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만대 vs 338만대'.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약 338만대로 156만대를 기록한 신차시장의 2배를 넘어섰다. 시장규모(추정치)로 따져도 30조원을 넘어 세계 10위에 해당한다. 중고차 판매의 급성장은 인터넷의 발달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중고차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정보부족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줄여주는 창구로서의 활용이 성과를 본 것이다. 이와 함께 경기침체로 저가에 차를 마련하려는 고객이 늘고 품질개선으로 자동차의 내구성이 강화된 것도 중고차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몫 했다. 또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비교적 투명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 '중고차경매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중고차시장. <머니위크>가 국내 중고차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그 많던 중고차 딜러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상했다.

취재를 위해 국내 중고차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을 방문한 기자는 당황했다. 지난 2002년 첫 차를 이곳에서 구매했던 터라 이러한 풍경은 더 낯설게 느껴졌다. 당시만 해도 차를 사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려고 하면 입구에서부터 딜러들의 호객행위에 전쟁을 치러야 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상반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기자는 당초 하루만 둘러보려 했던 취재계획을 변경했다. 계획도 세부적으로 다시 짰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하루 동안 이곳에 있는 한 매매센터에서 일을 하고, 하루는 차를 사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기로 했다. 이러한 취재계획은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다.

이곳의 상황과 국내 중고차시장의 변화, 그리고 오래됐거나 새로 생겨난 문제점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 장안평에서의 실경험을 바탕으로 '팔고 사는' 두가지 관점에서 국내 중고차시장을 살펴봤다.




/사진제공=뉴스1 박지혜 기자
◆ '팔기 위해' 찾은 11일… '역(逆) 쇼루밍'으로 인한 한산함

일요일인 지난 11일 오전 10시. 봄비가 내려 다소 서늘한 이날 서울 용답동 장안평 중고차시장을 찾았다. 지인이 운영하는 매매센터에서 일일 딜러로서의 체험을 했다. 해당 매장은 매매센터 B동 2층에 위치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이곳에서 일하는 3명의 직원이 반갑게 맞아준다. 사장을 제외한 두명의 딜러는 이주진 부장(36·가명)과 김찬진 과장(30·가명)이다. 우선 이곳에 오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에 대해 물었다. "여기도 많이 변했네요. 예전에는 참 북적거렸는데 경기가 좀 어렵나 봐요." 이에 대해 김 과장은 "경기가 죽은 탓보다는 인터넷 발달과 SK엔카처럼 대기업들이 진출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으로 차량가격을 비교한 후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예전처럼 발품 파는 시대는 지났다"고 털어놨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사무실과 딜러들의 전화기가 연신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끊은 이 부장이 입을 열었다. "눈탱이 온다네. 김OO 그놈 능력 좋네." 다소 어리둥절해 하자 이 부장이 같이 가자고 했다. 이 부장은 "눈탱이란 바가지를 씌운다는 뜻이고, 김OO은 '나까마 딜러'(소속 없이 호객행위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차량을 판매하는 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고차시장에 올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바로 나까마 딜러"라고 설명했다. 나까마 딜러 대다수가 기존에 책정된 자동차가격에 자신의 마진을 붙여 통상 100만~200만원가량 가격을 올려 판다는 것. 그는 인터넷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직거래 사이트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은 대부분 자신과 같은 딜러들이 올리는데 여기에도 나까마 딜러가 많다는 것. 이들이 흔히 말하는 '뻥카'(허위매물)를 올려놓고 자신의 차가 아닌 다른 매매상들의 차를 팔아 이윤을 남긴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분위기는 많이 변했지만 중고차매매시스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실물을 안보는 관계로 나까마 딜러가 뻥카를 통해 더 활개를 치고 사고차량 같은 질 낮은 물건이 더 많이 팔린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이 부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하던 중 거래할 차량 앞에 도착했다. 차량은 2011년 2월식 라세티 프리미엄 1.6 SE 고급형으로 주행거리는 5만km였으며, 튜닝차량으로 쇼바를 낮추고 17인치 휠에 광폭타이어를 장착했다. 이 차량은 이 부장이 780만원에 매입해놓고 5개월여 동안 팔지 못해 골치를 앓았던 물건이다. 딜러들이 사용하는 중고차거래수첩에 따르면 이 차량의 시세는 매입 800만원, 매매 1100만원이다.

잠시 후 거래현장에는 나까마 딜러인 20대 초반의 남성이 나타났다. 나까마 딜러는 젊은 손님에게 차를 보여주며 "이런 차 구하기 힘들다. 튜닝 값도 많이 들어가 1300만원이지만 손님이 맘에 들면 1250만원에 주겠다"고 말했다.

