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락으로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이곳만큼은 예외다. 미국 서부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지금 에너지 혁명을 위한 실험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2006년 재정비한 환경 관련 법안을 통해 오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80%(1990년 대비)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목표의 절반인 40%를 줄인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올 4월 제시했다.


◇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실험, 2030년까지 50% 목표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한 태양광 에너지는 나머지 미국 전체 생산량을 앞질렀다. 태양광 지붕을 설치한 미국 전체 가구의 절반이 캘리포니아 지역에 밀집해 있고 매주 수천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주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캘리포니아의 청정 전기 생산은 빠르게 늘고 있다. 브라운 주지사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다른 주는 물론 다른 나라들도 청정 전기 생산대열에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윌리엄 넬슨 북미 부문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해 캘리포니아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태양광이 얼마나 빨리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 사례”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는 가정의 태양광 생산량을 제외하더라도 캘리포니아의 올해 청정 전기 비율이 26%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전체 평균은 약 10% 수준이다. 캘리포니아는 이 비율을 2030년까지 33%로 높이고 2030년까지 다시 절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대니얼 캐먼 교수는 “이는 조용한 혁명과 같은 것”이라며 “이상하거나 기묘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전기료는 오르거나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는 과거 독일이 청정에너지 사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전기료가 급등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는 에너지 비용을 3~5% 정도 높이는데 그치고 있다. 전기료 단가 자체는 미국에서 가장 비싸지만 엄격한 에너지 관리 정책 덕분에 실제 가정에서 부담하는 월 전기료는 미국 평균보다 20달러 낮은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가구는 미국 평균에 비해 전기를 40% 가량 덜 사용한다.

넬슨 대표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정용 태양광 사업을 새롭게 유행시켰고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솔라시티와 선런이 대표 주자다. 솔라시티는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만든 엘론 머스크가 세운 회사다.


캘리포니아 외에도 독일은 전체 전기의 30%를 청정에너지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이 비율이 40%를 돌파했고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태양이나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다. 낮이나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전기 생산량이 넘쳐나지만 나머지 시간대는 정반대 상황이 발생한다.

비록 아직 가격이 너무 비싸지만 저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같은 문제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 낮시간이나 바람이 많이 불 때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놨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2020년까지 저장 시설 규모를 1.3기가와트로 확대할 계획이다.

◇ "경제 망친다" 반발에도 주 정부 '뚝심'

일부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나타나지 않았다. 전기 교환을 관리하는 캘리포니아 독립 시스템 운영자(CISO)의 데이비드 올젠 이사회 의장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이 40~50% 정도로 높아졌을 때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반드시 제기될 것”이라며 “하지만 어떤 기술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것인지 알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재생 에너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캘리포니아 주 의회는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율을 50%까지 높이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정유업계의 극심한 반발이 있었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퍼시픽 가스&일렉트릭(PG&E) 관계자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을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제시할 수 있지만 그 방법까지 못 박아 놓는 것은 월권이라는 주장이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가 늘어나는 것은 PG&E와 같은 기존 에너지 공급 업체들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 PG&E는 해마다 매출이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들은 가정용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춘 가정에서는 전력선이나 전신주 유지에 필요한 비용도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클린 에너지 목표가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엄격한 전력 사용 통제로 인해 기업들이 공장을 키우거나 사업을 확장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렌 케이 캘리포니아 상업·교육재단 회장은 “전기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 가운데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기업이 더욱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가 경제를 망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주 정부 관계자는 “탄소와 경제성장률과의 상관관계를 줄이는데 성공하고 있다”며 “지난해 49만8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면서 다른 주를 앞질렀고 동시에 탄소
배출가스 역시 감축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과 멕시코, 유럽연합, 인도 등이 캘리포니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캘리포니아의 에너지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멕시코에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와 기존 발전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를 관리하는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