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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났다. 잠깐씩 내린 폭우 소식은 들었어도, ‘장맛비다운’ 비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장마 끝 무더위가 찌뿌둥하기만 하다. 여름이면 찬물로 등목 하던 삼촌, 큰 대야에 물을 받아 엉덩이를 담그던 그때 그 아이의 기억을 더듬으며 물놀이를 떠난다. 피서, 더위를 피하러 간다.
◆느린 뱃놀이
강가에 배를 띄운다.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오고 노를 저을 때마다 부드러운 물결이 그려진다. 가끔 건너편 배와 물싸움이 붙기도 하지만 뱃놀이의 미덕은 한가함에 있다. 영화에서는 배 위에서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데, 어김없이 감미로운 음악이 나온다. 그리고 음악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조각배….
영화의 낭만과는 달리, 예전에는 뱃놀이가 노 젓는 사람에게 꽤 고된 일이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가 아팠다. 그렇지만 요즘은 가벼운 카누(배)와 패들(노)을 이용하니 아이들도 신나게 노를 젓는다.
이곳은 양평의 흑천 강가. 처음엔 저 가볍고 작은 배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게 상당한 스트레스다. 뻣뻣한 자세로 흔들리는 배와 무언의 기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 가진 않는다. 딱 5분이면 두려움 따위는 사라지고 어느새 배와 노에 익숙해 진다.
사실 이곳의 수심은 겨우 1m 남짓으로 깊지 않은 강이다. 여기에 수상 안전요원이 항상 고무보트를 타고 우리의 ‘카누 입문자’를 예의 주시한다. 게다가 이 분들은 양평고등학교 전·현직 카누부 코치 선생님들이다. 안전교육을 하고, 구명조끼를 입고, 배를 탈 때까지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곧 카누의 맛을 알게 되고, 한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른다.
코치에 따르면 ‘카누를 타는 수면 위는 맑고 산소가 풍부하다’고 한다. 그래서 카누 타기가 상쾌한가 보다. 한번씩 노 젓기 멈추고 강의 소리와 바람을 느끼는 것도 카누를 타는 기쁨이다.
2인승 카누는 서로의 호흡이 중요하다. 한꺼번에 노를 저어도 안 되고, 한 방향으로 해도 안 된다.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양쪽으로 한번씩, 힘의 세기도 같아야 한다. 두 사람은 마치 하나의 뇌로 제어 당하듯 움직여야 한다. ‘아, 이래서 한 배를 탔다고 하는구나.’ 친밀감이 높아질 지, 서로 답답해 하다 배에서 탈출할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카누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익숙해 지면 ‘침묵 또는 대화’를 선택 하게 될 것이다. 어쨌든 두 사람은 물위에서 잠시 동지가 된다. 어색하지만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카누를 타러 와야겠다.
◆천렵과 시골집 피서
이제 물에 뛰어들 차례다. 근처 개천으로 천렵을 나가기로 한다. 천렵? 해장국에 나오는 ‘천엽’이 아니고, 예로부터 냇물에서 고기잡이 하고 노는 것을 ‘천렵’이라 했다. 오늘의 사냥감은 미꾸라지. 아이들은 전사의 후예라도 된 듯 양손으로 그물을 잡았다. 그리고 비장하게 물을 보며 가만가만 걷는다.
그러다 미꾸라지가 보이면 그물로 재빠르게 몰아 낚아챈다. 미꾸라지는 자신의 이름에 명예를 걸고 잘도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번번이 고기를 놓치지만 조금씩 요령이 생기면서 하나, 둘 포획이 이뤄진다.
천막 아래에선 돗자리를 깔고 옥수수를 삶아 먹는다. 잡은 미꾸라지는 바로 미꾸라지 튀김이 된다. ‘이걸 어떻게 먹을까 싶지만 한마리 먹고 나면 이게 미꾸라지인지, 뭔지 별 거리낌이 없어진다.
이런 놀이는 농촌 아이들만의 특권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지역별로 ‘두레 관광상품’이 생기기 시작해 누구나 가능해졌다. 연고가 없는 도시 사람들도 이모님이 쪄주는 갓 딴 옥수수를 먹으며 이름 모를 개울가에 앉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체험농장으로 이동해 뽕잎밥을 만들어보고 농장에서 길러 수확한 깨끗한 채소와 함께 촌부의 솜씨로 만든 메밀묵 반찬을 먹는다. 송편도 빚어보고 전통 제기를 만들어 제기차기 배틀에 도전해 본다. 수십 년을 ‘시골 외갓집’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살았는데 이젠 남부럽지 않다.
◆소나기가 내리는 마을
12시59분, 1분 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어떤 사람은 우산을 쓰고 수숫단 사이에 서 있고, 어떤 사람은 카메라를 들고 스탠바이, 어떤 사람은 원두막 안에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 시간이 됐는데 왜 안 오지?’
‘오늘은 안 오려나 봐?’
