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사장, 이재진 우리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이 지난 8일 손을 맞잡았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한 임 회장이 계열사 통합까지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은 것.
이들은 이날 농협금융 회의실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상생발전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 인수 이후 통합과정에서 파업과 투쟁 등 마찰을 빚은 것과 비교하면 상반되는 분위기다.
임 회장 역시 불과 몇주 전만 해도 우리투자증권 인력효율화를 놓고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계열사의 불협화음보다는 '화음'을 우선시했다. 우리투자증권 경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유지할 것을 약속하면서 진정한 통합을 위한 의미있는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마찰없는 CEO… 조용한 소통리더십 주목
임종룡 회장의 조용한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농협금융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양보와 화합의 경영을 펼치고 있는 것.
불과 1년1개월 전.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머리글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인 그가 농협금융 수장에 오를 때만 해도 금융권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이 임기 1년 만에 농협중앙회와 마찰을 빚고 자진사퇴하면서 그 역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점쳐졌다. 당시 신 회장은 "농협금융은 제갈공명이 와도 안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의 불통문화를 공개 비난했다.
당시 낙하산 출신들이 농협금융 수장 자리를 기피한다는 소문이 날 정도였다. 차기 수장에 오른 임 회장 역시 단명 CEO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는 선임된 지 불과 6개월 만에 임종룡 식의 인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내부조직을 안정화하고 6개월 뒤에 증권업계 1위인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여기에 금융지주 수장들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통합부문도 일부 해소했다. 특히 우리투자증권은 인수한 지 단 3개월 만에 확실한 매듭을 지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좀처럼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조용한 리더십으로 농협금융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시너지 확대를 위한 전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파악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며 "화합과 소통의 CEO에서 'M&A의 귀재'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신동규 전 회장 역시 임 회장을 두고 "제갈공명과 같은 인물"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2020년까지 비은행부문 40%로… 해외진출도
"금융지주가 중장기 전략을 세우면 계열사들이 따라오도록 하되 경영에는 간섭하지 않겠다."
임 회장이 취임 1주년에 맞춰 연 기자간담회에서 던진 말이다. 아울러 그는 "(농협금융이) 금융지주체제의 (새로운) 롤모델이 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금융지주사와는 차별화된 경영전략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향후 지주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대외석상에서 공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과제는 비은행부문 강화다.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등이 합쳐지면서 농협금융의 비은행부문은 22%(작년 말 기준)에서 33%로 늘어났다. 금융지주사의 골칫거리인 은행 쏠림현상이 일부 해소된 셈이다. 농협금융은 오는 2020년까지 비은행부문을 40%로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총자산 420조원, 당기순이익 2조원을 달성해 대형금융그룹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농협금융의 작년 말 총자산은 255조원이었으나 올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하면서 290조원으로 뛰었다.
오는 2020년까지 자산을 지난해의 2배가량 확대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임 회장은 계열사 책임강화와 역할분담을 키워드로 꼽았다. 또 상황이 된다면 추가 M&A도 지속할 계획이다. 임 회장은 "지금 당장 눈여겨보는 매물은 없지만 모자란 경쟁력을 M&A를 통해 채울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걸프지역 등 농업이 중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 전략을 모색 중이다. 그는 "농업의 경제사업과 연계한 차별화·전문화를 이뤄 나갈 것"이라며 "특히 농·축산업 기술이 필요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부진·우리아비바생명과의 화합 등 해결해야
취임 1년 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 임 회장. 하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우선 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또 미래 경영전략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과연 이를 얼마나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농협금융은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30억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보였다. 농협은행이 350억원대의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 입은 타격이다. 문제는 STX 부실 여파 기류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저금리 기조와 주요 대기업 부실자금을 충당하는 상황이 겹치면서 농협금융이 적잖은 시련에 빠진 셈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증권의 실적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생명과 증권 실적은 각각 232억원, 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546억원, 116억원에 비해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우리아비바생명 직원들과 대립양상으로 치닫는 것도 임 회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우리아비바생명 직원들은 사측의 희망퇴직을 빙자한 강제퇴직 요구에 맞서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금융지주사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임종룡 회장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떤 묘책으로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 프로필
▲1959년 전남 보성 출생 ▲영동고,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석사) 졸업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장 ▲주영국대사관 참사관 겸 영사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금융정책심의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