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은 좋은데 '대어'가 없다
자기자본 1000억 넘는 기업 없어… 부진 이어질듯

기업공개(IPO)시장의 침체가 올해에도 이어졌다. 올 상반기 IPO시장은 간신히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초부터 7월 말까지 누적 공모기업 수는 총 15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 16곳 대비 한곳 줄어드는데 그쳤다.

하지만 IPO시장이 활황을 누렸던 2011년 42곳과 비교할 경우 감소폭은 64%로 커진다. 특히 코스피시장의 상장기업 기근현상이 두드러졌다. 올해 주식시장에 입성한 15곳 중 DSR만이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것.

배성환 삼성증권 IPO 이사는 "유난히 코스피시장 상장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상대적으로 대기업이 경기변화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PO시장의 부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심사를 통과한다고 해서 당장 상장해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하반기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기업들이 상장을 미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이내에 상장하지 않을 경우 다시 상장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

다만 새내기 기업들이 어려운 시장상황 속에서도 공모가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장기업 줄었지만 성적은 '굿'

8월 초 추가로 증시에 입성한 2곳을 포함해 올해 공모를 진행한 IPO기업들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233.8대 1이며, 청약경쟁률은 545대 1이다. 올 상반기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인 것을 감안할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이는 상반기 투자자들의 관심이 공모시장에 쏠려 있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공모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를 공모기업들의 주가가 상장된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견조한 수익률을 달성한 데서 찾는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8월2일까지 상장한 기업 중 공모가를 밑돈 기업(6일 기준)은 우리이앤앨(-21.43), 윈팩(-24.13) 등 2곳에 불과한 반면 공모가대비 상승률이 100%가 넘는 기업은 4곳에 달한다. 아이센스(110%), 삼목강업(116.54), 엑센스바이오(116%), 금호엔티(164.19%)가 바로 그들이다.

이 중 금호엔티는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 대비 200%나 높은 시초가를 형성했다. 금호엔티는 신발용 기초소재와 국내 자동차 내장재용 부직포를 제조하는 업체로 탄탄한 매출처가 장점이다. 금호엔티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포함해 토요타 등 글로벌 메이커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액 505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아이센스도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66.2% 늘어난 4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분기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김현태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영업이익 역시 송도공장과 원주공장의 가동률 증가로 분기 최대이익을 갱신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모가대비 90% 넘게 상승한 세호로보트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2.6% 늘어난 22억3500만원을 기록하며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이처럼 상장 이후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는 기업 뒤에는 우수한 실적이 있다. 이에 공모기업에 투자할 때는 해당기업의 실적을 비롯해 매출 다변화 가능성 등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대했던 대기업 IPO도 물 건너가

상장기업들의 주가수익률이 호조세를 보이자 하반기 IPO시장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이 9개에 달하고 예비심사청구를 완료한 기업도 13곳이 넘어 IPO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사 IPO 담당자들은 다소 부정적인 반응이다.

배성환 이사는 "IPO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위해서는 현대로템과 같은 자기자본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 대어들의 상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자기자본규모가 100억~200억원 수준인 기업들의 상장은 이어지겠지만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상장은 현대로템 외에는 예정된 게 없다.

현대로템의 경우 당초 8월 상장을 목표로 준비했으나 경기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현재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난 6월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상태라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올해 안에는 상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의 주관사를 맡고 있는 대우증권의 방한철 IPO팀장은 "현재 현대로템 측과 상장시기를 논의 중이나 정확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장상황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교대상 기업의 주가가 하락해 당초 예상한 공모가를 받지 못하게 됐다.

또한 현대로템과 함께 올해 기대되는 공모기업으로 거론되던 미래에셋생명은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으나 사실상 IPO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실적과 업황이 문제다. 미래에셋생명은 2012회계연도(2012년 3월~2013년 3월) 순이익 62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1회계연도의 1358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업황 역시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 이익률이 하락해 좋지 않다. 국고채 금리가 3%대로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의 신규투자 수익률도 떨어진 것. 이런 이유로 4%대 후반을 유지해온 자산운용 이익률이 4% 미만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미래에셋생명의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의 배성환 IPO 이사는 "미래에셋생명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상장 자체를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장예비심사청구도 하지 않은 터라 상장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2010년과 2011년 IPO에 나섰으나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을 미룬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