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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삼선동 1가 300번지 일대 '장수마을'. 이 지역은 서울에서 손꼽히는 낙후지역이다. 한양도성 성곽 밑에 자리하고 있어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지만 '개발붐'이 일기 시작한 1960년대에도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4년 재개발예정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선뜻 나서는 건설사가 없었다. 또한 오래된 마을의 특성상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장수마을은 어떻게 변화했나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이 지역은 낙후된 채로 시간을 허비했다. 특히 노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이 지역은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한겨울에도 난방에 어려움을 겪는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부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은 이웃간의 '소통'을 기반으로 공동체로서의 기반을 다져갔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점과 필요한 점 등을 짚어 나갔다.
이렇게 모인 주민들의 의견은 성북구 등 자치단체에 전달됐고 결국 '주거환경관리사업지역'으로 선정됐다. 그 결과 도시가스가 들어오고 마을박물관, 주민사랑방, 도성마당 등이 생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하수관거와 가로환경, CCTV 설치 등 기반시설이 정비됐고 주택마다 최대 50%(1000만원)까지 공사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서울 성북구의 장수마을은 주민들 간 소통이 생활에 변화를 가져온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다. 소통을 통해 자치단체를 움직였고 이것이 결국 '주거환경관리사업'이라는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성북구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남철관(사진) 센터장은 "이웃간 소통은 우리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사라지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의 변화가 소통 단절 가져와
이웃을 사촌으로 여기던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거주형태의 변화가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한국의 주거형태는 마당이 딸린 집에 담벼락이 낮았다. 마당에만 나와도 옆집 이웃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한 구조였다. 당연히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했다. 산업화로 마당은 사라졌지만 이웃간의 소통이 원활한 구조는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나 아파트가 우리 사회에서 주요 주거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이웃간의 소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남철관 센터장에 따르면 길음뉴타운지구 등 성북구내 재개발 지역에서 원주민의 정착률은 20% 수준에 머물었다. 나머지 80%는 외지사람들이 이사를 와 거주단지를 형성했다.
또한 아파트라는 주거형태는 '수직적'이라는 공간 형태의 특성을 갖고 있다. 개인 혹은 한 가구의 동선이 일정하게 짜여져 소통이 사라지고 삭막해지는 것이다. 남철관 센터장은 "아파트는 이웃 간에 서로 관심이 생기는 구조가 아니다"면서 "아파트의 마을만들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웃 간 소통에 대한 의지가 줄어든 것도 문제점이다. 비록 공간의 제약이 있어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데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 센터장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준희의 벽보' 사례를 꼽았다. 지난 2011년 11월 충북 청주시 한 아파트에는 벽보가 붙었다. 새로 이사온 7살 어린이 준희가 스케치북에 자신의 소개를 남긴 것.
벽보에는 "12층에 이사왔어요. 자기소개입니다. 저희 가족은 힘 세고 멋진 아빠랑 예쁜 엄마, 착하고 깜찍한 준희, 귀여운 여동생 지민이. 저희는 16일날 이사왔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벽보가 붙자 그 밑에 다른 주민들이 포스트잇으로 각종 환영의 글을 남겨 훈훈함을 자아냈다고 한다.
남 센터장은 "한 주민의 의지가 이웃 간 소통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라며 "아파트라는 삭막한 구조 속에서도 충분히 소통과 정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소통이 생활을 바꾼다
이웃 간 소통은 지역주민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예컨대 매년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멀쩡한 보도블럭을 뜯어내는 공사로 논란을 낳고 있다. 남은 예산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만약 지역주민 간 소통을 통해 불편사항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건의하면 실제 주민이 필요한 사항이 개선될 것이다. 예산낭비와 주민불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남철관 센터장은 "주민 한명이 민원을 제기하면 꿈쩍도 안하던 자치단체가 주민 10명, 20명이 모여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면 움직일 확률이 높다"며 "보도블럭 교체예산을 실제 주민이 필요한 사업에 활용하면 지자체와 지역주민 모두 윈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활발한 이웃간 소통을 위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은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이웃 간의 소통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인터넷 이용에 자유로운 젊은 세대로 하여금 온라인을 활용토록 하면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남 센터장은 "이웃주민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SNS를 통해 젊은 주민 간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웃 간 소통을 방해하는 가장 큰 문제로 '장소'를 꼽았다. 남 센터장은 "이웃간 소통을 지원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장소의 부재"라며 "자치단체나 교회, 성당 등 큰 공간을 가진 기관이 주민간 소통을 위한 공간 제공에 선뜻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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