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영 MTN 전문위원과 백선아 MTN 앵커가 만나 핫한 트렌드의 맥을 짚어 드립니다. 센스 있게 흐름을 읽어주는 미녀 앵커와 시크하게 경제 포인트를 짚어주는 훈남 전문가가 경제 이야기를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세상 흐름 속 숨어있는 경제이야기를 함께 하시죠.


통신사 간 경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서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는 건 바람직한 상황인데, 얼마 전에도 데이터 사용량이 큰 고객을 잡기 위한 'LTE 무제한 요금제' 경쟁이 붙기도 했다.


지난 4월15일에는 S사에서 '고객 맞춤형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는 무제한 음성통화는 기본이고 망 외 음성이나 데이터 사용량의 패턴에 맞게 조절해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렇게 점점 각자의 취향에 쏙 맞는 맞춤형 요금제가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도 맞춤형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구글이 자사의 휴대폰사업은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면서도 끝까지 붙잡은 게 있다. 바로 '프로젝트 아라'로 이름 붙인 모듈형 조립식 스마트폰이다. 조립형태의 휴대폰이 나온다면 내가 원하는 기능만을 넣고 더 보강할 수도 있을 터. 무엇보다도 필요 없는 기능은 빼 가격을 낮추고 구동능력은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진화하는 속옷시장 리드하는 트루앤코

이렇듯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함께 하는 스마트폰처럼 속옷도 진화하고 있다. 전자기기도 아닌 속옷이 진화한다고? 이런 의심을 갖는다면 당신은 트렌드를 읽는 데 하수다. 여성 속옷이 발전해봤자 '와이어가 더 편리해지거나 더 가볍고 얇아지거나 기능성이 풍부해지는 정도'를 예상했다면 그 이상의 발전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여성 속옷시장도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단순 'a, b, c컵'에서 벗어나 훨씬 다양해진 사이즈의 '1차 속옷 혁명'은 이미 우리 생활에 익숙해진 트렌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서 상용화된 속옷 중 가장 꼭 맞을 법한 속옷을 고르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내가 내 사이즈의 속옷을 만드는 단계로 진화한다. 최근에는 여성 맞춤형 속옷을 제작해 판매하는 '2차 속옷 혁명'이 일고 있다. 맞춤 정장, 맞춤 셔츠의 개념이 여성속옷시장으로 침투한 것인데 그 중심에 '트루앤코'(True & co.)가 있다.

아직은 '트루앤코'라는 브랜드가 생소한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검색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곧 한국여성 사이에 깊숙하게 침투해 생활의 일부가 될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렴하고 간편하며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트루앤코는 기성 사이즈를 소비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나에게 꼭 맞는 속옷을 주문하면 제작해준다. 우선 트루앤코 사이트에 들어가면 15개의 질문이 있다. 정확한 치수 측정이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 질문들을 통해 고객의 가슴 사이즈와 모양을 유추한다.

트루앤코의 장점은 정확한 치수파악에 그치지 않는다. 첫 구매자가 45달러를 내면 제품 10개를 보내주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은 반송하도록 한다. 홈쇼핑 등 온라인 쇼핑 시 무료 환불 여부를 중요시하는 국내 여성고객의 성향상 트루앤코의 이런 마케팅 전략은 꽤 성공적일 듯하다.


맞춤옷이 좋지만 기성복을 사는 이유는 번거로움과 가격 때문이다. 트루앤코는 번거로움뿐만 아니라 가격 고민도 말끔하게 없앴다. 기본제품이 20달러이므로 2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대다. 국내 유명 속옷브랜드 'V'의 기본속옷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고, 해외 유명 속옷브랜드'C'도 마찬가지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경쟁력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서로 다른 체형 만족시킨 비결은 '빅데이터'

여성속옷시장은 상상외로 크다. 전세계 시장규모가 무려 300억달러(약 31조원)다. 이 중 브래지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으로 절대 무시 못 할 규모다. 따라서 늘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 바로 속옷시장이다. 특히 상위 3~4개 업체가 절대 우위를 형성하고 수많은 중소업체가 난립하는 것이 전세계적 추세다.

단일시장으로는 최대규모인 약 140억달러의 미국 속옷시장. 이곳에서는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이 압도적 1위를 달린다. 시장점유율이 무려 44%다. 1995년부터 매년 세계 최고의 란제리 패션쇼인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 쇼'를 개최하는데, 미국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연 매출이 60억달러를 넘고, 모기업인 L Brands는 포춘 500대 기업 중 256위에 랭크될 정도로 초대형 기업이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대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하는 가운데 유명 연예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면서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연예인 속옷브랜드는 다양한 스타일과 기능성으로 무장한 채 속옷시장의 혁명을 불러일으킬 듯 의기양양하게 등장하지만 한결 같은 한계를 만난다. 이 브랜드들 역시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성품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누군가가 꾸준히 혁명을 시도했지만 결국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속옷시장에 이단아처럼 등장한 트루앤코를 만든 이들은 여성 연예인도, 디자이너도 아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와 넷플릭스에서 잘나가던 엔지니어 출신들이었다. 트루앤코의 창립자 아티 라마무티(Aarthi Ramamurthy)와 미셀 램(Michelle Lam)은 브래지어를 고르는 것은 단지 S, M, L, XL로 구분해 사는 티셔츠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 여성들의 독특한 체형을 만족시키는 속옷을 탄생시키기 위해 그들은 지난 2012년부터 20만여명의 체형 데이터를 확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축적한 빅데이터 기법을 활용해 세계 최대수준인 6000여개의 기본 체형도 구축했다. 빅데이터로 고객에게 딱 맞는 브래지어를 찾아주는 자신들만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이다. 더군다나 넷플릭스에서의 경험을 살려 고객이 좋아할만한 브래지어의 선택을 대신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단지 온라인을 통해 몇개의 질문에 답했을 뿐인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해보고 선택했던 것보다 오히려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서드러브'(Third Love)도 새롭게 뜨는 브래지어 및 팬티 전문사이트다. 기본 개념은 비슷하다. 이들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고객이 직접 자신에게 꼭 맞는 속옷을 찾게 도와준다. 고객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찍기만 하면 된다. 물론 벗은 몸을 찍을 필요는 없다. 단지 자신의 몸이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찍은 후 몇개의 질문에 답을 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아쉽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서비스를 하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네티즌이라면 방법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도 하루 빨리 맞춤형 속옷을 파는 기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아니면 직접 창업에 도전해볼까? 시장을 이끌 독자들의 발 빠른 행보를 기대해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