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 두산, SK하이닉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상장사 125개사. 이 회사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국민연금기금이 5%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
국민연금이 최근 기금고갈 논란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계에서는 '큰 손'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운용규모는 작년 10월 현재 384조4000억원에 달한다.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3.1% 수준이며 세계 4대 연기금으로 꼽힐 정도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이유는 운용자금을 늘리기 위해서다. 단순히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에도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다.
◆투자실적 긍정적 vs 목표치 미달 '방만경영'
그렇다면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실적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국민연금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투자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운용자금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투자운용 실적은 긍정적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국민연금은 올해 32조원의 연금보험료와 16조원의 투자수익으로 약 48조원의 총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말 적립기금은 4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내년에는 464조원, 2015년 504조원, 2016년 546조원, 2017년 591조원의 적립기금이 조성돼 매년 수십조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운용자금 실적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자산운용으로 64조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삼성그룹이 휴대전화·반도체·선박 등을 팔아 남긴 순이익(62조5000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투자실적 역시 지난해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10월까지 5.79%를 기록하는 등 높은 성과를 거뒀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세계 주요 연기금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반면 비효율적인 투자로 목표치 미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연금의 5년 평균 운용수익률은 지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6년 동안 목표치를 하회했다. 투자대상별로 보면 주식투자의 기복이 특히 심했다. 지난 2008년 국내주식 연간 수익률은 -39%, 해외주식은 -58%에 그쳤고 2011년에도 각각 -10%, -6%에 머물렀다. 해외 대체투자도 2006년, 2008년, 2009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운용자금 수익은 올랐지만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고, 운용실태 역시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실제 감사원이 발표한 국민연금 운용실태 감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부실기업 지분을 고가에 인수하는가 하면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대한 투자수익률 검토를 소홀히 해 기금 수익성을 악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민연금 부과기준이 되는 소득액을 줄여 신고하는 사례를 확인하고도 이를 바로잡지 않아 결과적으로 연금 재정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0년 2월 예상 투자수익률이 15.7%라는 내부 검토보고서에 근거해 A생명보험을 인수하는 B사모펀드에 215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의 최종실사 결과 예상 투자수익률은 최대 절반수준에도 못미치는 7%에 불과했다. 또 같은 해 3월 펀드운용사가 제안한 3300억원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나, 두달 후 감자로 인한 주식 소각에 따라 15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2011년 3월부터 매입한 C보통주가 위험관리대상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41.8% 급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매각 등의 검토 없이 방치해 1247억원의 손실을 본 사례도 적발됐다.
SOC에 대한 투자도 지침에 따르지 않고 엉망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2007년 SOC사업에 투자할 당시 할인율이 10%인데도 적정 할인율을 산정하지 않은 채 수익률을 7%로 정해 투자에 나섰다. 이 때문에 318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2011년 감사원으로부터 F사 등 일부 사업장이 신규가입자의 소득을 낮춰 신고함으로써 보험료가 적게 징수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서도 이를 방치해 5348억원 상당의 연금보험료를 부족하게 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SOC에 대한 투자 결정 시 적정 할인율을 분석하고 해당사업으로부터 예상되는 수익의 현재가치가 투자금액보다 큰 경우에 투자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일러스트레이터_임종철
◆어디에 투자했나?
국민연금이 지난해 투자자금을 늘린 곳은 제약과 음식료 등 경기방어 업종이다. 종근당의 비중을 7.25%까지 높였고 부광약품(5.09%)과 동국제약(5.09%)도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5% 이상 투자했다. 주식 8.34%를 보유하고 있던 한미약품의 지분율도 9.40%로 늘렸다. 환인제약(8.26%)·대웅제약(8.39%)의 지분도 더 사들였다. 대웅제약은 전체기업 중 국민연금이 가장 많은 지분(3.25%)을 사들인 종목이다.
내수주인 음식료·의류·홈쇼핑 등에도 적극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남양유업의 비중을 5.02%까지 늘리며 공시대상에 포함됐다. 또 크라운제과와 빙그레의 지분율도 각각 1.01%포인트와 1.11%포인트씩 올렸으며 삼양홀딩스와 대상의 지분도 각각 1.03%와 1.11%씩 더 사들였다. 사조산업과 동원산업 등 이른바 '참치주'의 비중 역시 각각 2.03%포인트, 1.08%포인트 높였다.
우량 IT주 역시 국민연금의 투자대상이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의 비중을 종전 6%에서 7%까지 늘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이후 삼성전자의 주식을 최근까지 0.2%가량 더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LG전자에 대한 지분율도 7.41%에서 9.44%로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은 2017년까지 약 40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채권과 주식, 대체투자, 단기자금 등 투자운용자금을 더 늘려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