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 골목길에 심상치 않은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유리창 너머로 길다란 테이블 하나와 주방이 자리한 작은 공간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언뜻 보기에는 공방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오직 한 테이블만을 위한 만찬이 펼쳐지는 이른바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다.

‘이수부’는 이곳의 셰프 겸 오너의 이름. 그는 미국 명문 요리학교인 CIA를 졸업한 뒤 신라호텔에서 경력을 쌓고 수년간 각 지역을 다니며 식재료를 연구한 경험을 이곳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이곳엔 ‘미니멀리스트키친’이란 타이틀이 걸려있다. '미니멀'(minimal), 그 의미 그대로 군더더기 없는 요리를 선보인다. 최소한의 조리방식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끌어내기 때문에 ‘먹거리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다는 자부심의 증거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접시 위의 요리는 그때그때 식재료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식재료는 주로 인근 가락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직거래로 공수하는 등 대부분 국내 식자재를 이용한다. 덕분에 진귀한 식재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붕 기와 위에서 자란다는 신비의 약초 와송이나 다시마를 결 반대 방향으로 대패질한 해단 등 이름도 생소한 재료들이 그것이다.

기본적인 재료 조차도 허투루 준비하지 않는다. 특히 소금·당·초·기름·효소 등에 공을 들였다. 소금은 쌀을 누룩에 발효시켜 만든 소금 누룩과 죽염을 사용한다. 또 저온방식으로 볶아내 풍미를 살린 국내산 참기름과 비가열로 압착한 들기름, 이탈리아산 올리브오일, 태국 단일 농장에서 생산되는 코코넛오일 등을 이용한다.

메뉴는 샐러드와 파스타로 이뤄진 점심 세트메뉴나 저녁 코스메뉴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좋은 샌드위치를 선보이기도 한다. 저녁 코스는 7가지의 코스 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오는데 때마다 색다르게 구성된다.

예를 들면 자연 발효한 우리 밀 빵을 시작으로 소금 누룩에 절인 연어에 요거트 드레싱을 곁들이거나 홍메기살을 넣은 토마토 채소수프를 끓여낸다. 그리고 닭 가슴살은 염장해 조리한 뒤 얇게 썰고, 그 위에 신선한 허브와 요거트·식초·레몬즙·산삼·물 등을 넣어 만든 드레싱을 올린다.

작고 아담한 매장이라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된 듯하다. 요리와 함께 셰프의 설명이 곁들여지면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는다. 정형화된 고급 레스토랑에 싫증났거나 편안하고 건강한 요리를 찾는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단, 방문 전 사전 예약은 필수다.

위치 뱅뱅사거리에서 강남세브란스 방면으로 약 570m직진 후 우회전, 골목으로 진입하자마자 40m 앞 좌측에 위치
메뉴 (런치)2만~3만원, 샌드위치 1만원, (디너)코스 10만원
영업시간 오전 11:30~오후 9:00(일요일 휴무)
전화번호 02-572-0570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