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재채기를 하면 대한민국 경제가 독감에 걸린다." 흔히 미국과 우리나라를 빗대 사용하는 증시격언이 삼성그룹과 국내증시에도 통용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쏟아내면서 국내증시는 연일 파죽지세다. 특정기업의 지배구조 이슈는 '단기 이벤트'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하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단순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SDS의 연내 상장 소식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상 사유로 인한 경영공백 등 하반기로 갈수록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힘입어 올 하반기에 국내증시는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을까.

 


◆2020선 돌파… 삼성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지난 5월22일 코스피가 장중 2020선을 넘기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5월 초만 해도 2000선을 돌파할 가능성에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반등세다.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들의 순매수를 도와 코스피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안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따른 삼성전자의 주가상승과 한국시장에 복귀한 외국인의 순매수로 단기간에 지수가 크게 상승했다"며 "2020포인트를 저항선으로 하는 박스권 상단 돌파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5월 한달간 국내증시를 뒤흔든 삼성그룹 내 이슈는 단 2개. 삼성SDS의 연내 상장과 이건희 회장의 입원 소식이다. 지난 5월8일 삼성SDS의 연내 상장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삼성그룹의 주가는 요동쳤다. 같은 날 코스피는 전일대비 10.72포인트(0.55%)오른 1950.60을 기록하며 9거래일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틀 뒤인 11일에는 갑작스런 소식이 들렸다. 이건희 회장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 이 회장의 병명은 급성심근경색으로 심폐소생술과 스텐드시술을 받아 건강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같은 달 20일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크게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주는 회장의 와병 소식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보였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삼성그룹주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9일 종가 기준으로 약 284조원. 이후 같은 달 21일 종가 기준 303조원을 기록하면서 8거래일 만에 19조4700억원이 불어났다.

덕분에 코스피도 상승탄력을 받았다. 지난 5월9일부터 같은 달 21일까지 코스피는 총 2.65% 올랐다. 외국인의 순매수세, 오는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 기대감, 어닝시즌의 종료 등 국내외 상황이 투자심리를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코스피를 끌어올린 '핫이슈'는 단연 삼성그룹주의 강세였다.

 

◆삼성 이슈, 하반기에도?… 의견 엇갈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삼성그룹주의 강세가 외국인의 순매수를 불러왔으며 이에 따라 지수가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5월 중순(13~21일) 이후 7거래일간 외국인은 2조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그는 "이 회장의 입원 소식 이후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기대도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한 요인 중의 하나"라며 "배당성향 증가 등 국내증시의 만성적 저평가 해소를 위한 장기적 과제가 단기 핵심이슈로 부각되면서 향후 기업 투명성 강화와 주주가치 극대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삼성그룹주와 기타그룹 관련주가 지수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기대감이 코스피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까. 이에 따른 시장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내 위상을 생각하면 하반기에도 관련 이슈가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기간 예측은 어렵지만 경영승계 작업에 대한 기대감은 하반기에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여 단기간에 끝날 이슈가 아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은 하나의 이벤트"라며 하반기에 미칠 영향을 다소 낮게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2000을 돌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하반기 들어 투자환경과 기업이익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국내외 상황의 전체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보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평상시와 같은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허 경 기자
◆"하반기 1800~2250"… 장밋빛 전망

이처럼 삼성그룹이 하반기 코스피에 미칠 영향을 현시점에서 섣불리 논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코스피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신한금융투자 1800~2200 ▲IBK투자증권 1900~2150 ▲신영증권 1840~2180 ▲SK증권 1850~2200 ▲LIG투자증권 1900~2250 ▲KDB대우증권 1850~2200 등이다. 이들은 미국경기의 완만한 회복세, 중국의 성장정책 추진, 3~4분기 수출확대와 기업이익 증가 등을 주가상승을 이끌 요인으로 꼽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로 1850~2200을 제시하며 구미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자산시장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전환시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늦춰지는 가운데 ECB의 추가 금융완화정책이 더해지면서 2~3분기에 글로벌 유동성 랠리가 나타날 것"이라며 3분기 주가상승을 내다봤다.

이은택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투자환경이 양호하다"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출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한국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저점 부근에 있어 하락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하반기에 별 다른 악재가 없다면 지수가 견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