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날까 염려해 안절부절못했던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신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심리 상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잘 나간다는 이들도 이런 생각에 종종 빠진다.


해럴드 힐먼은 <사기꾼증후군>에서 자신의 실제 모습이 드러날까 봐 두려운 나머지 가면을 쓰는 현상을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말하며 이를 사전에 예방하거나 그 심리상황에 이르렀을 때 잘 헤쳐 나가는 방법을 모색했다.




가면 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사기꾼 증후군은 1978년 미국 심리학자 폴린 클렌스와 수잔 아임스가 처음 언급했다. 보통 직장인들의 75%가 이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새로운 환경에 놓였을 때 주로 발동된다. 보통 새로운 직위나 업무를 담당하게 됐을 때를 말한다. 거의 완벽에 가깝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능력을 항상 백퍼센트 발휘해 수월하게 목표달성에 성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압박감이나 부담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자연히 자기 내면의 혼란과 어려움을 숨기려는 마음이 생긴다.

새로운 환경에 자주 처하는 사람은 대개 능력이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간 쌓아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거나 부서 이동, 승진 등을 하게 된다. 또한 헤드 헌팅이 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일수록 당사자들은 더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빠지게 된다. 성공을 위해 쉼 없이 달려가는 사람일수록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마련이다. 승진을 거듭할 때마다 사기꾼 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낯선 환경에서 새롭게 맡은 업무에 바로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럴 때 고민하게 된다. 당황하거나 부담스러운 면을 내색할지, 아니면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할지 갈등한다. 결국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고 숨기며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만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칫 자신의 허점이나 무능력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기꾼 증후군이 위험한 것은 단지 자신을 위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한 감춤이 결국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자신이 맡은 일의 실패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기꾼 증후군의 8가지 증상이 있다고 진단한다. 철벽 방어, 계산하기, 장벽 구축, 유아독존, 고집불통, 목석, 오만·소심 등이다. 이런 태도야말로 일을 망치고 본인도 망치는 지름길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위장하기 때문에 진정한 능력도 내보이지 못하고 항상 경직돼 있고 조심스러우며 딱딱하다. 경계와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을 배제한다.


저자 또한 과거 한때 사기꾼 증후군에 빠진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남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기준이 사실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며 그것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점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일에 임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헤럴드 힐먼 지음 | 김고명 옮김 | 새로운현재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