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조기상환 평가일에 코스피200 종가가 최초 기준가격의 95% 이상이며 녹인배리어(knock in barrier)를 터치한 적이 없을 경우 자동조기상환 돼 수익을 지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참~ 쉽죠?"
KDB대우증권이 지난 5월28일 유튜브를 통해 첫선을 보인 '당신에게 쉬운 금융이야기' 광고가 국내 금융권 광고 중 최단기간 내 조회수 100만건을 돌파했다. 축구해설가 차범근과 유명화가 밥 로스가 등장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일반인에게 '얼마나 어렵게' 느껴지는지를 역설적으로 풀어내 흥미를 유발한 것이다. 재치 있는 영상이지만 내용은 심오하다. 전문용어를 쉽게 풀어 이른바 '쉬운 금융'으로 고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도인데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하루에도 수십여건씩 쏟아내는 보고서들은 사실상 전문가와 기관투자자가 아니고선 그 내용의 10분의 1도 이해하기 어렵다. 조사를 빼놓고 보면 영어식 표현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
예컨대 증권사 보고서에는 펀더멘털, 밸류에이션, 리스크, 모멘텀, 컨센서스, 아웃퍼폼, 언더퍼폼 등 알 듯 모를 듯한 영어식 표현이 주를 이룬다. 우리말로 순화해도 충분한 어휘임에도 수년간 영어식 표현을 쓴 결과 지금은 증권가의 전문용어로 굳어졌다.
유수의 전문가들이 국내외 정치·경제상황을 분석해 쓴 보고서에는 투자관련 알짜정보들이 가득한, 그야말로 '정보의 바다'를 이루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최근 기자가 만난 증권가 관계자 대부분은 척박한 시장상황 속에서 늘지 않는 투자자를 걱정하며 대안마련에 고심하고 있었다. 연신 기발한 아이디어의 투자상품을 쏟아내지만 고객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주식투자인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투자자는 5000만 국민 중 508만명으로, 지난 2012년 502만명과 비교해 6만명이 늘었다. 경제활동인구 증가를 고려하면 큰 변화 없이 정체된 수준으로 2011년(528만명)에 비해서는 오히려 20만명이 감소했다.
늘지 않는 투자자의 원인을 단순히 어려운 용어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러나 일반대중은 주식·펀드·채권 등 증권분야를 떠올리면 "어렵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다" 등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쉬운 경제강의와 저서로 스타강사 반열에 오른 최진기 강사는 그의 책 서두에서 "법관이나 의사들이 어려운 용어로 지식을 독점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했듯이 경제지식과 용어를 한없이 어렵게 만들어 정보를 독점하고 대중이 경제의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게 한다"며 증권을 비롯한 금융, 산업계 전반에 날선 비판을 했다. 이 말의 사실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장기간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증권사는 진심으로 투자자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일까. 내민 손을 잡기에는 우리 사이가 지나치게 먼 것은 아닐까. 증권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무는 일은 소통의 창구인 '언어'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