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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국 전역에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36개주에서만 허용되던 동성결혼이 대법관 9명 중 찬성 5명, 반대 4명으로 전체 50개주에서 가능해졌다.
판결이 내려진 직후 조지아주 법원은 동성결혼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사회의 대변혁을 이룬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은 판결문을 통해 “동성커플이든 이성커플이든 한 국가의 사회적 질서인 ‘결혼’이라는 제도와 원칙을 존중받는 데는 차별이 없다”고 명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은 미국이 평등을 향한 행진에서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지지했다.
◆속속 동성애 합법화한 선진국
덴마크가 지난 1989년 세계 최초로 동성커플간 시민결합을 법적으로 인정한 이후 2000년대 들어 상당수의 잘 사는 국가들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네덜란드가 지난 2001년 4월1일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제도를 시행했고 벨기에(2003년), 캐나다·스페인(2005년), 남아프리카공화국(2006년), 노르웨이·스웨덴(2009년), 포르투갈·아이슬란드·아르헨티나(2010년), 덴마크(2012년), 우루과이·뉴질랜드·프랑스·브라질·잉글랜드·웨일스(2013년), 룩셈부르크·스코틀랜드(2014년), 핀란드·아일랜드·그린란드·미국(2015년) 등 20여개국으로 동성결혼제도가 확산됐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동성의 동반자 관계를 혼인관계와 유사하게 법적으로 보호하는 시민결합제도를 시행한다. 국민소득이 높은 서구 국가 중 아직까지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이탈리아도 국민의 74%가 동성결혼을 지지한다.
이탈리아 가톨릭교회는 강력히 반대하지만 총리는 올 연말까지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추진하는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은 동성애 부부의 자녀입양을 허용하며 부부 중 한쪽이 숨졌을 때 함께 살던 다른 쪽이 연금 일부를 계속 받고 유산도 자동으로 상속받는 혜택을 포함한다.
반면 동성애자에 대해 극도의 혐오감을 가진 사람도 여전히 많다. 최근 서인도제도 아이티의 큰길 한복판에서 동성애자로 의심되는 두 남자를 주민들이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불태워 죽이는 장면이 해외동영상공유사이트에 올라와 충격을 줬다. 아이티는 지난 1986년 동성애를 합법화했지만 이성부부에게 보장되는 법이 동성부부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며 인권을 공식적으로 보호해주지도 않는다.
아프리카와 이슬람교 영향력이 큰 중동의 경우 동성애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성애 관련 범죄혐의자에 대해 태형 500대와 5년형을 선고하고 5만사우디아라비아리알(약 1만3000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국제인권운동단체 엠네스티에 따르면 모로코·알제리·튀니지·에티오피아·짐바브웨·보츠와나·카메룬 등은 동성애 관련자에 대해 징역 1개월~10년을 선고하며 우간다·케냐·탄자니아·잠비아·나이지리아 등은 징역 11년~종신형, 수단·남수단·모리타니·소말리아 등은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커밍아웃한 연예인·정치인
동성애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엘튼 존, 조디 포스터, 프레디 머큐리(그룹 퀸의 리더), 로렌스 올리비에, 몽고메리 클리프트, 안소니 퍼킨스, 안젤리나 졸리 등이다.
정치인 중에서는 아이슬란드 총리(요하나 시귀르다르토티르)와 벨기에 총리(엘리오 디 루포), 룩셈부르크 총리(자비에르 베텔), 독일 부총리 겸 외교장관(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베를린시장(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등이 꼽힌다.
아이슬란드 최초 여성 총리 시귀르다르도티는 지난 2010년 세계 최초로 총리직 수행 중 동성연인과 결혼했다. 20세기 가장 추앙받는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톰 포드, 돌체앤가바나 공동창업자인 도미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 영국 명품 패션 브랜드인 버버리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토퍼 베일리 등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도 상당수가 동성애자다.
문학가 오스카 와일드,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비롯해 역사적으로는 고려의 공민왕과 목종, 신라 혜공왕, 철학자 소크라테스,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화가 미켈란젤로, 현대미술의 거장 베이컨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동성애자들이 폭넓게 존재해왔다.
예전에는 미국에서도 유명인이 동성애자인 사실이 드러나면 사회활동에 치명적이었다. 50~6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 록 허드슨은 동성애자임이 알려질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되고 소속사가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 있어 철저하게 숨기며 활동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동성애자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다.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흘러나오는 노래 ‘라스트 크리스마스’(Last Christmas)의 주인공인 조지 마이클은 지난 1996년 자신이 게이라고 밝혔다.
빌보드차트 1위곡 ‘카멜레온’과 영화 <크라잉게임>의 OST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팝스타 보이 조지는 여장을 하고 동성애자임을 공공연히 드러내며 활동했다. 인생편력을 진솔하
게 담은 자서전을 통해 록가수 커크 브랜든과 “짧은 기간이었으나 매우 격정적인 육체적 동성애 관계”를 가졌다고 고백했다. 이에 브랜든은 조지가 자서전에 허위사실을 썼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걸었지만 법원은 두사람이 육체적 관계를 가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지는 역사상 최초로 법정싸움을 벌이면서 자신의 동성연애 사실을 공개적으로 입증한 사람이 됐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게이로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은 애플의 CEO 팀 쿡이 꼽힌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최고경영자가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공개한 것은 애플이 처음이다.
◆서서히 달라지는 동성애 인식
우리나라의 경우 동성애가 불법은 아니지만 결혼 등 권리 부여에 제한이 있다. 지난 7월6일에는 국내 최초로 동성혼을 인정해달라는 소송이 시작됐다.
서울 서부지법에 소를 제기한 영화감독 김조광수씨(50)는 2013년 9월7일 서울 청계천에서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31)와 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그해 12월10일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구청은 불수리 처분했다. 지난 6월9일엔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렸다.
그러나 15만명이 서명한 동성혼 반대 탄원서가 서울 서부지법에 제출됐고 일부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반대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가족을 붕괴시키며 두 남자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단독 출마한 김보미씨는 지난 5일 기조연설에서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혔다. 그런데 학생들의 반응이 대체로 호의적이다. 15년 전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했을 때 모든 방송일이 끊기고 사람들로부터 냉대 받았음을 되새겨볼 때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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