그 젊은 손님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1250만원에 차량을 계약했다. 차량이전을 마치고 다시 돌아간 사무실에는 김 과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 과장은 차량을 '잡으러'(매입) 갔다고 했다. 잠시 후 김 과장이 2009년 10월식 SM3 1.6 LE를 타고 나타났다. 김 과장은 "이 차량은 완무차(완전무사고 차량)로 700만원에 구입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과 함께 이 차량을 타고 광택가게로 갔다. 이곳에서 이 차량은 '날광'(한번 깎고 광택을 내는 것)을 통해 새차처럼 바뀌어 나왔다. 하지만 겉모습만 번쩍이게 바뀌었을 뿐 다른 정비나 차량상태를 점검하는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제공=뉴스1 박지혜 기자
◆ '사기 위해' 찾은 14일'… 나까마 딜러 판쳐

평일인 지난 14일 오전 10시. 기자는 다시 장안평 자동차매매단지를 찾았다. 지하철 장한평역 출구를 빠져나와 매매단지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호객꾼 중 한명이 잽싸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는 기자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에∼이, 그러지 마시고요. 대한민국 차 전부 있습니다. 잠시 보고만 가세요. 안 사도 상관없어요"라며 부추겼다.

하루라도 매매센터에서 일을 한 덕일까. 눈치로 나까마 딜러라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11일 취재를 위해 일하며 팔았던 차종인 라세티 프리미엄 1.6 SE 고급형을 보여달라고 했다. 이내 딜러는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딱 손님이 원하는 차량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마 최고일 거예요"라며 기자를 안내했다. 가는 동안에도 나까마 딜러는 "무사고차량이며 금연차라 새 차 같다. 가격도 맞춰주겠다"며 "얼마를 생각하고 왔냐"고 물었다. "가격은 1000만원대로 예상하고 왔다"고 말하자 딜러는 이내 "이차는 워낙 A급이라 그렇게는 힘들다.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며 일단 차부터 보고 결정하라고 말했다.

차량이 주차된 야외주차장으로 옮기는 동안에도 딜러는 현란한 말솜씨를 뽐내며 기자를 설득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이미 해당차량 앞에는 원래 차량의 딜러로 보이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차량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연락하고 온 곳이 있다. 잠시 뒤 다시 오겠다"며 일단 자리를 피했다. 두 딜러의 아쉬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번에는 직접 매매센터를 찾아가기로 했다. 발걸음을 옮겨 주차된 차량들을 구경했다. 각종 외제차부터 출시된 지 한달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쉐보레 말리부 디젤까지 웬만한 차량들은 죄다 진열돼 있었다.

말리부차량에 꽂힌 전화로 문의를 하자 곧바로 딜러가 나타났다. 딜러는 "진열차라 완전 새차"라며 "가격은 2400만원"이라고 했다. 이 차가 어떻게 벌써 중고차로 나왔는지 묻자 "간혹가다 아는 대리점을 통해 차량을 사온다"고 말했다. 딜러는 뒤편에 있는 제네시스를 가리키며 "저 차도 새것이나 다름없다"며 "한 중소기업이 자금이 급한 나머지 '차깡'(차량을 법인카드로 구입한 후 되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것)한 것으로 300km밖에 주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 앞쪽에 진열된 산타페차량 밑으로 오일이 떨어진 것이 보였다.

기자는 모른척하며 "저 차는 얼마냐"고 물었다. 딜러는 "어제 잡아온 차량"이라며 "디젤의 진가는 3년이 넘어야 알 수 있다. 금연차에 전 차주가 차량을 애지중지했기 때문에 차 상태가 최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정말 주차비랑 세차비만 받겠다"며 1900만원을 제시했다. 산타페 mlk 프리미어 2010년식 차량으로 딜러들의 중고차거래수첩의 시세와 동일했다.

이에 기자가 신분을 밝히며 차량에서 오일이 새고 있음을 지적했다. 딜러는 급히 고개를 숙이면서 "어, 저게 언제부터 저랬지"라고 중얼거렸다. 잠시 후 차량 하부를 확인한 딜러는 "대우미션의 니플이 부러져 오일이 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에는 "차량의 외관만 신경 쓸 뿐 정비는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딜러는 "우리가 정비까지 하면 차량가격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가 차량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이렇게 오일이 누출돼 눈에 띄는 것은 찾기 쉽지만 기계적 결함은 찾을 수 없다"며 "중고차를 고를 때 타이어 마모와 배터리 상태만 유심히 살펴도 중고차 구매의 반은 성공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고차시장에서는 매도자의 경우 차량 결함 등을 잘 아는 반면 매입자는 정보부족으로 차량을 비싼 값에 속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를 '정보 비대칭성'(불균형)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합리적 소비자는 중고차시장을 외면하게 되고 좋은 차량 소유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중고차시장이 더 확대되고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