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중순 이후 중국 금융시장에 또 한번의 격변이 일어난다. 중국 정부가 별도의 라이센스 없이 상해증시와 홍콩증시의 상장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후강퉁(沪港通)제도’를 10월13일부터 시범 실시키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사실상 후강퉁제도 시행이 중국 금융시장의 자유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투자자들 또한 접근성이 제한됐던 중국 금융시장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돼 제도 시행을 앞두고 거대한 중국 금융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상해증시 + 홍콩증시 = 후강퉁
후강퉁제도는 홍콩 및 해외 투자자가 홍콩거래소 회원증권사를 통해 상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후구퉁(沪股通)’과 중국 본토투자자가 상해거래소 회원증권사를 통해 홍콩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강구퉁(港股通)’으로 구분된다. 쉽게 풀이해 상해증시와 홍콩증시를 연동하는 제도로 ‘후’는 상하이를, ‘강’은 홍콩을 의미한다.
개인을 포함한 거의 모든 투자자에게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이 제도는 7월 말 기준으로 후구퉁의 568종목과 강구퉁의 265종목이 투자대상이다. 이를 시가총액으로 셈하면 후구퉁이 13조1000억위안, 강구퉁은 15조8000억위안에 달한다.
투자의 문은 누구에게까지 열려 있을까. 먼저 후구퉁은 홍콩과 해외 투자자의 개인과 기관투자자 모두에게 투자기회가 제공됐을 만큼 자격요건에 제한이 없다. 그러나 강구퉁의 경우 상해거래소 회원증권사의 주식계좌에 50만위안 이상의 잔액을 보유한 투자자로 기회가 제한된다.
거래대금에도 선은 있다. 투자한도는 후구퉁의 경우 3000억위안이며 강구퉁은 2500억위안이다. 일일 거래한도액은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후구퉁이 130억위안, 강구퉁은 105억위안이다. 투자자와 거래대금에 제한은 있지만 사실상 폭넓은 수준의 개방이다. 최홍매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후강퉁제도를 통해 거래가 가능한 종목들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결코 적은 수준이 아니다”며 “주요종목들을 대상으로 거래 범위는 사실상 거의 자유화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본토에서 거래가 되는 만큼 후구퉁과 강구퉁 모두 위안화로 거래된다. 해외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는 위안화 환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중국 본토 투자자가 홍콩주식을 거래할 때 역시 위안화를 홍콩달러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리스크가 동반된다. 단, 본토로 투자되는 홍콩의 위안화 자금은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없다.
반면 두 시장 모두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주문인 ‘공매도’는 허용되지 않는다.
◆후강퉁제도, ‘위안화, 국제화로 가는 길’
후강퉁제도는 지난 4월10일 중국 감독당국이 승인한 이후 현재 상해 및 홍콩거래소에서 준비 작업을 마쳤다. 이후 증권관리감독위원회(SCR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오는 10월13일을 시범 날짜로 잡고 있다.
상해거래소의 한 관계자가 이 제도를 두고 “백가지 이점이 있고 폐해가 없는 일(有百利而无一害)”이라고 평가했을 만큼 중국 정부가 후강퉁제도에 거는 기대도 상당하다.
한국투자증권의 후강퉁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후강퉁제도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홍콩시장이 보유하고 있는 약 1조위안가량의 자금이 예금과 채권 등에 투자되고 있는 점에 착안, 이 자금을 활발하게 유통시켜 투자상품을 다양화하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윤항진 애널리스트는 “홍콩이 보유한 자금이 현재 상당히 제한적으로 투자되고 있다”며 “이는 위안화 국제화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주식시장의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후강퉁은 절실하다. 윤 애널리스트는 “7월 말 기준으로 중국 현지인만 투자가 가능한 ‘상해A지수’는 최근 5년간 바닥구간에 머물고 있다”며 “현재 중국의 대형주가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만큼 후강퉁을 통한 매수여력 보강은 저평가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한달여 남은 후강퉁제도 시행에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은 어디로 맞춰져야 할까.
최홍매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후강퉁은 시장이 성숙되고 개방도가 높은 홍콩보다는 상하이증시에 주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도의 시행으로 ▲상해, 홍콩 두 시장 간 상대적으로 희소성을 가진 주식 ▲적격외국기관투자가(QFII) 기관이 선호하는 섹터 ▲상해A와 홍콩H(상해A에 상장된 중국기업 중 국유기업 등이 상장된 홍콩시장)에 동시 상장된 주식 중 가격차가 있는 종목 등을 제시했다.
예컨대 홍콩에 상장된 카지노주와 상하이의 소비주, 헬스케어 등이다. 또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금융 섹터는 상해A주 가격이 홍콩H보다 낮게 형성돼 있고 나마지 섹터들은 상해A주가 홍콩H주 대비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최 애널리스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