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은 한번 가면 또 가게 된다. 주왕산이, 주산지가, 먹거리가 사람을 부른다. 가을이면 더 강한 빛과 향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청송으로 떠나보자.

◆ 촉촉한 가을 산, 주왕산


"저 산 싫어하는데요, 여긴 진짜 예쁘더라고요." 주왕산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다. 특히 이곳은 가을에 여행자가 많다. 720m의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여기저기 예쁜 구석이 많다. 또한 전국적으로 물 보기가 쉽지 않은 이 가뭄에 폭포까지 있으니 촉촉한 가을 산행이 기대되는 곳이다.

산의 입구는 역시 청송의 대표 먹거리인 사과밭이다. 산 사과는 야생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여행자를 산으로 안내한다. 사과뿐 아니라 더덕, 대추, 오미자 등 산에서 나온 먹거리와 사람들의 활기가 가득하다. 산의 입구로 다가갈수록 기암단애가 위용을 드러낸다. 예전에는 이 산을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하여 석병산이라 했다. 과연 기암괴석이 "나 이런 산이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편의상 대전사를 산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여기까지만 와도 사람들은 감탄을 쏟아낸다. 대전사 보광전 위로 보이는 기암단애는 7개의 큰 바위가 동글동글 솟아올랐는데, 그 기운과 험난해 보이는 절벽이 카리스마 있는 형제의 어깨동무를 보는 것 같다. 어쨌든 누구나 서서 사진 한 장을 찍는 곳이다.

주왕산

산은 돌산이지만 탐방로가 잘 돼 있다. 7개 코스가 있는데 취향과 능력에 따라 코스를 정하면 된다. 물론 가메봉에 올라 주왕산을 내려다 본다면 그만한 성취가 없겠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쉬운 코스를 찾는 다면 용추폭포, 절구폭포, 용연폭포까지만 다녀와도 뿌듯할 것이다.

탐방로를 걷는 동안 꽤 많은 안내문을 볼 수 있다. 기암괴석에 대한 해설이 많은데 "천둥알이 있다 하고, 시루를 닮았다, 사람을 닮았다, 아들을 점지한다…." 산의 탄생에 대한 기록과 함께 전설도 있고 상상력도 자극한다. 물론 보이는 만큼만 보면 된다. 일일이 다 읽으면서 가려고 했다간 폭포에 도착하기도 전에 심신이 지쳐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3개의 폭포다. 용추폭포는 반전매력이 있다. 폭포에 도착해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면 ‘애걔?’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물줄기가 힘차서 마치 개구장이 사내아이를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으로 다 본 것이 아니다. 용추폭포는 3단 폭포다. 그 위로 한 단, 또 한 단이 있다. 각 단마다 물을 받는 못은 둥글둥글해서 신이 만든 커다란 밥공기 같다. 최종적으로 물이 떨어지는 구룡소는 물빛이 맑아 앝야 보일지 모르지만 깊이가 꽤 있다고 한다.

산 그늘 사이로 햇빛이 들면 바삐 흘러가는 물빛이 더욱 반짝인다. 용추폭포가 3번 꺾이며 아기자기 했다면 용연폭포는 시원하고 웅장한 느낌이다. 폭포는 2단으로 돼 있는데 상단부 낙수 지점에 동그란 구멍들이 인상적이다.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물에 의한 침식작용인데, 용의 전설이 있는 폭포인 만큼 이곳은 용이 알을 낳았던 곳이라고도 한다. 용추폭포에서 용연폭포가 한 길로 쭉 연결된 반면 절구폭포는 잠시 샛길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가는 길도 도저히 폭포가 나올 것 같지 않아 자꾸만 확인하게 된다.


그렇지만 의심과 귀찮음을 조금만 미뤄두면 멋진 경관을 구경할 수 있다. 절구폭포 또한 2단 폭포로, 낙수지점은 두 폭포에 비해 수심이 얕은 못이라 바닥으로 갑자기 확 퍼지기 때문에 폭포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는 느낌이 든다. 용추·용연폭포는 못이 깊어 전망대를 설치했다면 절구폭포는 그것이 없어 보다 자연스럽다. 폭포의 물보라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용추폭포(왼쪽), 용연폭포(오른쪽위), 절구폭포(오른쪽아래)

◆ 영화가 눈앞에, 주산지

주산지는 300년 된 저수지다. 1720년 8월 숙종 때 착공해 그 다음 해 완공했다. 길이 200m, 너비 100m, 수심 8m의 저수지다. 저수지의 크기에 비해 꽤 깊다. 그래서 가뭄에도 물이 마른 적 없다고 했는데 지난 봄에는 그 명성에 흠집을 냈다. 그렇지만 이 가을, 다시 자기 모습을 찾았다. 150년 된 왕버들 23여그루도 이곳 물 속에 살고 있다. 마르지 않는 물이나 그 속에서 자라는 나무 등에서 강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아니나 다를까 야생동물의 서식지로도 최적화돼 있다. 수달, 솔부엉이, 소쩍새, 원앙, 고라니, 너구리, 노루 등이 이 일대에서 풍요를 누리고 있다.

