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식과 새로운 제품은 새로운 용어와 함께 다가온다. 대부분이 별 뜻은 없어도 듣기에 그럴듯한 외래어인데 이런 용어를 몇 가지 섭렵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된 듯 한 지적 포만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외래어의 '우리말 순화'도 바람직한 일이나,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비록 외래 용어일지라도 제대로 알고 쓰는 것이 기본이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늘어가는 관심 속에 널리 잘못 사용되거나 혹은 (자전거업체의 경우) 사용에 주의가 필요한 용어를 살펴본다.



◇ 컨트롤러(controller)



핸들에 조그맣게 장착되어 자전거의 속도나 배터리 잔량을 알려줌과 동시에 사용자가 몇 가지 버튼 조작으로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도 있는, 이 전자기기는 국내에서 '컨트롤러'라는 이름으로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자. 배터리와 모터 사이에 위치하여 출력특성을 제어하는 까만 상자의 이름이 뭐였더라? 그것이 바로 컨트롤러!



사용자가 손으로 조작하는 앙증맞은 기기의 올바른 명칭은 '콘솔(console)'이다.



↑ 전기자전거용 콘솔 / 사진: 알톤스포츠 페이스북


◇ 파스(PAS)



'물파스'를 떠올리게끔 하는 이 용어는 전기자전거 영역에서 야마하(Yamaha)가 최초로 쓰기 시작했다. 'PAS'는 'Pedal Assist System'의 약자로서 사용자가 페달을 돌리는 운동강도를 감지하여 그 크기에 비례한 전기동력을 보조한다는 개념을 내포한다. 시중의 거의 모든 전기자전거가 여기에 속하는 기능을 제공하며 따라서 거의 모든 자전거업체들이 제품설명에 'PAS 기능이 있음'을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영어로 작성된 전기자전거 기사나 팸플릿에서는 이 용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위에서 밝혔듯 PAS는 야마하가 자신들의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 지어낸 것으로서 해외 사용자들에게는 동일한 기능을 의미하면서 더 익숙한 다른 표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인 '페달링 보조(pedal assist)'가 PAS와 뜻이 일치한다. 전기자전거를 뜻하는 이바이크(e-Bike) 중에서 페달링 보조 기능을 갖춘 것은 페딜렉(pedelec)으로 정의되기까지 했으나, 현존하는 전기자전거들 중에 그렇지 않은 게 없는 이유로 이 용어는 잊혀져가는 중이다.



↑ 1995년 산요(Sanyo)가 대한민국에 출원한 전기자전거 특허문서에서 동력장치의 출력특성을 설명하는 도면(제7도). 국내 전기자전거 특허 중 페달링 보조 기술을 다룬 첫 사례이다. / 이미지: 산요, 10-1995-0006018, 전동자전거.


야마하는 2013년 1월23일 국내 개인으로부터 PAS와 유사한 등록상표인 'FAS'를 인수하였으며 이어서 1월25일에는 자전거 상품 영역에 'PAS' 상표를 정식 출원했다. 국내에서 PAS는 전기자전거 기능을 설명하기 위한 기술용어로서 공공에 의해 수년간 널리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상표등록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짐작되나 만약 야마하가 상표권을 얻는다면 이는 타 자전거업체가 제품설명에 PAS를 표기하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 센터드라이브(CENTERDRIVE)



모터의 부착 위치에 따라 전기자전거를 구분할 때, 국내에서는 '앞바퀴 모터' '뒷바퀴 모터' '중앙 모터' 등 세 가지로 설명하면서 특히 차체 중앙(센터)에 모터가 위치한 경우 '센터 모터 방식' 또는 한발 더 나아가 '센터드라이브'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현대식 전기자전거의 구동 메커니즘이 애초에 우리나라 엔지니어에 의해 탄생하지도 다듬어지지도 않은 탓이다.



공학지식을 가지고 전기자전거를 구분할 때 모터의 부착 위치가 주요한 관심사인 이유는 그 위치가 '모터로 무엇을 돌릴 것인가'와 관련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시각에 맞춘다면 전기자전거의 종류에는 '앞바퀴 구동' '뒷바퀴 구동' '크랭크 구동' 등 세 가지가 나오고 이와 연속선상에서 센터드라이브는 본디 '크랭크드라이브'라고 칭해야 옳다.



센터드라이브™를 장착한 전기자전거. 페달링 보조 기술이 온전치 못했던 2000년 초만 해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전기구동방식은 ①앞바퀴 구동 ②뒷바퀴 구동 ③크랭크 구동의 순이었다. 그러나 이후 센서의 감도와 모터 제어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은 모터가 어디에 위치하든 사용자가 페달링과 보조동력 사이의 부조화를 눈치 채기 어려운 수준에 올려놓았다. 다만 꼼꼼히 비교하자면 현 시점에서 승차감이 가장 떨어지는 전기자전거는 뒷바퀴 구동방식이고, 앞바퀴 구동방식은 보조동력이 핸들조작을 간섭하는 경향이 있으며 크랭크 구동방식의 단점은 체인의 마모가 다소 빨라진다는 것이다. / 사진: (주)벨로스타 제공.
(주)벨로스타는 2012년 초부터 자사의 전기자전거 및 전기동력키트 상표로서 '센터드라이브'라는 명칭을 공공연히 사용해온 바 있다. 상표권을 얻게 된다면 그간 전기자전거 관련 지식을 전파하면서 센터드라이브 용어를 사용한 언론매체는 간접광고를 해준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