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 다가오고 있다. 2013년 4분기 기업실적 발표가 7일 삼성전자를 필두로 해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어닝시즌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통상 4분기는 어닝쇼크(Earning Shock)시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실적이 대부분 좋지 않기 때문이다. 회계연도 말에 남아있는 잠재손실을 대규모로 반영하거나 일회성 비용처리가 4분기에 몰리는 탓이 크다.
실제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에 한참 못미치는 '어닝쇼크'였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특히 지난해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고 활동을 시작한 1년차라는 점에서 다른 때보다 그 영향이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기업실적이 코스피지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임종필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실적시즌은 어닝서프라이즈보단 쇼크가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돼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진입할 경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번 어닝시즌에는 특히 기업별 옥석가리기 전략을 활용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실적전망이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 기업별 어닝서프라이즈 유무를 판단, 투자할 기업을 선정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4분기 기업실적 전반은 어닝쇼크가 예상되지만 업종별로 단기실적지표(4분기 1개월전 대비 영업이익 변화율)에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보험·유틸리티·운송·의류·상업서비스 등의 영업이익 개선세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전략 측면에서도 이들 업종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게 이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삼성전자도 빗겨가지 못한 4분기 어닝쇼크
기업실적에 대해 어닝서프라이즈와 쇼크를 가르는 기준은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섰는지 여부다. 또한 실적 전망치 평균과 최솟값의 차이가 클수록 어닝쇼크가 큰 업종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4분기 어닝쇼크가 예상되는 업종은 운송·유틸리티·건설·디스플레이·조선·호텔 및 레저·에너지·은행 등이다.
이중 운송은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과 최솟값의 차이가 95.5%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김재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업종은 실제 실적 발표 시 큰 변동성이 예상되기 때문에 추후 실적 변화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 역시 어닝쇼크를 피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8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9조원 중반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에 원화강세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숭우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60원으로 3분기 평균인 1110원보다 크게 떨어져 이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한 데다 그동안 과도한 마진을 누려왔던 아몰레드(AMOLED)사업부가 단가하락과 플렉서블 관련 R&D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급락해 실적전반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주가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기에도 투자리스크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선임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대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9조원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다 자칫 8조원대로 하락해 주가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현재시점을 투자기회로 삼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어닝쇼크 속 의료·자동차 기대감 높아
반면 전망치 평균과 최솟값 사이의 간극이 작은 업종인 의료·자동차·IT하드웨어 등은 4분기 실적의 안정성이 다른 업종보다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임종필 애널리스트는 이들 업종 중에서도 특히 기대되는 기업으로 유한양행, 유나이티드제약, 서흥칼셉, 현대차, 에스엘 등을 선정했다. 이들 기업의 4분기 영업이익은 최소 전망치 기준으로 보더라도 전년 동기대비는 물론 직전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큰 폭의 하향 조정 없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중 유한양행은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5.5% 증가한 2435억원을 기록하며 분기기준 사상최대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의 실적개선을 이끈 건 ETC(전문의약품)와 API(원료의약품)사업부다.
김태희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ETC사업부의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22.4% 증가한 1840억원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API 수출액도 69% 증가한 348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돼 실적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차 역시 국내공장 가동률이 3분기 80%대 후반에서 4분기 107%로 증가해 큰 문제없이 견조한 실적 달성을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업종이 부진하더라도 개별 기업에 따라 실적전망이 상향조정된 기업도 있다. 강원랜드, SK C&C, 두산중공업, 엔씨소프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엔씨소트프는 지난해 10월29일 중국에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이 중국 게임머니 거래액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의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분기보다 115.6% 증가한 662억원을 기록하며 시장전망치(555억원)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 출시 이후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10월29일 20만4500원에서 12월30일 24만8500원으로 올라 21.52%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 그럼에도 아직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한 만큼 투자기회가 남아있다는 게 정 애널리스트의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