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배스'(Big Bath).

지난 7월29일 현대중공업은 2분기 영업손실이 1조103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어닝쇼크였다.

증권가에서는 이에 대해 빅배스라고 표현했다. 누적손실, 잠재손실 등을 한 회계연도에 몰아 한꺼번에 처리하는 회계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 영업손실(1889억원)과 당기순손실(910억원)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2분기에 마무리된 것일 뿐이며, 3분기 이익은 개선될 것이라는 논리였다.

다음분기에도 추가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있었지만 소수의 의견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30일, 현대중공업이 발표한 3분기 실적은 2분기에 이어 명실상부한 '어닝쇼크'였다. 영업손실은 1조9346억원으로 2조원에 가까운데다, 당기순손실은 1조4606억원으로 전분기대비 136.9%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가를 낮췄다. 허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가격이 너무 싸졌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라는 분석이 나오는가 하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 현대중공업 "부실 정리로 불확실성 제거했다"

현대중공업측은 이번 실적과 관련해 부실을 정리해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설명한다.

빅배스를 통해 다음 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 현대중공업측은 "4분기에는 수익 최우선 경영으로 반드시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번에 영업손실이 큰 폭으로 나게 된 것은 조선분야와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과 공정지연에 따른 비용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현대중공업은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부문에서는 반잠수식시추선과 5만톤급 석유화학제품운반선 등 건조 경험이 부족한 특수선박과 어려운 사양의 선박에 대한 작업일수 증가로 공사손실 충당금 4642억원을 포함해 1조1459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플랜트부문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사우스’와 ‘슈퀘이크’ 등 대형 화력발전소 공사에서 공사손실충당금 5922억원을 포함 779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해양부문에서는 발주처와 계약변경(change order)을 통해 가격을 3억1000만달러 증액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매출이 1조2041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3537억원이 증가했다. 허나 해양부문의 영업손실은 10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측은 "주주 및 고객, 시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드려 안타깝지만, 전 사업부문에 걸쳐 예측 가능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새로운 경영진 취임으로 모든 분야에 걸쳐 개혁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날 2014년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액은 53조5873억원, 영업손실은 3조1772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4분기에는 매출액이 14조851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 털어냈으니 내년은 좋아진다?

이번 현대중공업의 실적에 대해 증권가의 견해는 엇갈린다. "불확실성은 제거됐다"는 평가부터 "주가가 지나치게 싸다"는 사실상의 호평이 있는가 하면 "신뢰성 회복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부터 "내년의 수주 실적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정우창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무시하기엔 지나치게 싸다고 설명한다.

현재 주가는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의 저점인 0.8배를 하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3분기 실적 부진과 해외 플랜트 관련 추가 충당금 우려 등의 악재가 있으나 이미 대부분 반영됐다는 것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에는 신규수주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신규수주 회복과 실적에 대한 기대가 향후 6개월 동안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두려운가? 기회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4분기 현대중공업은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더 이상의 대규모 손실은 없을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향후 예정원가가 적자인 선박 없이 지난 2013년 여름 이후 수주한 선박과 가스선을 통해 실현될 턴어라운드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3년 건설사들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후 주가를 보면 이후로도 계속 적자를 지속했던 GS건설을 제외하고는 어닝쇼크가 주가에 리스크 해소의 호재로 작용했다"면서 내년에는 현대중공업의 실적과 주가가 훨씬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 아직 멀었다… 내년도 힘들어

4분기 턴어라운드를 시작으로 수익 중심의 경영을 하겠다는 현대중공업의 원대한 포부(?)과는 달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3분기 실적에 대해 "충격적인 어닝쇼크"라며 "빅배스 이후의 희망을 제시하기엔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대중공업의 영업적자는 조선부문에서 4642억원, 플랜트부문에서 5922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이 반영된 점을 감안해도 충격적인 적자"라며 "1조858억원의 믿기 힘든 충당금을 차감해도 8488억원의 영업적자는 그룹의 복합적인 경영 악화를 의미한다. 4분기 매출액 14조8510억원, 영업흑자 500억원이라는 회사 목표의 달성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이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이유로 ▲충당금을 제외해도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3분기 적자가 3000억원을 상회한데다, 4분기도 조선부문 적자가 유력하고 ▲유가하락으로 정유 매출이 전기대비 감소했고 ▲플랜트 손실 일괄반영 후 판관비부문의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과 소통한 점은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어닝쇼크를 설명하기엔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성기종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 또한 "불확실성은 크게 사라졌으나, 신뢰성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2분기 연속 약 2조원 이상의 충당금을 설정했는데, 이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소멸시키려 한 것일 수도 있지만, 현대중공업이 회사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는 것.

그는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공시했지만, 진정한 턴어라운드로 보기 힘들다"며 "향후 구조조정의 성공 여부와 비용문제, 통상임금문제, 육상 플랜트 부문에서 추가 손실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여전히 잔존해 있다. 또한 신뢰성이 크게 추락했고,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인해 향후 수주와 실적 회복이 쉽지 않아 주가 예측이 크게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증권가의 견해는 크게 둘로 엇갈리고 있다. 다 털어냈으니 회복될 것이라는 논리와 신뢰를 크게 잃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시간이 더욱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견해는 엇갈렸지만 '목표가' 부분에서만큼은 합치된 모습을 보였다. 현대중공업의 목표가를 일제히 10% 이상 크게 낮춘 것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지난 10월30일과 31일까지 발간된 현대중공업 기업리포트는 총 10개(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하이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동부증권, 현대증권)다.

이들 가운데 목표가를 제시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투자의견 중립)과 현대증권(투자의견 시장수익률)을 제외한 8개 증권사 중 7개 증권사가 현대중공업에 대한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우리투자증권은 실적 발표 전날인 10월29일에 이미 목표가를 13만원으로 내렸다.

삼성증권은 목표가를 13만원에서 11만5000원으로 11.54% 내렸고, 대신증권은 12% 내린 18만5000원으로 제시했다. 하이투자증권(16만원), 신한금융투자(12만원), 미래에셋증권(11만8000원), KDB대우증권(11만5000원), 동부증권(13만원)도 모두 목표가를 하향했다.

현대중공업의 주가 또한 약세다. 지난해 말 2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31일 장중 8만9500원까지 떨어지며 지난 23일 장중 기록했던 52주 신저가(9만9500원)을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