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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 중소도시에 사는 맞벌이 주부 A씨(38)는 최근 일당 10만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큰딸을 집에서 가까운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서는 1순위 번호표를 받아야 했기 때문. 직장생활로 이른 시간부터 대기할 수 없었던 A씨는 하루 세끼 밥값을 포함해 아르바이트생에게 12만원을 지급했지만 결국 1순위를 받지 못했다. A씨는 "무상보육이 확대된 이후 어린이집 대기표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좋은 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워킹맘'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고 밝혔다.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정책으로 맞벌이 가구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맞벌이부부에게 '좋은 어린이집 보내기'는 가장 큰 관심사인데 복지확대와 기준완화로 어린이집을 이용하기 위한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사실상 뒤로 밀려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불만사항이 꾸준히 제기되자 맞벌이부부를 좀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무상보육 확대에 '너도나도' 어린이집
맞벌이 부부가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춘 어린이집이다. A씨처럼 맞벌이를 하는 주부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도 최적의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무상보육을 확대하면서 맞벌이 여부를 떠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너도나도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면서 정작 꼭 필요한 맞벌이 부부들은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특별시가 지난 4월5일 발표한 '서울시 보육통계'에 따르면 무상보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2012년 서울시 전체 영유아(0~5세) 중 어린이집에 다니는 인구는 23만9335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2만4472명(11.4%) 증가했다.
그중 0세부터 2세까지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자 증가수는 2만2679명으로 전체 증가분의 93%를 차지했다. 이는 무상보육을 실시하지 않았던 기간에 비해 20%포인트 늘었다. 서울시 전체 영아(0~6세) 25만6528명 중에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숫자도 13만4174명(52%)로 8%나 증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상보육이 전면 확대되면서 기존에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았던 전업주부들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맞벌이부부의 어린이집 이용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많을 땐 집에서, 적을 땐 어린이집
양육수당의 많고 적음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이들 때문에 어린이집이 포화상태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3년 3월부터 0∼5세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해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0세는 20만원, 1세 15만원, 2~5세는 10만원이 지급된다.
집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일부 전업주부들 사이에서는 양육수당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수당이 많은 0~1세 때는 집에서 키우고, 양육수당보다 어린이집에 무상으로 맡기는 게 더 이익인 2~5세는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이다.
실제 양육수당 지급이 실시된 올해 3월 서울시의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증가율은 44%에서 4%로 뚝 떨어졌다. 이에 반해 2세부터 5세까지의 영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3월말 현재 만 2세부터 5세까지의 영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비율은 1월 대비 평균 2.1%포인트 늘었다. 연령별로는 2세 1.5%포인트, 3세 4.6%포인트, 4세 1.7%포인트, 5세 0.1%포인트씩 증가했다.
문제는 양육수당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통상 2∼3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업무에 복귀하는 맞벌이부부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무상보육 확대로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지 않는 것을 '손해'라고 생각하는 심리와 양육수당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합쳐져서 빚어진 결과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같은 대기업에 다니는 아내와 함께 맞벌이를 하고 있는 B씨(35)는 "괜찮은 시설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 맞벌이부부가 겪고 있는 고충은 실제 맞벌이가 돼 봐야만 알 수 있다"고 털어놨다.
◆정책완화에 맞벌이 설움은 2배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영유아법 개정으로 어린이집 우선 입소에 관한 기준이 완화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겪는 서러움은 더 커졌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 우선입소 대상자를 확대했다. 기존 '맞벌이 가정', '3자녀 이상인 다자녀 가정'에 '5세 미만 자녀 2명 이상인 가정'을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완화했지만 맞벌이 가정에게는 우선입소 자격을 갖춘 인구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된 결과를 가져왔다.
맞벌이부부 사이에서 이와 관련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서울시는 어린이집 입소우선 순위에서 맞벌이 가정 자녀를 고려해 순위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무산된 보육료 차등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보육료 차등 지원은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는 종일제(오전 7시~오후 7시), 전업주부에게는 반일제(오전 7시~오후 3시)를 적용해 보육료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만 0세 39만4000원, 만 1세 34만7000원, 만 2세 28만6000원, 만 3~5세 22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을 중앙정부에도 건의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맞벌이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전업주부와 맞벌이 양쪽 모두에 공평한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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