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네팔을 가더라도 하루쯤 시간을 떼어 가고 싶은 곳, 누군가 카트만두에서 하루 이틀 시간이 남는다면 꼭 가보라고 하는 곳, 박타푸르(Bhaktapur)다.



◆네팔 '보기'가 아닌 '만나기'

박타푸르는 사실 지나치기 쉬운 장소다. 휴가 일정이 빡빡한 한국 여행자가 안나푸르나나 에베레스트 등반도 버거운데 박타푸르 같은 오래된 도시까지 둘러 볼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건 몇 개월씩 여유를 두고 대륙을 횡단하는 학생 또는 휴직자에게나 가능할지 모른다. 애초에 네팔을 등반의 목적으로 생각하고 왔다면 말이다. 그래서 아깝게 지나치게 되는 지역이 박타푸르와 치트완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니 우열을 가려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네팔을 등산만이 아닌 일반적인 여행지로 놓고 생각했을 때 강력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이곳, 박타푸르다. 특히 문화와 종교,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카트만두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카트만두에서 15km,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박타푸르다. 동행자들과 돈을 모아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굳이 좁은 버스를 타고 가는 이유는 이곳 사람들과 더 가까이 어울리고 싶기 때문이다. 버스 노선은 꽤 돌아가는 듯하다. 승객이 계속해서 밀려 들어오기 때문에 일찌감치 뒷자리를 선점하고 버스 안팎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도시를 벗어날수록 관광지가 아닌 현지가 느껴지고, 보이는 간판들도 꽤나 흥미롭다. 버스 안에는 어느덧 사람들과 함께 들어온 버팔로 쿰쿰한 카레 냄새가 퍼진다. 며칠 동안 헤매다닌 안나푸르나도 좋았고, 카트만두 타멜 거리의 이색적인 기념품 가게와 서점,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도 좋았지만 박타푸르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비로소 네팔이 피부로 와 닿는다.

도기 광장

 
커리 향신료

◆지붕 없는 박물관

버스가 지나칠 새라 박타푸르 입구에 내린다. 길을 물어 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박타푸르?'…. 빼 놓지 말아야 할 것은 정성을 다한 미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각국의 여행자를 맞는 곳이니 찾기에 어려울 것은 없다. 박타푸르에 도착하면 하얀색 게이트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입장료가 있다. 있어도 정말 비싼 금액 1100루피(2013년 현재 한화 2만2000원가량)나 한다. 네팔에서 이 가격이면 엄청난 금액이다. 배낭여행자의 숙소나 한 끼 식사 금액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고, 하룻밤 정도 묵어가고자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게이트는 마치 중세로 향하는 비밀의 문과 같다. 터키블루 빛 하늘 아래 붉은 지붕의 조화가 강렬하다. '신도들의 도시'라는 뜻의 박타푸르는 네팔의 옛 도읍지였다. 15~18세기 3개의 말라 왕국(카트만두, 파탄, 박타푸르) 중 하나였고, '바드가온' 또는 '콰파'라고도 불렸다. 힌두교 색채를 지닌 도시로, 힌두사원을 비롯해 건축 양식이 독특한 멋과 색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7세기 후반에 세운 건축물로 히말라야 남부의 중세 유적을 대표한다.


가장 유명한 유적은 냐타폴라(Nyatapola) 힌두사원이다. 1702년 부파틴드라 말라 왕 때 지어진 건물로 박타푸르에서 가장 높은 사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감상뿐 아니라 높이가 30m나 되는 가파른 이곳을 직접 올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5개 석단 위에 5층 목조탑이 있는데 목탑까지의 '등반'이 가능하다. 역시 네팔은 '오르는 맛'이 있다. 오래된 건물이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34년 대지진 때도 무너지지 않아 18세기 건축술의 견고함을 입증해 보였다고 하니 이곳에 오를 때는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한편 도기 광장(Potter's Square)도 유명하다. 박타푸르 특산물인 붉은 도기를 만드는 곳으로 늘어선 도기들이 햇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레를 써서 그릇을 빚는데, 우리나라의 물레 쓰는 방식과 조금 다르다. 커다란 물레를 발로 돌리며 호리병을 빠른 속도로 만들어 내는데 그 숙련된 솜씨에 홀려서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전통적으로 나무 조각술도 유명해 근처의 특산물 집에서는 도기와 나무조각이 어울린 각종 기념품을 구경할 수 있다.


타우마티 광장

◆현재를 사는 도시

붉은 도시의 아침은 활력이 넘친다. 도시의 공동 수도에는 물을 뜨러 오거나 몸을 씻는 아낙들로 북적이고, 길가에는 보시 그릇이 놓여있다. 무언가 열심히 기도하는 아낙들의 모습에서 이곳이 '신도들의 도시'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모두가 착한 얼굴을 가진 무척이나 종교적인 사람들이다.
 
