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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가 팔 수 있는 것뿐이네. 그런데 웃기는 건 자네가 세일즈맨이면서 그걸 모른다는 거야.” –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한때 우리나라에서 방문판매원이 활발히 활동했던 시기가 있었다. 기업의 유통망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가호호 방문해 갖가지 상품을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고 계약 및 수금까지 했다. 문학전집이나 백과사전 등 서적에서부터 화장품, 생활용품 등 종류도 다양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방문판매원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체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이에 대해 정반대의 답을 내놓는다. 세일즈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했던 방문판매원이라는 직업은 사라져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일즈라는 행위가 줄거나 세일즈 직종이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산업이 고도로 발달하고 디지털화가 심화되어 갈수록 세일즈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으며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신간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세일즈의 세기’를 맞은 현재를 조명하고 세일즈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활용의 지평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통계는 정반대의 사실을 드러낸다.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발간한 고용구조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9명 중 1명은 여전히 세일즈 일을 하고 있다. 1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일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팔고자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형적인 세일즈 직종인 부동산 중개인, 자동차 딜러, 보험설계사 등이 그렇다.
여기서 나머지 8명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 역시 넓은 의미의 세일즈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판매할 상품이 가득 든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지는 않지만, 자기 직업을 영위함에 있어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모든 행위들을 한다면 그것도 세일즈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출판사에 전화해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매력 있는지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고, 프로팀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선수단을 다독이며, 변호사는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의사는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급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세일즈에 속한다. 다니엘 핑크는 이를 ‘비판매 세일즈’(non-sales selling)이라고 명명한다. 직접적인 판매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움직여 경제활동을 촉진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판매 세일즈에 탁월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핑크는 세일즈 업계의 오랜 격언인 ABC, 즉 ‘Always Be Closing’(항상 판매를 마무리 지어라)을 대신할 새로운 ABC로 ‘Attunement’(동조), ‘Buoyancy’(회복력), ‘Clarity’(명확성) 등을 꼽는다. 동조란 자신을 다른 개인이나 집단 또는 어떤 일의 맥락과 조화를 이루게 하는 능력을 말하고, 회복력은 고객의 거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불굴의 의지와 쾌활한 성격을 가리키며, 명확성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내고 이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결국 다니엘 핑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세일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다. 다른 사람을 움직여서 그들이 가진 것을 자신이 가진 것과 교환하게 만드는 능력은 개인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며, 우리 사회를 구동시키는 근원적 힘이기도 하다. 돈과 물건만이 오가는 것이 아닌 인간의 일부를 나누는 것, 다시 말해 세일즈는 인간 그 자체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 세일즈에 대한 이해가 비로소 완전해진다고 할 것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극작가 아서 밀러가 책에서 말한, ‘우리가 가진 것은 우리가 팔 수 있는 것뿐’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가 아닐까.
다니엘 핑크 지음 | 청림출판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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