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택시를 운행하며 대학가에서 건물 임대업을 병행하는 조모씨(73)는 스스로 ‘실버싱글족’임을 자처한다. 7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부터 혼자 지낸 조씨는 어느새 ‘싱글라이프’에 익숙해졌다. 건강이 나빠진다 해도 자녀들과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조씨는 낚시동호회에 가입해 거의 매주 낚시를 다닌다. 택시운행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돈에 크게 얽매이지 않으니 일도 재미있다. 조씨는 “남들이 보면 독거노인일지 몰라도 혼자 살아가는 것에 재미를 붙여가는 중”이라고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조씨는 ‘독거노인’이다. 하지만 조씨는 사회적으로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독거노인’ 보다는 신조어인 ‘실버싱글족’으로 불리기를 더 원한다.


 

/사진=뉴시스 DB

◆‘같지만 다른’ 독거노인 vs 실버싱글족

조씨처럼 혼자 생활하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1인 가구라고 하면 통상 미혼의 젊은 세대를 떠올리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1인 가구의 증가세는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노인 인구에서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5년에는 전체 1인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중이 45%에 이를 전망이다. 홀로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지난 2000년 54만명에서 2012년 119만명으로 증가했다. 오는 2035년에는 343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영국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하고 더 부유한 고령층의 급증은 새로운 소비층의 부상을 의미한다”며 “이들의 구매력은 18~39세에 집중되는 주요 소비 타깃층보다 압도적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매달 10만원씩 동호회비를 내는 조씨는 최근 130만원을 들여 낚시장비를 구입했다. 야외에서 낚시를 즐기는 만큼 큰 돈을 들여 캠핑용품도 구매할 예정이다. 가족과 자녀에게 썼던 비용을 자신의 취미나 여가활동에 할애하는 것이다.

월세로만 매달 4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조씨는 이러한 생활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건강관리를 잘해서 남의 손 안 빌리고 살다가 가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며 웃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노인 비중이 낮지만 선진국은 시니어계층이 향유하는 문화·예술 등의 취미활동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한다”며 “노인빈곤 문제가 해결되면 우리나라도 (노인층이) 아주 중요한 소비계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원의 말대로 우리나라에서 홀로 거주하는 대부분의 노인이 처한 현실은 조씨와는 큰 차이가 있다. ‘홀로 거주하는 노인’을 뜻하는 ‘독거노인’이라는 말은 ‘도움이 필요한 계층’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 우리나라에 홀로 거주하는 노인의 현실이 반영된 시선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14 빈곤통계연보’와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노인 빈곤율은 48.0%였다. 이는 전체 빈곤율 13.7%보다 3.5배나 높은 것이다. 보고서가 작성한 빈곤율은 가처분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 빈곤율로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비율을 뜻한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세대의 노인들은 과거 노인들과 달리 노인부양의식이 옅어지는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DB

◆제2의 인생 ‘실버싱글족’으로 살려면

연장된 평균수명과 변해가는 가족관의 영향으로 현재 20~30대는 물론 40~50대도 노후에 혼자 살 가능성이 높다. 특히 타의가 아닌 조씨처럼 자발적으로 홀로서기를 선택하는 비중도 꽤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실버싱글족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줄 것과 자신의 노후자금을 명확하게 구분하라고 조언한다. 또 거주하는 집의 면적을 줄이는 등 불필요한 생활규모를 줄이고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것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건강이 악화되면 생각지도 못한 의료비가 발생해 ‘메디푸어’가 될 수 있으므로 노후자금을 설계할 땐 생활비 외에 의료비 지출용 자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김진웅 수석연구원은 “암·뇌혈관 질환 등 인수불가능한 위험(고액 치료비가 들어가는 질병)은 보험상품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노인자살률이 날로 증가하는 점도 들여다봐야 한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지만 결정적인 것은 외로움이기 때문이다. 실버싱글족을 꿈꾼다면 경제적인 대비뿐 아니라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설계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평생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수입이 있으면 좋지만 설령 없더라도 뭔가를 배우고 즐기면서 제2의 인생을 향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이는 사회적 관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필수적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직업이나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時)테크, 즉 시간을 어떻게 잘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재테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