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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 리스크는 ‘저리 가라’다. 국내 증시의 중심이 되는 상장사들이 연일 '핵폭탄'을 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장상황으로 인해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핵폭탄'은 시장을 '멘붕'(멘탈 붕괴) 상태로 만들고 있다.
"희망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의 말이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GS건설, '멘탈붕괴'의 시작
지난 10일 GS건설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실적 발표 직후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은 앞다퉈 "신뢰가 무너졌다", "회복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업황 회복은 최소 2014년" 등의 암울한 내용을 담은 리포트를 쏟아냈다.
이들 중 특히 "신뢰가 무너졌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업계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것은 GS건설이 예상보다 훨씬 나쁜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약 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발표 결과 영업손실은 535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9년 4분기에 수주한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을 일시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2분기 실적 자체는 기저효과로 인해 나아질 가능성이 크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 2009년 4분기에 수주한 프로젝트의 원가율 상승을 일시에 반영한다는 것은 원가관리를 상시 수행해야 하는 건설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의견 '매도'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중립'(HOLD)부터 '없음'(Not Rated)까지 쏟아졌고, 현 주가보다 낮아 사실상 '매도'를 에둘러 말한 견해들이 한둘이 아니였다.
심지어 GS건설이 실적 발표 이전 올 초에 회사채와 기업어음(CP)를 통해 1분기에만 1조18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사실이 알려지며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하기 전에 미리 자금을 끌어 모으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쏟아질 정도다.
이 때문일까. GS건설의 주가는 지난 12일 4만9400원에서 지난 15일 3만2600원으로 33.91% 급락했다.
◆'만도 우회 증자'에 운용사들 분노
GS건설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지난 12일 만도는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378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마이스터는 3358억원을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공식적으로는 만도가 마이스터의 물류 인프라 강화 및 신사업 전개라는 명목하에 유증에 참여한 것이지만, 결론은 한라건설에 직접적인 출자가 불가능한 만도가 마이스터로 우회해 유증에 참여한 셈이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투자업계는 혹평을 쏟아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5일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는 악몽"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내렸고, 목표주가를 17만원에서 8만7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만도의 지난 12일 종가는 9만9500원이었다. 12.56% 더 떨어질 수 있으니 사실상 팔라는 견해를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개선이 진행 중이라는 점과 무관하게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으며, 조수홍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이슈는 신뢰의 문제이며, 향후 시장에서의 신뢰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주주들은 아예 제동을 걸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만도 계열사인 마이스터의 한라건설에 대한 증자납입 금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
만도의 의결권주식 32만1586주(1.77%)를 보유한 이 회사는 "지난 12일 결정된 만도의 마이스터를 통한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 결정은 28%의 대주주를 제외한 72%의 만도주주와 종업원들의 이익을 명백히 훼손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면서 "이에 15일 만도의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대해 주금납입중지 가처분신청을 서울동부지법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공매도' 때문에 지분 매각 결정한 셀트리온 서정진
GS건설, 만도의 사례와는 조금 다르지만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업체인 셀트리온도 16일 금융투자업계에 폭탄을 투척했다. 그동안 꾸준히 이어지던 공매도 등에 시달리던 셀트리온이 백기를 든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빠르면 5월 말이나 6월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연합(EU) 승인이 끝나고 나면 셀트리온 및 계열사 주식 모두를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이날 오전 10시에 갑작스레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폭탄발언'을 꺼낸 이유에 대해 서 회장은 "불법 공매도 세력과 2년간 싸웠지만 금융당국은 단 한번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며 "금융시스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와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탐욕스런 투기세력을 막아내는 데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제약회사로 발돋움하도록 하기 위해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자 한다"며 "나를 내려놓는 것이 나를 믿고 함께 해준 셀트리온그룹 임직원들과 해외 파트너사들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 발전하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 세력의 공세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11년 4월부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월19일 1만695주를 기록했던 셀트리온 공매도 수량은 20일 하루 만에 6만3053주로 급증했다.
이후 금융당국이 3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며 잠잠해졌지만 조치가 풀리자마자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심지어 지난 2011년 10월에는 시장에 분식회계설이 돌았고 서정진 회장의 도주설이나 임상실패설 등 악성 루머가 횡행했다.
◆금융투자업계 "결국 신뢰 문제"
금융투자업계는 각각의 사안 자체는 다르지만 '신뢰'라는 부분에서 이들 사안을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GS건설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로 신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고, 만도는 어려운 계열사에 도움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에둘러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들은 시장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기본적인 신뢰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GS건설이나 만도의 문제와 함께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책임이 있는 애널리스트들이 결론적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긴 하나, 당연히 기업에 대한 정보라는 것이 기업에서 나오는 것을 가지고 분석해서 전달하는 건데 그런 점에 있어서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교감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름대로 옳은 정보를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애널리스트들도) 문제"라고 일침을 놨다.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할까.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5일 '신뢰'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냈다.
이날 리포트에서 '레몬 마켓'(불량품 섞인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곽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은 꿈을 잇는 곳이며, 그곳은 신뢰가 바탕"이라면서 "몇몇 종목들의 이익에 대한 불신은 한국증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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