게이트 앞 덜발 광장이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유적스러운' 곳일지 모르겠다. 비교적 한적하고, 관광할 만한 것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어진 골목 뒤쪽으로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이 시작된다. 바쁘고, 시끄럽고, 복잡한 시장통을 만나게 되는데, 온 동네가 나무와 벽돌로 지은 옛날 집이다. 살림집, 레스토랑, 인터넷방, 각종 숍, 헬스클럽, 이발소 등 18세기 건물에서 21세기의 삶이 고스란히 진행되고 있다. 지붕 위에 널어놓은 빨래가 이 도시가 살아 있음을 말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위에 빨래가 알록달록…. 유적도 유적이지만 이들에겐 사는 게 먼저다.

이것이 바로 박타푸르의 매력이다. 도읍을 잘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집을 비워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오래된 집에서 현재를 살고 있다. 삼백년 전 집을 지었을 때는 생각하지 않았을 간판도 지붕 위나 처마 아래 자리를 잡았고, 집을 개방해 물건을 팔기도 하고, 시장에서는 생선이며 야채며 각종 찬거리들이 매우 현실적인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아이들은 부모를 도와 일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여행자들에게 '머니 머니!' 하는 것이 일상화 됐는지, 눈만 마주치면 이렇게 외칠 때가 많았다. 소기의 목적도 있겠지만 '여행자들에게 말을 거는 방법은 아닐까?' 생각하면 그들을 대하기가 조금 덜 짜증스럽다. 한번은 부모님을 돕던 식당집 아들에게 감동을 받아 울컥 했는데, 다른 장소에서 만난 이 아이가 우릴 알아보고 '머니머니!' 했을 때, '아이고, 요 녀석!' 하는 말과 함께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야외 공용탁구장에서 신나게 탁구를 즐기는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우리를 발견하고 손짓발짓으로 인사를 하고, 심지어 탁구대 위에 올라가 춤을 추며 격한 환영의 표시를 했다.


문득 궁금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른바, '지붕 없는 박물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은 매일 새로 찾아오는 여행자를 대상으로 일상의 비즈니스를 하고, 아이들은 부모를 돕고 때로는 밖에 나가 호객행위를 한다. 300년이 넘은 낡은 집에 살면서 공동 수도에서 물을 떠 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오래된 나무에서 벌레도 나오고, 삐걱거리는 복도는 가끔 으스스하기도 하다. 우리에게 볼거리인 박타푸르의 생활 모습이 그들에겐 가난하고 고된 하루하루 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곳을 비어있는 옛날의 유적지가 아닌, 살아 숨 쉬는 현재의 마을로 만들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되도록이면 오래오래 이 모습 그대로 살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은 여행자의 이기심이겠지…. 다만, 아직은 볼 수 있고 감탄할 만한 때에 이곳으로 이끌어준 것에 감사하며 작별인사를 한다.
 
 
[여행 정보]
 
항공권 구입
인터파크 항공: http://tour.interpark.com
웹투어 할인항공권 : www.webtour.com
대한항공: http://kr.koreanair.com
 
▶가는 법
< 한국에서 네팔 가는 법 >
인천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로 직항 또는 인천에서 방콕 등을 경유해 카트만두 입국

대한항공 주 1회 직항노선 있음: 직항 7시간가량 소요(돌아올 때는 6시간가량)
 
< 카트만두에서 박타푸르 가는 법 >
1. 카트만두 바그 바자르(Bagh Bazar) 버스터미널에서 박타푸르까지 약 1시간30분/요금 25루피 (2013년 1월 기준)
2. 택시 750~800루피
 
▶시차
우리나라보다 3시간15분 느림
 
▶환전
화폐단위: 루피화로 직접 환전 불가.
원화→달러→루피로 환전 박타푸르에선 환전이 어려울 수 있으니 카트만두에서 미리 해 가는 것이 좋다.
박타푸르 입장료 1100 루피(2013년 1월 기준)
 
< 박타푸르의 볼거리 >
구왕궁 - 55개의 나무 창문이 유명하고, 쿠마리 여신을 모신 사원과 왕의 목욕탕 등이 있다.
국립미술관, 부파틴드라(Bhupatindra)왕 동상 - 덜발 광장에 위치 

파슈파티(Pashupati)사원 - 15세기 말라 왕조의 야샥왕이 카트만두의 파슈파티 사원을 본떠서 만든 것.
바이랍나트(Bhairabnath) 사원 - 타우마티 광장주변, 냐타폴라 사원(본문 소개) 오른쪽에 있고, 조각이 유명하다.
 
< 음식 >
더히 - 네팔식 요구르트. 버팔로 젖으로 만든 요구르트를 살짝 얼린 것으로 박타푸르의 특산물인 붉은 도기에 담겨 있다.
모모 - 티벳 음식으로 네팔의 서민음식이다. 우리나라의 만두와 똑 같은 모양이다.
박타푸르에는 여행자를 위한 커피와 서양식 브런치 집이 여러 곳 있고, 생과일 주스도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시장통 모모 집에서는 이 지역 사람들과 어울려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 숙소 >
박타푸르 올드타운에 위치한 여행자 숙소로 덜발 광장 주변에 몰려 있다.
골든게이트 게스트하우스, 시바 게스트하우스, 냐타폴랴 게스트하우스 / 8~20달러(1박)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