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증시 폭락의 여파가 국내증시를 강타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가 단행되기 하루 전인 지난 8월10일 이후부터 2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4.39%, 코스닥지수는 11.93% 하락했다. 코스피는 192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도 660선이 붕괴됐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관련주는 휘청거렸다. 제약·바이오, 화장품, 여행 등의 업종이 줄줄이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중국증시를 버티게 했던 중국정부의 증시부양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 소비자의 잠재적 구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중국 관련주에 매겨졌던 높은 밸류에이션이 깎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직격탄 맞은 중국 소비관련주

차이나 쇼크는 국내증시를 끌어내리면서 제약·바이오주의 동반 약세를 주도했다. 지난 8월10일 8만4000원에 거래된 셀트리온 주가는 다음날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 소식에 8만500원으로 3500원(4.17%)이 빠졌다. 열흘 뒤인 20일에는 7만100원까지 내려앉았다.


동국제약은 10일 6만300원에 장을 마감했지만 11일에는 2900원(4.81%) 떨어진 5만7400원으로 하락했다. 이후 20일에는 4만8000원으로 더 낮아졌다. 보령제약도 10일 6만9200원에서 다음날 6만7300원으로 1900원(2.75%)이 빠졌고 20일에는 5만9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화장품주 역시 중국증시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10일 41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다음날 위안화 평가절하 단행 소식에 40만1000원으로 떨어졌다. 하루 사이 1만4500원(3.49%)이 사라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일 34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화장품은 11일 전날 1만3950원보다 600원(4.30%) 내린 1만3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일에는 1만600원으로 내려앉았다. 한국콜마는 10만9000원(10일)에서 10만3000원(11일)으로 6000원(5.50%) 내렸고 20일에는 9만2700원으로 떨어졌다.

여행주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투어는 10일 17만9000원에서 다음날 17만2500원으로 6500원(3.63%) 줄어든 데 이어 20일에는 14만9000원까지 내렸다. 모두투어 또한 10일 4만4200원, 11일 4만3950원에 이어 20일에는 3만7150원으로 주저앉았다.

이 같은 중국 소비주 약세는 위안화 평가절하 영향 때문이다. 중국증시 폭락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에 중국경제가 안정화된다거나 회복될 것으로 볼 만한 징후가 여전히 미약하다”며 “중국이 연간 7% 성장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머니투데이 DB

◆자동차·조선·철강 ‘낙관적’

중국증시 폭락이 국내 수출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업이 여기에 속한다.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현대·기아차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화 가치도 함께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수출 비중이 큰 현대·기아차는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 같은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8월10일 14만원이었던 현대차는 열흘 뒤인 20일 14만8000원으로 5.41% 올랐다. 기아차도 10일과 11일 4만1950원을 기록했으나 20일에는 4만6600원으로 9.98% 뛰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경기부진과 토종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늘리고 차값을 인하했다”며 “경기가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중국경기가 되살아날 경우 수요가 늘어 중국 내 판매량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철강업종도 비관적이지 않다. 두 업종은 이미 주가가 바닥까지 내려앉은 것으로 여겨진다. 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덩치가 큰 조선·철강사들은 중국기업과 다른 제품을 생산한다. 중국증시 폭락 여파를 정면에서 마주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는 까닭이다.

다만 덩치가 작은 중소 조선·철강사들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생산품이 중국제품들과 겹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위안화까지 약세를 보이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상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철강사의 수익성 악화요인”이라며 “중국 철강사들의 수익성 악화 타개 노력은 결국 수출량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정유·화학 ‘당장은 괜찮아’

또 다른 대표적 수출업종인 전자업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글로벌 중저가시장에서의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군의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제품 포트폴리오 특성과 중국 현지 생산체제 등을 감안할 때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안 반도체 생산라인 등 중국에서 주력제품을 생산해 현지시장에서 판매하는 구조를 갖춰 이번 위안화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TV, 생활가전 등 일부 제품군은 중국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높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유·화학업종도 당장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증시 폭락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정유·화학업종은 거래통화가 달러 위주여서 당분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위축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손영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유업종 주가는 중국 우려 영향이 다소 희석되는 모습”이라며 “이는 석유화학제품 대비 석유제품의 중국 의존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