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효성중공업 사장이 지난 1월 회사와 인연을 완전히 끊었다. 소유 잔여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 조 회장의 세 아들인 현준, 현문, 현상 형제는 당초 효성 주식을 약 7%씩 균등하게 보유하고 있었지만 조현문 전 사장이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후계구도가 장남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으로 좁혀졌다. 두 형제 사이에 치열한 후계자리 경쟁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조 회장이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면서 불거진 ‘오너 리스크’도 현준·현상 형제의 후계자리 경쟁의 포문을 열게 만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사실 조현문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형제간 갈등 및 경영관에 대한 의견 충돌로 대부분의 지분을 내놨다. 효성가의 3세 후계구도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조 회장에 대한 검찰조사가 조현문 전 사장까지 이어지면서 지난 1월 나머지 지분을 모두 털어내자 장남과 삼남의 후계구도가 완성됐다.

◆조현준 사장 후계자리 ‘성큼’

결론부터 얘기하면 현재까지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 후계구도에서 한발 앞섰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13일과 14일 각각 효성 지분 2만188주와 8163주를 장내매수하며 총 355만9854주를 손에 쥐었다. 이에 따라 조 사장이 보유하게 된 지분은 10.14%로 10.32%를 갖고 있는 조 회장에 이어 2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지분율에서 우세한 조현준 사장의 최근 행보도 후계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그는 올해 조 회장이 매번 참석하던 한일경제인회의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14일부터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6회 한일경제인회의’에도 참석했다. 이 같은 정황으로 인해 재계는 효성의 후계구도가 자리 잡힌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놨다. 다만 효성 측은 조현준 사장의 지분 매입이 경영권 방어 차원이라며 경영승계의 수순으로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조현준 사장이 10.32% 지분을 확보한 것과 달리 조현상 부사장은 9.18%(322만2776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부사장이 한동안 지분을 늘리지 않자 후계구도에서 물어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1% 정도의 지분 차이를 거론하며 어느 한쪽으로 후계구도가 치우쳤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보더라도 현준·현상 형제의 지분 경쟁 양상은 치열했다. 지난해 3월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각각 7.26%와 7.90%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조현상 부사장이 조현준 사장보다 0.84%포인트 더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조현문 전 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252만1058주 가운데 240만주를 내놓은 것이 두 형제의 지분 경쟁을 끌어냈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자료사진=뉴스1
◆1년 넘게 치열했던 지분 경쟁

지분싸움을 먼저 시작한 건 조현상 부사장이다. 지난해 3월 조현문 전 사장이 대부분의 지분을 내놓자 서둘러 주식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7.90%에서 8.54%까지 끌어 올렸다. 이에 질세라 조현준 사장도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섰다. 7.26%에서 7.58%로 지분을 늘린 것. 하지만 조현상 부사장이 다시 8.76%로 지분 확장에 들어가면서 두 형제의 보유 주식은 오히려 1.18%포인트까지 격차가 커졌다.

당시에는 지분율 차이를 더욱 넓힌 조현상 부사장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조현상 부사장을 바짝 추격하던 조현준 사장은 결국 상황을 역전시켰다. 지난해 4월 말 8.34%까지 따라잡더니 9월 초 효성 주식 20만6804주를 장내에서 사들이며 지분 9.14%로 2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낸 지분 공시만 8건에 달할 정도로 맹추격했고 결국 조현상 부사장 지분인 8.76%를 0.38%포인트 앞질렀다.

한달 뒤 조현준 사장은 지분을 9.63%까지 끌어올렸고 조현상 부사장도 8.99%로 지분율을 높였다. 12월 말에는 조현준 사장이 9.85%를 손에 쥐었고 조현상 부사장도 9.06%로 추격했으나 지분율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해가 바뀌면서 조현문 전 사장이 나머지 효성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장남과 삼남의 후계구도가 확실히 자리 잡은 가운데 조현준 사장은 지속적으로 지분을 사들였다. 지난 2월에는 9.95%로 지분을 확장했다. 조현상 부사장도 9.18%로 0.12%포인트 늘렸으나 이후부터 현재까지 지분 변동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조현준 사장은 지난 5월13~14일 10.14%까지 끌어 올리자 후계자리를 굳힌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끝나지 않은 후계구도 시나리오

하지만 역전 시나리오는 다시 나올 수 있다. 조현상 부사장이 추가 지분 매입을 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현준 사장의 보수는 9억3600만원이다. 효성에서 얻는 배당수입도 연간 45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처분한 카프로 지분까지 따지면 57억원이 추가된다. 올해 효성 지분 매입에 쏟은 67억5685억원을 빼면 30여억원 이상의 매수 여력이 있는 셈이다.

조현상 부사장의 보수는 5억원 이하다. 그러나 연간 40억원의 배당수입과 카프로 지분 매각 대분 50억원 등을 더하면 100억원 가까이 현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효성 지분 매입을 위해 조현준 사장이 투입한 자금의 3분의 1 수준인 24억4394억원을 썼던 게 매수 여력을 키운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는 조현준 사장이 지분율에서 우세하지만 조현상 사장의 매수 여력을 간과할 수 없다”며 “조현상 부사장이 지분 경쟁에 나선다면 현재의 지분 차이를 줄일 수 있고 상황은 다시 역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준 효성 사장 프로필

▲1968년 경상남도 함안 출생 ▲1987년 세인트폴고등학교 ▲1987년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학사 ▲1992년 미쓰비시 에너지부 ▲1995년 모건 스탠리 법인영업부 ▲1996년 게이오기주쿠대학교대학원 정치학부 석사 ▲1997년 효성 티앤씨 경영기획팀 부장 ▲2000년 효성 전략본부 상무 ▲2001년 효성 전략본부 전무 ▲2003년 효성 전략본부 부사장 ▲2007년 효성 사장 ▲2011~2014년 효성 정보통신PG장, 효성 전략본부장, 효성 섬유PG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