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느님께 맹세하고 다시는 나쁜 짓 안하고 교회 다니면서 착하게 살게. 내가 소년원 나갈 때까지만 살아있어 주면 안돼? 나 태어나서 한번도 해본 적 없는 효도를 한번 해보고 싶어.(중략)"
"사랑하는 아들. 고맙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 그렇게 예쁜 마음들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마한테 충분한 효도를 했거든. (너와) 아름다운 곳도 가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해. (엄마는)지금 많이 두려운 생각이 든다.(중략)"
2006년 하늘나라로 떠난 (고)윤수영씨(가명) 모자의 편지 내용이다.
당시 41세의 나이에 말기 암과 사투 중이었던 윤씨.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그는 남편과 아들이 있었지만 별거 중이었다고. 아들은 5살 때 헤어졌는데 그동안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연대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 간호사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는 주저 없이 "아들을 만나고 싶다"며 눈물을 삼켰다.
2006년. 어느덧 16살로 훌쩍 커버린 아들 김상우(가명)군.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성장해야 할 나이에 혼자 쓸쓸하게 생활하면서 김군은 방황을 많이 했다. 설상가상 오토바이를 훔친 혐의로 소년원에 들어갔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윤씨는 몸도 가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들의 면회를 가고 싶어 했다. 모두가 말릴 정도로 몸이 악화된 상황이었지만, 그의 간절함까지 말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브란스병원 호스피스팀과 지인들이 결국 힘을 합쳤다. 소년원에 응급차를 불러 가기로 한 것. 그리고 윤씨는 아픈 몸으로 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탄원서를 제출했는데 다행히 소년원 측에서도 응급차 안에서 40분간의 면회를 허락했다.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윤씨는 설레는 맘으로 응급실에 아들이 평소 좋아한 피자도 따로 준비했다. 하지만 정작 준비한 피자는 한입도 채 먹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상봉한 두 모자는 서로 보자마자 부둥켜안은 채 한동안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몇개월 후 윤씨는 행복한 미소를 띈 채 하늘나라로 떠났다.
세브란스병원 가정간호와 호스피스실의 현장을 취재해 환자들의 삶을 기자의 눈으로 담은 신간 <가슴에 품은 생명의 노래>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가슴에 품은 생명의 노래>는 세브란스병원 가정전문간호사실과 호스피스실의 도움을 받아 임종을 준비하는 주인공 및 그의 가족 25명을 직접 만나 엮은 책이다.
저자 김금영 기자는 인터뷰 도중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접했다고 한다. 인터뷰 할 때까지만 해도 할머니와 오순도순 살았던 이희수 할아버지가 책이 발간되기도 전(1월20일)에 세상을 떠났고, 김금영 기자와 또래인 한경형씨도 1월22일 생을 마감했다. 직장암 말기였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던 이규숙씨 역시 인터뷰가 끝나고 일주일 뒤(2012년 12월17일) 남편을 떠나보냈다.
김 기자는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을 꼽는다. 시한부 삶을 산다고 해서 모두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것. 김 기자는 오히려 그 안에서 행복과 감동, 희망이 더 크게 와 닿는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웃었던 소중한 인연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 사람들은 절망이 아닌 희망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낼 줄 알고, 또 그들을 기리며 다시 일어서고 있었어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며 눈물보다 밝은 미소를 보낼 줄 아는 사람들이었거든요."
또 행복의 기준은 마음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매사에 불만이었고 사는 게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지금 편하게 숨을 쉬고 아무렇지 않게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뒤늦게 깨닫게 됐죠. 그들의 삶도 마찬가지에요. 굳이 우리가 애써 그들을 측은하게 볼 필요가 없어요. 그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행복과 희망이 넘쳐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