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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 1%대에도 체감물가는 5%대
루이스 캐럴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환경이 움직이기 때문에 제자리에 멈춰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뒤쪽으로 이동해버려 한자리에 머무르려면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기묘한 법칙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비롯된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는 어떤 대상이 변화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경쟁대상이 더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뒤처지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도 이러한 붉은 여왕 효과를 적용해볼 만한 부문이 적지 않은데 특히 물가가 그렇다.
◆ 박근혜 정부, 물가상승률 1%대 안착
14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17대 이명박 정부 때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그야말로 '꾸준하게' 올랐다. 등락을 거듭하긴 했어도 '상승일변'이라는 추이는 변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승추세는 18대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전 정부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인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1.3% 상승했고 4월 1.2%, 5월 1.0%, 6월 1.0%, 7월 1.4%, 8월 1.3% 등으로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의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2%보다 크게 하락한 것이다.
심지어 소비자들이 더 자주 구입하는 품목들로 산출한 생활물가 상승률은 더 낮았다. 3월 0.8%, 4월 0.7%, 5월 0.2%, 6월 0.3%, 7월 0.9%, 8월 0.8%로 매달 1% 미만을 기록했다.
새 정부 들어 물가가 낮아진 것은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급등하던 원료가격이 떨어진 데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물가 잡기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전인 지난 2월 서민생활 안정 기반 마련을 위해 임기 중 선진국 수준인 2%대 물가를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5개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 14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운영'을 위해 임기 내 소비자물가를 선진국 수준인 2%대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위해 ▲유통단계 축소, 유통경로 간 경쟁촉진, 유통체계 효율화 등을 통해 구조적 수급안정 기반을 마련하고 ▲알뜰주유소 확대, 혼합판매와 유류공동구매 활성화, 전자상거래시장 정착 등 석유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한편 ▲알뜰폰서비스 활성화,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유도 등을 통해 통신요금 경쟁촉진 및 단말기 가격인하를 유도키로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3월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할 경우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이때부터 정부는 가격인상 억제 등 대대적인 물가잡기에 나섰다.
덕분에 6개월째 소비자물가가 1%대라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 대한민국 물가, 정말 안정됐나
지표상 물가가 매우 안정됐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국민들은 물가안정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최근 한 경제연구소는 일반대중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의 상승률이 통계청이 발표하는 정부 공식물가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기준 중산층과 체감중산층의 괴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13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 발표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의 차이는 4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OECD가 산출하는 기준(2012년 4인 가족 기준 월소득 177만~531만원)으로 중산층에 포함되는 응답자의 54.9%는 자신을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평가한 응답자가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 두 집단 모두 자신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5% 이상이라고 답한 부분이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올해 상반기 체감물가 상승률이 5.0%,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무려 5.7%라고 답했다.
물론 이 같은 결과가 올바른 것은 아니다. 우선 이번 조사결과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8%포인트로 나타났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본래 물가지수 작성기관에서 발표하는 물가상승률이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지수물가가 여러 가지 상품의 가격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종합적·평균적으로 계산한 데 반해, 피부로 느끼는 물가는 소비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기 때문이다.
연령별 차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40~50대의 경우 소득이 높지만 그만큼 소비지출도 많기 때문에 체감물가가 높게 형성되며, 60대 이상의 고령층의 경우 소득이 적기 때문에 체감물가를 높게 느낀다. 즉 지표가 왜곡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가지표와 체감물가 간 괴리가 높아진다면 정부 정책부터 시작해 우리나라의 경기 활성화 등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2로 전월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들이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가 5개월 만에 하락한 것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는 실제경기와 체감경기의 괴리로 이어져 정부의 통화정책 수단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또한 체감물가 상승은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정부의 내수활성화 대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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