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유통업체들이 데이(Day)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을 두고 ‘억지 상술’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상술이 만들어낸 기념일이 많은데다가, 문화적 트렌드에서 탄생된 날이라도 일부 업체들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기념일을 억지로 만들고 데이마케팅을 벌이며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즐거운 3월 유통가

데이마케팅의 기본은 매달 14일이다. 1월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12월14일 ‘허그데이’까지 매달 기념일이 있다. 여기에 새로운 두세 개의 기념일들이 더해져 유통가는 1년 내내 ‘데이마케팅’ 전쟁이다.

3월 만해도 삼겹살데이(3일), 삼치·참치데이(7일), 화이트데이(14일) 등 눈에 띄는 기념일만 사흘이다. 유통가에 3월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달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 2월27일부터 3일까지 삼겹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늘었다. 한달전과 비교하면 무려 138% 증가했다. 삼겹살데이 당일인 3일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2.5%나 늘었다. 롯데마트 역시 지난 2월27일부터 3일까지 삼겹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상승했다.

삼치·참치데이에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이벤트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대형마트에서는 참치 해체쇼를 벌이는 등 판매촉진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평소보다 2~3배 정도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화이트데이는 오히려 규모가 더 큰 기념일이다.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보다도 전체 매출액이 더 높은 날이다. 최근 BC카드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보다 화이트데이의 전체 매출액이 1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할 것 없이 고객 사로잡기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삼겹살데이나 삼치·참치데이처럼 이색적인 기념일은 재미까지 더할 수 있고 농축산업계나 수산업계를 돕는다는 측면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없는 기념일들도 그냥 지나칠 순 없다”며 “기념일 관련 상품을 기획해 내놓으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기념일 유래 살펴보니

사실 삼겹살데이나 삼치·참치데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만들어진 기념일이 아니다. 삼겹살데이는 축산 양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지역 축협이 2003년부터 3이 겹치는 3월3일로 지정했다. 삼치·참치데이 역시 2006년 해양수산부와 한국원양어업회가 참치 소비확대를 위해 지정한 날이다. 3월7일의 3·7 발음이 삼치·참치와 비슷해 정한 날이다.

또한 오이데이는 5월2일을 숫자로 쓰면 5·2가 된다는 데서 나왔다. 이날은 농촌진흥청이 오이 농가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오이를 먹는 날로 정했다. 구구데이는 농림부가 닭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정한 날이다. 9월9일이며 숫자로 써서 읽으면 닭의 울음소리인 구구가 된다는 데서 나온 날이다. 11월11인 가래떡데이도 의미가 담겨있다. 농업인의 날을 알리기 위해 정해진 날로 농림부는 이날을 농업인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쌀 소비 활성화를 겸해 행사를 열고 있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기념일이 있으며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숫자적 의미만 담고 있는 기념일로 업체로서는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특수인 셈이다. 더구나 이들 기념일 중에는 업체들이 만들어낸 날들도 포함돼 있어 ‘억지 상술’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사진=류승희 기자
◆기념일 가장한 ‘숫자조합’

상술이 낳은 가장 대표적인 기념일은 화이트데이라고 할 수 있다. 1976년 일본의 한 과자가게는 달걀노른자로 양과자를 만들면서 남은 흰자로 마시멜로를 만들었다. 이 과자가게의 대표는 어느 날 한 여성지에서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밸런타인데이만 있고 여자가 선물을 받는 날은 없어서 불공평하다’는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그는 백화점과 함께 화이트데이를 만들고 속에 초콜릿이 든 마시멜로를 판매했다. 이날이 1977년 3월14일이다. 이후 마시멜로의 흰색을 따 ‘화이트데이’로 이름을 바꿨다.

최근에는 다이어리데이부터 블랙데이, 로즈데이 등 매달 14일이 기념일로 여겨진다. 여기에 2월3일 인삼데이, 3월3일 삼각김밥데이, 5월9일구데이, 6월9일 육우데이, 7월7일 추어탕데이, 8월8일 라면데이, 11월1일 한데이, 11월11일 빼빼로데이 등 국적을 알 수 없는 ‘억지 상술’로 만들어진 기념일들이 가득하다.

특히 빼빼로데이는 1994년 부산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11일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라는 의미로 빼빼로를 교환한 데서 시작됐다. 이 소식을 한 제조회사는 이날을 대대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며 지금까지 데이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롯데제과를 비롯한 제과업체들은 2011년 11월11일을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부르며 기념일 전부터 광고를 쏟아냈다. 그해 롯데제과는 빼빼로 하나만 860억원어치를 팔았다.

이처럼 데이마케팅과 매출의 연관성이 깊다보니 일부 업체와 단체들은 자사 제품과 연관된 특별한 날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쉽게 돈을 벌기 위해 날짜를 조합하는데 더 집중한다. 단순히 숫자에 의존한 기념일이 넘쳐나는 게 당연하다. 이 같은 상술은 기념일에 소홀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질 수 있는 부담감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비난으로 번졌다.

'억지 상술'만 앞세우며 소비자를 ‘봉’으로 여긴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밸런타인데이의 경우 초콜릿 수요가 급증하다보니 생산자가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 불량품이나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를 사용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원래 가격의 몇배에 달하는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념일을 가장한 장삿속’으로 변질된 업체들의 상술이 낳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