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어 사전에 오른 신조어, ‘pizzled’. 이는 puzzled(당황한)와 pissed(짜증난)의 합성어로, 함께 있던 사람이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들고 통화나 문자를 할 때 느끼는 무안함을 뜻한다. 이런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잠시라도 무언가에 집중하지를 못하는 ‘주의력 결핍’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
감성지능 EQ로 유명한 대니얼 골먼은 “지금 인류는 역사상 가장 주의력이 결핍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기업에서 5분 분량의 PT를 할 때도 사람들이 집중하는 시간은 1분을 넘기기 어렵고, 독서를 할 때도 갖가지 방해요인(주로 수시로 울리는 핸드폰 알림 소리) 때문에 2페이지 이상 연속해서 읽기가 힘들다. 산만함이 만연한 시대, 주의력이 결여된 현대 문명에 맞서 주의력을 회복하는 이유와 방법을 설파하는 책 <포커스>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한가지 재미난 사실은 이미 수십년 전에 이런 미래를 예견한 사람이 있다는 것. “정보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주의를 잡아먹는다. 정보의 풍요는 주의의 결핍으로 이어질 것이다.” 197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의 말이다. 주의력이 떨어지면 몰입하기가 어렵고, 이는 업무나 학업 등의 성과와 직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주의력을 높일 수 있을까.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에게는 그의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가 있다. 그의 영어통역사인 툽텐 진파(Thupten Jinpa)다. 달라이 라마의 강연에서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통역과 달리, 한번에 통역하는 분량이 아주 길다는 것. 라마가 적어도 15분 동안 티베트어로 계속 이야기하면 통역사가 다시 15분간 영어로 바꿔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통역사도 이 정도의 분량을 한번에 통역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도대체 그 비결이 뭘까.
그는 인도 남부의 티베트 불교 사원에서 어린 수도승 시절에 받았던 훈련을 떠올린다.
“아침에 스무 줄을 암송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하루 종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외웁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서 낭송합니다. 다음날 다시 스무 줄을 추가해 총 마흔 줄을 암송하지요. 이런 식으로 전체 구절을 암송하게 됩니다.”
이런 놀라운 암기력의 비밀은 단기 기억의 용량을 확대하는 데 있다. 외운 내용을 단기 기억공간에 잠시 보관했다가 이를 다시 장기 기억공간으로 옮기는 방식을 따르는데, 첫 번째 단계인 단기 기억공간을 늘려서 장기 기억공간으로 옮기는 양을 늘리는 것이다.
주의력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은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두뇌의 좌측 전전두엽에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을 상기시켜주는 신경회로가 들어있다. 이 긍정적인 감정 상태가 되면 신경회로가 활성화되고 그에 따라 집중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나 음악 분야에서 기술을 갈고 닦는 일이든 학업과 회사업무에 도움 될 기억력을 높이는 일이든 남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이려는 일이든, 주의력이 필요한 일들의 핵심은 동일하다. 즐거움과 적절한 방법, 그리고 완전한 집중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힘을 내는 조합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