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는 ‘박스피’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군 이슈는 있었다. ‘지배구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코스피 6개, 코스닥 66개로 총 72개였다. 전체 공모규모는 4조6572억원으로 10조908억원을 기록한 지난 2010년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같이 공모규모가 역대 2위까지 급증한 이유는 삼성에스디에스(SDS)와 제일모직이 혜성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은 역대 청약증거금 1위(30조원)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며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앞서 삼성SDS가 세웠던 상장일 거래대금 역대 1위 기록도 갈아치웠다. 삼성SDS와 제일모직 모두 상장 당일 최대 시초가인 공모가 대비 100% 가격에 첫 거래를 개시했다.
그룹들은 지배구조개편 시 오너 3세가 소유한, 성장성이 있는 비상장기업을 상장한다. 또한 사업적으로 연관성 있는 기업끼리 통합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 비주력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매각해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의 주가는 급등한다.
지난해 ‘핫이슈’였던 지배구조개편주, 올해도 빛날까.
◆ 제일모직, 올해도 상승여력 충분
지난해 상장된 삼성SDS와 제일모직 가운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지난해 12월10일과 11일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려드는 가운데 삼성SDS의 주가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삼성SDS를 팔아 그 자금으로 제일모직 IPO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공모가가 5만3000원인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18일 상장 이후 단 하루(12월24일)를 뺀 7거래일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2월30일 기준으로 주가는 15만8000원, 공모가 대비 198.11% 급등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개편 관련 종목 가운데 올해 더욱 빛날 종목도 제일모직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일모직이 기업가치 이상으로 올랐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다만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라는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상승여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전용기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에 대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사업변화를 살 수 있는 종목”이라며 “사업부문만 본다면 주당 영업가치는 12만원이지만 지주사 가능성에 대한 프리미엄 8만원을 합산해 목표가로 20만원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삼성전자의 자사주를 활용한 인적분할 후 제일모직과 합병하거나 금융부문을 분할한 후 삼성전자홀딩스와 합병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제일모직의 적정주가는 28만원 이상에서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측면에서 호재도 있다. 제일모직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편입이 확정됐다. 당분간 외국인 매수가 들어올 개연성이 마련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제일모직이 차익매물로 하락한다 하더라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주가는 상장 이후 연속되는 기관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유진투자증권의 목표주가인 12만5000원을 상회한 상태”라며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이고 안정적인 사업구조, 그룹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 수급요인까지 반영되며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12월18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사진제공=한국거래소
◆ 올해 삼성·한화·한진그룹 ‘주목’
지난해 대한민국의 모든 그룹 가운데 지배구조개편의 상징은 삼성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그룹이 많다. 제2의 제일모직이 될 수 있는 기업은 어디일까.
정부가 올해 도입할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를 경제민주화 잔여과제로 보고 이에 대한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간금융지주회사 법안 통과 시 한화와 삼성 등 금융사를 보유한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지배구조개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가 되지 않았음에도 당장 시장에서 관심있게 보는 그룹이 있다.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8월1일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과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했다.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 '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차근차근 해소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19일 한진은 보유중인 한진칼 주식 약 280만주(한진칼 유통주식수의 약 5.5%)를 전량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한국공항도 보유하고 있는 한진 주식 약 27만주(한진 유통주식의 약 2.2%)를 정석기업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고 정석기업의 한진 지분율은 늘어났다.
김기태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진과 정석기업의 순환출자 해소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정석기업의 합병과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처리 등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변환 최종단계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가장 유력시되는 방법은 한진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후 한진의 투자부문을 한진칼 및 자회사인 정석기업과 동시에 합병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한진칼은 지배구조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동시에 합병 시 통합의 주체로서 지배구조상의 프리미엄과 성장성 등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