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시간이라는 먼지에 덮여 차츰 과거가 되어간다. 현명한 사람들은 시간에 덮여있는 역사 속의 교훈을 하나씩 벗겨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과거를 책에서 만나는 이유다.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에드워드 카(E. H. Carr)가 ‘역사란 과거와 현실간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이야기한 것도 ‘지금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여기의 답’은 ‘어제 거기’에 있다.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는 전장의 주체였던 명장들의 역사를 살펴 지금 여기에 없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에는 동서양의 고대와 근현대를 아우르는 8명의 장군이 소개돼 있다. 저자가 8명의 명장들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은 명확하다. ‘왜, 그들은 이기고 또 이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공통의 답을 찾고 있다. ‘왜’라는 물음에는 ‘어떻게'도 포함돼 있는 듯하다. 이 중 불패의 신화 알렉산드로스의 원정기는 우리에게 ‘알렉산더 대왕’으로 더 친숙한 인물의 가장 불타는 인생의 한 장면이다. 특히 5만의 군사를 이끌고 원정을 떠나는 알렉산드로스의 모습은 일리아드 오디세이의 한 장면 같이 다가온다. 물론 그 목적은 다르겠으나 ‘길 위의 인생’의 승부는 벌이는 전투마다 목숨을 건 치열함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젊고 잘 생긴 황제 알렉산드로스의 키워드는 단연 속도다. 정예화된 군대를 가지고 속도로 밀어붙이는 전술은 경영 현장의 리더라면 그 중요성에 대해 한 번쯤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속도는 단지 ‘빠르다’의 의미만으로 국한할 수 없을 것 같다. 속도는 거리와 시간의 상관관계이기 때문이다. 속도를 상황(거리)과 타이밍(시간)으로 생각해본다면, 알렉산드로스는 타이밍의 귀재다. 지금 상황에서 해야 하는 행동에 대한 명확한 자기 확신이 있었다.

황금갑옷과 깃털이 달린 투구를 쓰고 벌이는 공성전이나 적에게 꼬리를 물린 채 적의 심장을 향해 뚫고 들어가는 젊은 황제의 무모한 모습에는 천재적인 타이밍 감각이 있었다. 리더에게 타이밍이란 ‘지혜’와 다르지 않다. 지혜는 알고 있는 지식을 상황과 시간에 맞게 활용하는 기술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정예화된 아군의 능력과 상대편의 전력을 상황에 융합해 넣는 시간을 알고 있었다. 전투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감각을 전세판단이라고 한다. 전세판단은 단편적인 전력비교가 아니다. 지형, 사기, 기상, 그리고 앞으로 벌어지게 될 상황에 대한 예측까지 가지고 내리는 직관적이며 종합적인 판단이다. 전세판단의 중요성에 대해 저자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더군다나 알렉산드로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전쟁과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력으로 몰아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과 몰아침을 멈추는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 p.82

알렉산드로스를 경영의 현실로 끌어들여보자. 경쟁시장에서 시장을 뒤흔들고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지 못하면, 또 주도권을 유지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승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격동하게 만드는 힘은 저자의 말처럼 ‘판단-결정-실행’이 통합된 기업에게로 돌아간다. 과거 GE가 그랬고, 애플이 그랬고, 지금은 구글과 아마존이 그렇다. 규모의 크고 작음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직원들의 꿈을 뒤흔들고, 시장의 욕망을 격동하게 만드는 리더가 우리시대 경영전장의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임용한 지음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