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 100쌍의 부부가 방문했다. 신한은행의 '부부은퇴교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날 은퇴교실에서는 부부의 원활한 소통기술에 대한 강의와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부동산과 세무·증세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후속으로 오는 6월 말 '제2회 부부은퇴교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된 목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은퇴자와 은퇴준비자를 위한 '행복디자인 브리즈'라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노년문화를 선도하고 안정적인 은퇴설계와 노후준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참석자는 선착순 50명이다. 은퇴뿐만 아니라 건강과 문화 특강도 함께 진행해 만족도가 높다는 평이다.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이 은퇴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령화시대를 맞아 은퇴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객 니즈에 맞는 은퇴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이 은퇴금융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크기 두가지다. 첫째, 은퇴시장이 앞으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령친화산업 실태조사 및 산업분석'에 따르면 국내 은퇴시장 규모는 2010년 10조5663억원에서 2015년 30조1711억원, 2020년 61조404억원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실버마켓 규모가 2020년까지 125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둘째, 저금리·저성장에 따른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은행은 전통적 예대마진으로는 사실상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고 여기에 대기업 부실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정체위기에 놓였다. 이에 따라 은퇴시장 진출을 통한 신시장 개척으로 수익성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펴게 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퇴금융은 그동안 보험사와 증권사의 영역이었는데 이제는 은행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며 "저성장·저금리 여파로 금융의 성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맞춤형 은퇴금융 도입… 지방은행도 가세
최근 은행권에서 은퇴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6대 중점추진 과제 중 하나로 '은퇴시장'을 꼽을 만큼 신한은행은 은퇴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70여개의 주요 영업점에 은퇴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미래설계센터'를 구축했다. 이곳에는 전문컨설턴트를 배치해 은퇴와 관련한 전문적 상담 및 설계를 진행하고 상속·증여 등 심층상담도 연계함으로써 두가지 상담을 모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시장상황을 보고 미래설계센터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별도의 자문서비스인 '미래설계브리프'도 제공한다. 미래설계브리프는 은퇴설계를 받은 내용과 보유한 은퇴자산의 내역을 종합한 현황표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고객의 은퇴준비 현황과 은퇴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 행복디자인'과 '행복디자인센터'를 통해 은퇴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행복디자인은 2011년 은행권 첫 은퇴브랜드다. 특히 은퇴연령을 기준으로 은퇴준비자와 은퇴자가 각각 별도의 맞춤형 은퇴설계가 가능토록 했다.
은퇴설계 과정에서 기대수명에 도달하기 전에 자산이 모두 소진될 경우를 대비, 미리 '은퇴생활제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불리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객의 성향 분석내용이 상세히 담긴 '노후생활을 위한 행복디자인 보고서'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은퇴준비자산에서 차지하는 연금자산의 비중이 적정한지도 분석해준다. 은행권 최초로 은퇴설계 전문인력제도를 도입한 '하나 행복 디자이너'도 양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400여명의 직원이 이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은행은 올해 초 45세 이상 고객을 위한 '해피니어서비스'를 오픈했다. 맞춤형 노후설계 컨설팅과 45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비금융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이비붐세대의 대부분이 급여생활자이고 보유자산 중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편중됐음을 고려해 맞춤형 노후설계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은퇴준비를 돕는다. KB골든라이프는 고객별로 노후준비 수준을 진단하고 자산관리 방안과 노후설계 컨설팅, 재취업·창업 등을 지원하는 종합서비스다. 특히 0세부터 100세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노후준비진단이 가능하며 재무적 측면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건강·여가·재취업·창업 등 비재무적 분야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준다. 이밖에 노후설계를 위한 테마특강, 문화공연으로 구성된 '행복공감플러스', 부부와 함께 노후준비를 할 수 있는 'KB골든라이프 부부캠프' 등도 서비스로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본격적인 은퇴시장 진출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최근 은퇴금융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를 통해 은퇴시기를 맞은 베이비붐세대부터 20~30대의 젊은 세대까지 은퇴 이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도 은퇴시장 잡기에 합류했다. 부산은행은 은퇴시장 전문가를 구축하기 위해 프라이빗뱅커(PB) 전원을 대상으로 '은퇴설계 전문가 마스터' 자격 취득을 위한 연수를 실시 중이다. 이를 통해 재무설계, 인생설계 등 실무지식을 고객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은퇴고객 및 실버고객층 상담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WM아카데미, PB세미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