주산지가 유명해진 것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때문이다. 주산지의 사계가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돼 지금도 영화 장면처럼 사진을 찍어 보려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대단한 볼거리를 생각하고 온 사람이라면 주산지의 평온한 경관을 ‘단조롭다’고 한다. 주산지는 바로 그, 단조롭게 일렁이는 반영과 천천히 변하는 하늘빛, 물빛, 멀리 보이는 산의 아웃라인과 그 중첩을 보는 곳이다. 솔부엉이와 수달이 기다렸다가 여행자를 맞이하지는 않을 테니 과한 기대나 실망 또한 접어두는 게 좋겠다.

용추폭포

◆ 달기약수와 사과

‘달기약수’라는 이름은 동네 이름에서 왔다. 이곳을 ‘달이 뜨는 곳’이라 하여 달기골이라 불렀다고 하는데, 그러니까 이 동네가 조선시대 말까지 ‘달기동’이었다. 물은 철종 때 수로공사를 하다가 바위틈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달기약수가 나오는 곳은 상탕, 중탕, 하탕, 신탕 등 10여 군데가 있다. 물이 마르지 않고 얼지 않고 색깔과 냄새도 없는데 탄산이 함유돼 사이다 맛이 난다고들 표현한다. 위장병, 신경통, 빈혈 등에 효과가 있고 물 나오는 소리가 닭소리 같다고 해서 달기약수라 불렀다고도 한다. 이 때문인지 약수터 주변으로는 물통 파는 상점과 닭백숙집이 즐비하다. 약수 때문인지 솜씨 때문인지 닭백숙 맛이 담백하고 약수로 지어 푸른 빛깔이 나는 밥을 닭 육수에 말아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용연폭포

청송에서 사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매년 열리는 사과 축제는 사과를 테마로 한 여러가지 행사를 진행한다. 사실 프로그램면에서 크게 독특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품질 좋은 사과를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체험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이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사과는 저장기간이 긴 편이라 늦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두고두고 좋은 맛을 유지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축제 장에서는 한바퀴 휙 돌며 시식만 해도 배가 불룩해 온다. 부작용이 있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맛 좋은 사과에 혀가 적응해 웬만한 사과는 거들떠 보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절구폭포
청송사과축제

가을의 청송은 여기 아니면 안되는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산도 물도 먹거리도 청송만이 가지고 있는 맛과 멋이 있어 내년 가을, 또다시 이곳에 올 것 같다.


[여행 정보]


청송 주왕산 가는 법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평택제천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 - 서안동IC에서 ‘안동’방면으로 우측 3시 방향 - 경서로 - 송현오거리에서 ‘대구, 남안동IC’ 방면으로 우회전 - 경북대로 - 어가골교차로에서 ‘영덕, 안동댐, 시청’ 방면으로 좌회전 - 육사로 - ‘영천, 길안, 법원, 검찰청’ 방면으로 우회전 - 충효로 - ‘영천, 길안’ 방면으로 좌회전 - 정상교차로에서 ‘영덕, 영천’ 방면으로 좌측방향 - 남순환로 - 남선터널 - 인덕터널 - 청송교차로에서 ‘대구, 포항, 주왕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우회전 - 청송로 - 청송터널 - 청운삼거리에서 ‘대전사, 주왕산국립공원’ 방면으로 좌회전 - 주왕산로

[대중교통]
주왕산시외버스터미널 - [청송-약수탕] 버스 탑승 - 주왕산 정류장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주왕산: 검색어 ‘주왕산’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주산지: 검색어 ‘주산지’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달기약수: 검색어 ‘달기약수’, ‘원탕약수터’ /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약수길 16
사과축제: 검색어 ‘청송사과공원’ /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송생리

주왕산 국립공원
문의: 054-873-0014 / http://juwang.knps.or.kr
입산시간지정제: 입산시간~통제시간 = (동절기) 오전 5시 ~ 오후 2시

주산지
문의: 054-873-0019

달기약수
문의: 054-870-6240

청송사과축제
문의: 054-873-3686
기간: 2015. 11. 6 ~ 11. 9
위치: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송생리 청송사과공원 일원

● 음식
서울여관식당: 달기 원탕약수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달기약수로 만든 백숙이 대표메뉴다.
토종달기약수엄나무백숙 (2~6인) 3만5000 ~ 9만원 / 육계달기약숙백숙(4인) 5만2000원
054-873-2177 / 경상북도 청송군 청송읍 약수길 18-1

● 숙박
주왕상 상의야영장, 오토캠핑장: 주왕산 근처의 캠핑장으로 오토캠핑의 경우 60동까지 가능하고 운동장, 전기시설 등 을 사용할 수 있다. 캠핑 장비는 대여하지 않는다.
예약문의: 054-870-5341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공원길 146

민예촌: 소설 ‘객주’ 주인공들의 집을 재현한 숙박시설로 올해 한국관광공사의 한옥스테이를 인증받았다.
예약문의: 054-874-0101 /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주왕산로 494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