계그룹이 이마트 등에 입점한 신세계SVN의 수수료율을 최대 80%(5%→1%)까지 낮춰 적용한 게 발각된 탓이다.

이후 여론의 뭇매가 한층 거칠어지자 정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주식 80만주를 회사가 63억8080만원에 전부 사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신세계SVN의 지분을 모두 팔았다. 소비자, 그리고 골목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당초 귀담아 듣지 않다 뒤늦게서야 '지분 매각'이라는 묘수로 비난의 굴레에서 표면적으로 벗어난 것이다. 

하지만 정 부사장의 '무관심 행보'는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불출석한 태도에서도 한번 더 드러났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정기국회 당시 그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거래'와 관련, 공정위와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증인 출석을 통보받았으나 해외출장 등의 사유로 불참해 국회의원들로부터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특히 정 부사장을 둘러싸고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의 증인 출석에 불응하면서 낸 불참사유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사유서를 통해 "2013년 10월5일부터 20일까지 15박16일간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출장이 예정됐다"며 불참을 통보했는데 국회에 제출한 뉴욕행 항공티켓의 날짜는 '2012년 10월8일'인데 반해 출국일은 1년 후 시점으로 기재돼 "면피용 사유서 제출이 아니냐"는 논란을 키웠다.

어찌됐건 정 부사장은 오빠인 정 부회장(벌금 700만원)과 함께 최근 지난해 국회 증인 불출석에 대한 '대가'로 벌금 400만원을 부과받았다.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 신세계 오너가 남매는 2013년을 '잃은' 상태에서 시작하게 됐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