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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무관하게 칼바람만 줄창 불어대던 여의도 증권가에 M&A(인수합병) 열풍이 불고 있다.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은 많지만 이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투자증권이다. 지난달 말 매각주관사가 결정된 우리투자증권은 이달 안에 매각공고를 내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과연 우리투자증권의 새주인은 누가 될까. 현재로서는 안갯속이지만 누가 인수하든 손쉽게 증권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만큼 업계 안팎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민국 5대 증권사 중 하나이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2위, IB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투자증권의 인수전을 미리 예상해봤다.
◆ 외국계 잔치된 1조원 메가 딜
정부는 우리투자증권을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과 묶는 패키지 매각을 결정했다.
지난 7월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가를 반영한 우리금융의 평가액은 5조418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모든 자회사를 합한 수치로, 지난 2011년 평가액보다 1조883억원 늘었다.
시장에서는 매각 예상 가격을 약 1조3000억∼1조5000억원대로 보고 있다. 말 그대로 '대어', '메가 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국내 IB들의 경우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16~17일 이틀에 걸쳐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단 한군데도 제안서를 받지 못했다. 사실상 외국계 잔치가 된 셈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국내 증권사들이 경쟁사다보니 영업전략이나 노하우가 노출될 우려가 있어 국내 증권사들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주관사 입찰에는 도이치증권, 메릴린치증권, 씨티글로벌마켓증권, UBS증권 등 4곳의 외국계 IB와 삼일회계법인, 삼정KPMG 등 2곳의 회계법인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지난 7월31일 우리투자증권 계열의 매각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일회계법인이 선정됐다. 회계·법률자문사로는 각각 삼일회계법인과 법무법인 광장이 정해졌다.
정부와 우리금융은 매각주관사가 선정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다. 시점은 8월 중순이 유력하다.
◆ 교보·HMC, 물망 올랐지만…
아직 매각공고도 나오지 않은 시점이지만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회사들은 KB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교보생명, HMC투자증권이다.
이 중 교보생명과 HMC투자증권은 특별한 입장표명이 없는 데다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현재 우리투자증권보다는 우리은행쪽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인수하겠다는 제스처가 없음에도 지속적으로 후보로 언급되는 이유는 인수여력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자금동원력을 고려할 때 1조원가량은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현대차가 지난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HMC투자증권이 단숨에 업계 1위로 도약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HMC투자증권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전에 등장한다면 제대로 된 '복병'이 되겠지만 현재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서다.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의 규모나 자금동원능력을 감안하면 (인수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위해 준비 중인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외에 하나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미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의 경우 한번 더 나서는 게 여의치 않고 신한금융은 인수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KB-NH 양강 구도 '유력'
인수자로 거론된 후보군 가운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다.
이들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검토하는 가장 큰 이유는 '1등'이라는 점이다. KB이나 NH 모두 증권업계에서는 상위권 회사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두 회사 모두 단숨에 1등, 혹은 2등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회사의 실무자들은 이미 인수 시 그룹과의 시너지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등 자리를 잡기 위한 이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아직 매각 공고가 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대표들이 나서서 인수 의사를 피력할 정도다.
지난달 27일 취임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업무에 나선 정회동 KB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는 취임사에서 "발전적인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대형증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농사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농불실시'(農不失時)를 인용했다. 시장에서는 우리투자증권의 인수 의지를 에둘러 밝힌 것으로 풀이했다.
이전에 LG투자증권 부사장(현 우리투자증권)을 역임한 정 사장의 이력을 두고, 지주 차원에서 우리투자증권의 인수를 위해 데려온 '맞춤형' 인물이라는 평까지 나올 정도다.
임종룡 NH농협금융 회장 역시 지난달 11일 취임식에서 우리투자증권 인수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또 지난달 17일 설치한 신사업 성장전략 TF(태스크포스) 역시 대외적으로는 금융시장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조직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조직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물론 M&A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현재 유력한 인수주체인 KB금융의 경우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우리은행 인수전에 나오기 힘들 테니 정부가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NH농협금융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아 어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두 회사 모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비은행 자회사 규모를 손쉽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새롭게 업계 상위 증권사로 떠오를 회사는 어디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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