몇분 동안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자리를 뜰까 말까 하고 있는데, ‘쏴아~!’ 드디어 터졌다. 그렇지, 소나기는 갑자기 와야 맛이지. 잠시 방심하다 비를 맞은 사람들은 서둘러 수숫단으로, 원두막으로 비를 피해 들어간다. 말 그대로 소나기…. 짧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이건 소나기마을의 가장 흥미로운 퍼포먼스인 인공소나기였다. 아쉽게 지나간 비였지만 땡볕에 바싹 말랐던 마음까지 시원하게 적셔주는 듯하다. 비가 내린 ‘소나기 광장’에는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서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했던 수숫단과 강을 건너던 징검다리, 원두막과 개울이 있고, 뛰놀기 좋은 잔디밭과 무대도 마련돼 있다.
한쪽에는 황순원문학관이 있다. 이곳에서 황순원 선생의 집필기록과 후학에게 미친 영향,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다. 더위를 피해 들어왔다면 문학카페 ‘마타리꽃 사랑방’이 좋다. 종이책, 전자책, 듣는책이 알차게 준비돼 있고, ‘원고지 쓰는 법’ 같은 재미있는 체험 보드도 있다.
이곳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나기 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넓은 창에 앉아 몸과 마음에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황순원문학관 옆으로는 황순원 선생의 묘역이 있고, 이어서 산책길이 이어진다. 길과 숲은 ‘해와 달의 숲’, ‘학의 숲’, ‘고백의 길’, ‘너와나 만의 길’ 등 황순원 선생의 대표작을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 붙어있다. 길목마다 주요대목이 있어서, 한번씩 멈춰 서서 문장을 읽고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 ‘소나기 마을’답게 분수에서는 수시로 물을 뿜고, 평일 두시간, 주말 한시간마다 내리는 인공소나기가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준다.
맞아도 기분 좋은 비, 신이 나는 물벼락으로 하루 해가 짧다. 절정의 매미소리가 곧 찾아올 다음 계절을 알린다. 조금 남은 여름의 뒤끝 없는 여행, 물 많은 양평이면 어떨까.
☞ 양평 카누연맹 가는 법
올림픽대로 -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강일IC - 통영대전중부고속도로 하남분기점 - 창우로 - 팔당대교 - 팔당대교 IC에서 ‘소나기마을, 양평’ 방면으로 우측방향 - 경강로 - 팔당1터널 - 팔당2터널 - 팔당3터널 - 팔당4터널 - 봉안터널 진입 후 경강로 - 양수대교 - 우측방향 - 용담대교 - ‘삼성리, 원덕리, 봉덕리, 대흥리’ 방면으로 우측방향 - 대흥로 - ‘원덕리, 원덕역’ 방면으로 우회전 - 원덕흑천길
☞ 대중교통
중앙선 1호선 원덕역 - 도보 이동
☞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양평카누연맹: 경기도 양평읍 원덕리 240-1 (흑천 개울가)
자연의 소리들 체험: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동오리 561-2 (꿈이익는교육농장)
황순원문학촌: 검색어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산74
< 주요 정보 >
양평카누연맹
http://canoe.ypnavi.com / 0505-362-5555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7시
체험비: 어른 14,000원 / 어린이 11,000원
예약필수
양평 관광두레-자연의 소리들
http://jayeon.ypnavi.com / 010-2005-8264
‘엄마 양평가’ 체험프로그램: 어른 33,000원 / 어린이 31,000원 (인터넷 예약시 할인)
[구성] 영양뽕밥과 야채 부침게 만들기 - 여름 물놀이 체험 – 송편만들기와 제기만들기
황순원문학촌(소나기마을)
http://www.sonagi.go.kr / 031-773-2299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휴무)
관람료: 어른 2,000원 / 어린이 1,000원
돗자리 무료 대여
주중 2시간 마다 한번, 주말 1시간 마다 한번 인공소나기를 내려준다.
< 음식 >
꿈이익는교육농장: 양평로컬푸드와 함께 운영하며 뽕잎영양밥을 만들고 직접 시식한다. ‘엄마, 양평가’ 체험프로그램 예약시 체험비에 포함된다. 펜션 및 자체 음식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http://www.dreamfarm.kr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왕창리 298-1 / 031-774-1776
양평신내서울해장국: 고추기름을 넣어 얼큰하게 즐기는 양평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선지가 들어간 얼큰한 맛은 해장국, 선지를 넣지 않고 맑은 국물에 내장을 넣은 것이 내장탕이다.
해장국 8,000원 / 내장탕 10,000원 / 해내탕 10,000원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공세리 327-2 / 031-773-8001
< 숙소 >
해찬솔: 여주와 양평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개별 여행자 뿐 아니라 단체 MT, 세미나가 가능하다. 식사를 포함하는 패키지 상품이 만족스러운 곳이다.
문의전화: 010-8966-2800
http://www.haechansol.co.kr /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 용담 4길 16
한국문화의 집: 양옥식 별장처럼 생긴 외관에 한옥의 인테리어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분위기의 펜션이다.
문의전화: 010-9068-9462
http://www.kmunhwa.co.kr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 동오리 동문3길 68-1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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