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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없이 모임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풍수원은 최초의 천주교 신앙공동체다. 그들은 86년 동안 성당도 신부도 없이 그들의 신념을 지켰다. 횡성 오일장은 120년 동안 부르는 이, 붙잡는 이 없이도 장을 열었다. 덕분에 우리는 의미 있는 여행을 선물 받았다.
◆200년 전 터를 잡고, 100년 전 집을 짓다
시작은 18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러 100년 된 천주교 성지는 봤어도 200년을 훌쩍 넘는다니 기독교가 더 이상 외래 종교가 아님을 실감한다. 1801년, 순조 1년에 천주교를 박해한 사건으로 신유사옥이 있었다. 이때 40여명의 신자들이 숨어 지낼 곳을 찾다가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들은 신부도 성당 건물도 없이 신앙을 지키며 공동체 생활을 했다.
60년이 흘러 1866년 병인년에 대박해가 있었고, 1871년 신미양요가 잇따라 일어난다. 더 많은 신자들이 피난처를 찾다가 이곳으로 모여 들었다. 그들은 화전을 일구거나 토기점을 하며 생계를 이었고, 1888년 마침내 프랑스 성직자 르메르 이 신부를 맞이하면서 정식 교회가 설립됐다. 이후 춘천, 화천, 양구, 원주, 양평 등 12개군을 관할하며 신자수가 2000여명, 초가집 20여간을 성당으로 사용하게 된다.
지금의 성당 건물은 2대 정규하 신부가 부임하면서 1905년에 착공해 1907년 완성됐다. 이 성당은 신자들의 정성과 기도뿐 아니라 직접 벽돌을 굽고, 나무를 해 오는 등 힘을 합쳐 완성한 것이다. 풍수원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고, 강원도 최초의 성당이며 서울 약현성당(1892년), 전북 고산성당(1896년), 서울 명동성당(1898년)에 이어 한국에서 네번째로 지어진 성당이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 빨간 벽돌 성당은 동화 속 그림 같다. 숲 속에 자리잡은 소담스러운 모습과 주변에는 현대식 건물이 없어서 사진을 찍으면 참 예쁘다. 드라마 ‘러브레터’를 비롯해 ‘상두야 학교가자’ 등 촬영지로도 사랑 받은 이유다.
4층 종탑을 가진 고딕양식으로 외관은 서양의 것을 따왔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의자 없는 마루다. 나무 마루에 방석을 깔고 앉아 미사를 드린다. 언젠가 멕시코 챠물라 인디언 마을에서 바닥이 없는 성당을 본 기억이 난다. 벽과 지붕만 올려 지은 성당 바닥에는 풀이 자랐고, 그곳에서 중얼중얼 기도하던 원주민들의 모습에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 풍수원성당의 반들반들 윤이 나는 마룻바닥에서 2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지켰던 신자들의 절실함과 소망이 전해지는 듯하다.
◆소중하고 유일했던 것들
성당 뒤의 사제관도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 1912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3층 건물로 정면에서 보면 2층이다. 등록문화재 163호로 지정됐고, 지금은 사제들과 신도들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어둡고 작은 전시관에 오래된 물건들이 비좁게 놓여져 있다 보니 빨리 지나치기 쉽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가슴을 울리는 것들이다. 촛대, 제종, 십자가, 묵주, 성경, 박해일기, 묵상서, 제의, 기도문 등은 직접 만들었거나 손으로 일일이 쓴 것들이 많다. 물건이 귀했기 때문에 유일한 것들이기도 했다. 박해시대에 흙으로 빚은 십자가, 율무를 깎아 만든 묵주, 옹기로 구워 사용하던 성수 그릇, 일본에서 힘들게 구해온 풍금….
그들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정성으로 만들어 사용했다.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밟아 2층에 오르니 정규하 신부가 50년 가까이 사용했다는 책상과 나무 십자가에 햇살이 든다. 창문을 열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 방에는 옛날을 기록한 사진들이 있다. 이 사제관을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이 오묘한 감동을 일으킨다.
'십자가의 길'을 빼 놓아선 안 된다. ‘묵주동산’이라 부르는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는데, 예수의 일생을 담은 돌판 그림이 길을 안내한다. 친숙하고 쉽게 표현한 글과 그림 14점은 판화가 이철수의 작품이다. 가벼운 트레킹과 함께 마음이 차분해지니 심신이 산책하는 길이다. 정상 근처에 다다르면 성당을 건축한 정규한 신부와 3대 김학용 신부 등의 묘처가 있다. 가장 위에는 성모동산이 평화롭다. 평평한 잔디와 묵주를 형상화한 동그란 돌들이 경계를 만드는데 그 안에서 무언가 소원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유물전시관에서는 옛 신자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어렵고 궁핍했던 날의 물건들이니 대단할 것 없는 살림살이다. 물려 받아 쓰고, 고쳐 썼으니 고물에 가까운 것들이다. 그렇지만 옛사람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것들이다. 사제관과 유물전시관의 물건들은 단순한 눈요기가 아니라 가슴으로 관람하는 소중한 유물이다.
