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거래처 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5초, 10초, 30초…. 어색한 침묵이 계속되고, 점점 더 입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그렇게 아무런 대화 없이 회의실에 들어와 회의를 시작하는데 무겁고 서먹한 분위기가 여전히 공기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한두번도 아니고 이런 경우를 자주 겪는 박 대리.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대리는 ‘잡담’의 능력을 모르고 있을뿐더러 이를 활용하는 법도 알지 못한 것. 보통 잡담이라고 하면 쓸데없이 주고받는 말 또는 잠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상대와 이야기하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잡담이 마냥 쓸데없는 말에 불과할까. <잡담이 능력이다>는 이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는 책이다. 모든 관계는 진지한 대화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쓸데없어 보이는 잡담에서 관계의 싹이 트기 마련이다. 30초 전후의 대수롭지 않은 잡담 속에는 그 사람의 인간성과 사회성이 응축돼 있다는 것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다.


예를 들어, “오늘 날씨 정말 좋네요” 하며 말을 건넸는데, 상대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냐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무시당했다는 생각마저 들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무의식중에 누군가에게 다가가도 좋을지 어떨지를 잡담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잠깐의 잡담을 통해 상대의 속마음을 간파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 잡담은 단순히 말 잘하는 능력이 아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사실 생면부지의 사람보다 안면은 있지만 교류가 많지 않은 회사 동료나 상사, 일 때문에 만나야 하는 거래처 사람과의 대화가 더 어렵다. 겨우 인사만 나누고는 다음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얼굴에 경련이 일 정도의 어색한 미소만 지어보인 적이 있지 않은가? 바로 이러한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고 더 나아가 인간관계를 깊게 쌓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잡담 능력이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면접에서 다른 사람과 격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굉장히 뛰어난 능력이다”라고 했다. 용건밖에 전하지 못하는 사람, 상사의 질문에 일문일답으로만 답하는 사람,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잡담은 더 없이 필요한 능력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잡담의 의의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잡담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방법과 원칙을 알려준다. 그가 드는 원칙은 모두 5가지. 첫째, 잡담은 알맹이가 없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 잡담은 인사 플러스알파로 이뤄진다. 셋째, 잡담에 결론은 필요 없다. 넷째, 잡담은 과감하게 맺는다. 다섯째, 훈련하면 누구라도 능숙해진다. 이 5가지 원칙을 이해한 다음 잡담의 기본 매너를 익히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누구라도 잡담을 통해 깊은 인간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펴냄 | 1만3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