◆120년을 한결같이… 횡성 한우시장
횡성시장은 120년의 전통을 가졌다. 강원도 최대의 오일장으로 ‘동대문 밖 제일 큰 시장’이라고 불렸다. ‘성남 모란시장의 더덕 가격은 횡성시장이 결정한다’는 말도 있고, ‘서울 사람은 나물 가지러 횡성에 온다’는 말도 있다. 규모뿐 아니라 상권이 탄탄해 일제시대에 일본인도 이곳을 넘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력으로 만세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1919년 음력 3월1일, 횡성 장날에 강원도 최고의 만세운동이 있었다. 이 지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독립운동에 대한 자부심은 이 시장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횡성에선 지금도 오일장이 열린다. 장터는 상설시장이 됐지만 1과 6으로 끝나는 날에 시장에 오면 오일장만의 활기가 있다. 올챙이국수, 곤드레나물을 비롯한 각종 산나물, 메밀, 더덕 등 강원도 특산물을 저렴하고 싱싱하게 구할 수 있고, 장터에 앉아 주전부리 하는 재미도 맛본다. 그렇지만 횡성 하면 역시 ‘소’다. 이 시장의 정식이름 역시 ‘우(牛)하하 횡성 한우시장’. 일부러 소고기 먹으러 이곳까지 찾아오는 여행자들도 종종 만난다.
시장에는 현장의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이것은 과거로부터 지켜왔기에 가능하다. 풍수원성당도, 횡성시장도 앞서 살아온 분들이 위험과 불편을 감수했기에 전통과 역사를 가지게 됐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장터의 재미, 마음과 몸을 산책하는 성당의 언덕…. 그 옛날 목숨 걸고 지켜주신 그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풍수원성당 가는 법
올림픽대로 - 서울외곽순환도로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 창우로 - 창우지하차도 - 팔당대교 - 팔당대교 IC에서 ‘소나기마을, 양평’ 방면으로 우측 - 경강로 - 팔당1터널 - 팔당2터널 - 팔당3터널 - 팔당4터널 - 봉안터널 - 양수대교 - 용담대교 - 용문터널 - 단월교 - 용두교차로에서 ‘용두리, 원주, 횡성’ 방면으로 우측 - 용두교차로에서 ‘원주, 횡성, 오크밸리’ 방면으로 좌회전 - 석화삼거리에서 ‘원주, 횡성’ 방면으로 좌회전 - ‘유현 2리, 풍수원성당 ‘ 방면으로 좌회전 - 경강로 유현1길을 따라 이동
☞ 대중교통
횡성시외버스터미널 – 2-8 버스 - 풍수원 하차
동서울종합터미널 (시외버스) – 풍수원 정류소
☞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풍수원성당: 검색어 ‘풍수원성당’ /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2리 1097
우하하 횡성 한우시장: 검색어 ‘횡성재래시장’ /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삼일로 4-2
< 주요 정보 >
풍수원성당
http://www.pungsuwon.org / 033-343-4597
주말농장 귀농: 풍수원 성당 본당 김승오 신부의 귀농학교에서는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텃밭에서 생산하는 무농약 유기농 농산물을 판매하기도 한다. http://www.guinong.co.kr / 033-344-9980
우하하 횡성 한우시장
http://www.woohahamarket.co.kr / 033-342-2389
이용시간: 오전 8시 ~ 오후 8시
5일장: 1일, 6일
< 음식 >
가우만두: 횡성 한우를 넣은 한우만두와 한우찐빵이 유명하며, 3만원 이상이면 전국 어디든지 택배가 가능하다.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읍상리 292-8 / 033-344-5454
장터 음식: 한우시장 내에 난전에는 강원도 특산물을 이용한 먹거리들이 많이 있다. 올챙이국수, 수수부꾸미, 메밀전병, 찐빵, 오징어 순대 등 2000원에서 만원 정도면 전통시장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 숙소 >
풍수원성당 청소년야영장: 청소년 수련회를 위한 시설이지만 개인, 가족, 단체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수영장이 있다.
예약문의(수녀원): 033-342-0035
한솔 오크밸리: 콘도, 골프장, 교회, 웨딩, 세미나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골프를 치고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 풍수원 여행을 하는 코스도 권할 만 하다.
http://www.oakvalley.co.kr / 1588-7676 /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월송리 1016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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